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필자는 밥상 위에 올려진 농산물만 먹고 자란 관계로 봄에 어느 나물이 나는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마트나 시장에 가서 바구니나 봉지에 나란히 담겨있는 나물들을 보면 지난날 먹었던 맛과 향이 떠올라 장바구니에 담게 되는 것이다. 봄나물만 그럴까 과일과 같은 계절 먹거리들은 꼭 먹어야 하는 주식의 범주가 아니기 때문에 눈에 보여야 사게 된다. 사실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이 제철 과일이나 음식을 잘 모르기 때문에 굳이 찾아 먹지 않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세대가 젊어질수록 더욱더 그렇다.
오래전 멸종된 공룡 이름을 줄줄이 외우는 아이들은 많아도 과일의 제철을 아는 아이들은 드물다. 이미 젊은 부모들은 농산물 자체보다는 반조리 식품에 더 큰 관심이 있다. 더욱이 국내 농산물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이미 큰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의 범주에서 먹거리에 대한 내용은 제외된다. 농산물이 우리의 생활 범주에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오프라인 매장, 특히 지역 곳곳에 생명력 있는 작은 가게들이 중요한 이유다.
출처: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40819.010150721400001 |
“한국이 다른 나라들과 공유하는 또 다른 문제는 소매 부분의 변화입니다. 대형마트가 한국 유통 부분의 31% 이상을 차지하고, 편의점 수 역시 2000년 3,000개에서 2010년 1만 7,000개로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가게는 해마다 5%씩 문을 닫는 상황에서 지금도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5만 개 이상의 점포가 폐업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경향은 지역사회 수준에서 먹거리 보장성의 약화를 의미합니다. 예컨대 문을 닫고 있는 작은 식료품들과는 달리, 편의점에서는 대개 영양 면에서 우수한 신선 채소나 과일 같은 좋은 먹거리를 판매하지 않습니다.”[1]
현재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고 그중 한 방책으로 각 지역에서는 로컬푸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로컬푸드 매장의 성장세를 살펴보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접근성에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예산 부족으로 직거래 매장의 입지가 도시 외곽인 경우가 많고 홍보도 부족한 상황이다.
여러 문제점으로 인한 실패사례로 평택 로컬푸드 매장을 꼽을 수 있다. 2012년 문을 연 평택 로컬푸드 직매장은 직원들의 인건비와 낮은 수수료율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해 4월 문을 닫았다. 김덕일 평택 농업 희망 포럼 대표는 “매장 1곳당 60~100평을 기준으로 월 1억 원 정도 매출 기준을 맞췄지만, 인건비와 상품 수수료율, 여기에 카드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겨우 본전 수준이었다. 농업정책에서 연간 13억 원의 농민 수입을 올릴 수 있게 해줄 정책이 별로 없는데, 지방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2]
지금 모든 여건은 급변하고 있다. 유통구조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제는 온∙오프라인을 결합해서 소비자의 경험과 데이터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유통이 급부상하고 있다. 아마존이라는 거대 온라인 유통업체가 2017년 유기농 식품 마켓인 홀푸드마켓을 인수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판단된다. 식량 문제는 국책 사업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정책과 과감한 투자로 다양성과 생명력을 담보할 수 있는 농산물 유통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경희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20.05.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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