유문철 자닮연구원이 유기농 마늘을 경운기로 수확하고 있다. 마늘 캐기의 첫 작업은 경운기나 트랙터 수확기로 마늘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마늘 뿌리 흙을 털어 단을 묶어 트럭에 실어 마늘 건조장으로 옮긴다. 보통 3백평당 하루 일손 8~10명이 필요하다 |
전국적으로 마늘/양파 파종 면적이 전년 대비 30 퍼센트 늘어난 상황에서 마늘 수입을 하여 가격 폭락 부채질을 하는 농업정책을 비판하며 수매 확대를 요구하는 농민단체 시위가 청와대 앞에서 열렸습니다.
이때만 해도 올해는 마늘 생산 과잉 난리가 나겠다 싶었습니다. 마늘 생육기인 4~5월에 냉해와 잦은 비가 겹쳐 일찍 수확을 시작한 난지형 마늘 작황이 나쁘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하지 전후로 수확하는 단양, 의성 등 한지형 마늘 작황도 매우 나쁩니다.
작황이 매우 나쁜데도 불구하고 평년에 비해 마늘 생산량은 10퍼센트 이상 과잉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에서는 마늘 수입 정책을 포기할 의사가 없습니다. 작황 불량으로 평년 대비 마늘 크기가 적게는 30퍼센트에서 많게는 70퍼센트까지 줄었다고 농민들은 울상입니다. 이중고 삼중고 앞에서 7~8개월 동안 애써 기른 마늘이 땅 속에서 햇볕을 보자마자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농민들은 날씨에 따른 작황 불량에 대해 "하늘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가 있느냐"며 다시 밭을 갈아 메주콩을 심습니다. 가을에 심어 초여름에 심는 마늘과 마늘 캐고 심어 가을에 거두는 메주콩은 일년 이모작 돌려짓기 짝꿍입니다.
대다수 농민들은 오랜 세월 정부의 저농산물가격정책에 신음해 온 탓에 이번 생산 과잉과 작황 불량에 따른 이중고를 담담히 받아 들이고 다시 밭을 일구어 농사짓습니다.
귀농 15년차 친환경 무농약 인증 마늘을 생산하는 임영선 농민은 올해 작황이 평년 대비 30 퍼센트 줄었다고 한다. 일손 부족이 심한 상황에서 김봉석 적성면장과 적성면사무소 직원 16명이 나와 일손돕기를 해서 큰 도움이 되었다. |
속이 답답하여 제가 사는 단양군 이웃 농민들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먼저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에서 친환경 무농약 인증 마늘 천 평을 재배하는 임영선 농민입니다. 임영선 농민은 이웃 농민들에 비해 작황이 나쁘진 않으나 그래도 평년 대배 마늘 크기가 30퍼센트는 작다며 실망했습니다.
50대 후반에 귀농해 15년 동안 친환경 농사를 지어온 임영선 농민은 올해 73세입니다. 친환경 마늘 농사법에 달통해서 남들 작황이 나빠도 좋은 마늘을 생산하는 데다 직거래 손님들에게 보낼 물량이 딸릴 정도이니 농사와 판매에 대해서는 별 걱정이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불만이 있습니다.
"일손이 없어도 너무 없어. 마을에 일할 사람이 없으니 제천 시내 인력시장까지 나가서 열사람 사왔지. 일당이 남자 10만원, 여자 8만원이야. 점심하고 새참까지 따지면 남자 12만원, 여자 10만원이야. 최저임금법 인상으로 농민들 직격탄 맞고 있어. 그만큼 품삯 들여 일이라도 잘하면 괜찮은데 농사일 안 해본 사람들이라 일을 너무 못해. 군에서 하는 인력지원센터 사람들은 6만 5천원이야. 일도 잘하고 품값도 괜찮은데 필요한 만큼 구할 수가 없어. 그래도 이렇게 급한 대로 면사무소에서 사람들이 나와 일을 거들어 주니 얼매나 고마워. 하지만 대민업무 할 분들이 밭에 나와 일하는 건 정답이 아니지."
임영선 농민은 정부정책 믿을 거 하나 없고 좋은 친환경 마늘 생산해 직거래로 팔아 죽는 날까지 농민으로 살아남겠다고 하십니다. 생산기술과 판매에는 자신이 있으나 일손 부족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대책을 세워달라고 하십니다.
4천평 농토 중 매년 마늘 5백평을 가족 일손으로만 재배하는 이운영 농민은 올해 6월 가뭄으로 땅이 너무 단단해져 마늘 수확에 애를 먹었다. 일주일 동안 가족 일손으로만 마늘 수확을 했다. 평년 대비 작황이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상심한다. |
두 번째로 만난 농민은 단양군 적성면 대가리에서 마늘, 고추, 사과 농사를 짓는 후계농입니다. 학교와 직장 다니느라 어릴 때 도시로 나갔다가 10여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연로하신 부모님 4천평 농토를 물려받아 농사짓고 있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농촌에서 보기 드문 40대 후반 젊은(?) 아빠입니다.
농사 짓고 아이 기르는 본업 외에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과생산자협동조합 일을 하고, 단양군농민회 정책실장에, 의용소방대와 의용방범대 대원에, 대가리 새마을 지도자까지 맡고 있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입니다. 젊은 농민이 귀한 시골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마늘 농사 10여 년 만에 올해처럼 마늘 농사 안 되기는 처음이에요. 봄에 비가 자주 내려 마늘이 웃자라는 탓이긴 하지만 속이 많이 상합니다. 4천평 농사 중 마늘 농사는 5백평 짓는데요. 전 인력시장 사람들이든, 군에서 지원하는 인력지원단이든 쓰지 않고 가족 일손만으로 며칠 캐요. 올해는 가뭄으로 땅이 너무 단단해서 조금씩 캐느라고 일주일 동안 캤어요. 마늘 농가들이 다들 시세와 작황 때문에 다들 힘들어 하고 있어요. 저도 마늘 품질이 크게 떨어져 어떻게 팔아야 할지 난감합니다. 이럴 때 단양군과 정부에서 생산비를 보전하는 최저가격보장제를 시행해 농민들 피해를 긴급구제 해야 합니다."
70대 임영선 농민과 40대 이운영 농민이 현장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 농촌의 현실입니다. 농민으로 버텨내고 살아남기 위해 농민들 스스로 머리를 쥐어짜 각자의 방식대로 대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현장 농민들 처지에 맞는 대책들을 세워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농식품부가 본연의 임무대로 전국 생산예측을 잘해 농민들이 과잉 생산하지 않도록 해주기를, 생산과잉 상태에서 수입 농산물을 들여와 가격 폭락을 부추기지 않기를, 농민들이 지속가능한 농사를 짓도록 생산비를 보전하는 최저가격보장제를 시행해 주기를, 기상재해에 따른 작황 불량에 대해 현실적인 재해보험을 실시해 주기를, 농촌 일손 부족과 농촌 소멸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세워 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두 농민만이 아니라 농촌을 지키고 있는 230만 농민이 바라는 바일 겁니다. 초등학생 자식을 두고 11년 째 악전고투하며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저도 그렇구요.
*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유문철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8.07.0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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