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생산의 최적지를 찾아 국토순례, 최종선택은 문경!
백두대간의 정기를 듬뿍담은 3만평 과원
불교에 입문하여 산사에서 수행을 하며 불가전통무술을 연마하여 왔던 유병권 씨, 피치못할 이유로 수행의 길을 접게 되었고 세속에서 덕을 쌓아 부처님의 은덕에 보은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그것이 ‘농사’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전국의 산야를 섭렵하며 과수원의 적지를 찾아 한반도의 기(氣)가 한 곳에 모였다는 문경을 선택하게 되고 그 중에서도 견훤(후백제 초대왕)이 태어나고 군사를 훈련시킨 궁터가 있었다고 하는 깊은 산 골짜기에 들어가 3만평의 과수원을 일구게되었다. 자연농업을 실천하게 되면서 불심과 합일된 농사를 짓게 되어 더없이 행복하다는 유병권 씨와의 만남, 필자에게 역시 더 없는 즐거움이었다.
노루와 사슴이 함께하는 잔잔한 감동!
농장이 위치한 곳은 조황산 기슭입니다. 황새의 목덜미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뒤로는 청화산이 그리고 속리산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오지라고 표현을 해도 무리가 없을 만치 깊은 산골이지요. 20여 호의 농가가 있었다고 하나 전원이 이주를 하고 텅빈 상태였습니다. 폐허가 된 흙집을 고쳐 수리하고 오래 방치된 벼랑논들을 정리하여 3만평의 과수원을 만든 지 올해로 8년이 됩니다. 아내와 둘이서 거의 모든 일을 다 해냈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핸드폰이 안돼 작업 집중시간이 길었던 것도 한몫을 했지요.
작업을 하다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면 우리가 궁금한 듯 서성이는 노루를 보게 됩니다. 노루뿐 만아니고 사슴, 오소리 등 우리나라 깊은 산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은 거의 만나게 되지요. 지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감동입니다. 그래서 더없이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배는 이곳에서
배농사로 유명한 분이 이곳을 방문하시고는 앞으로 한국에서 최고의 배가 나올 곳이라는 극찬을 했습니다. 기슭은 정남향을 향하고 삼면이 산으로 둘어싸여 있으면서 채광시간이 아주 길고 인근지역보다 15일 정도 늦은 서리, 저녁에는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는 등 과수에 최적지라는 평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돌산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곡괭이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토양이어서 배 나무가 자랄까 염려했었는데 튼튼하게 뿌리를 내려 정상적인 수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8년의 기간이 지나니 돌밭이 일반 밭처럼 변했습니다. 놀랍지요.
참된 도(道)와 기술이 다를 수 없어
농사는 자연의 이치를 생활에 펼쳐나가는 최고 적합한 연결고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노자님도 하늘을 섬기고 사람을 섬기는데 농사꾼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말씀을 했습니다. 현대는 정신과 기술이 전혀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신과 기술(생활)이 합일되는 삶을 갈망하던 저의 첫 만남이 자연농업이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만약 유기농업하는 사람들을 먼저 만났었더라면 엄청 혼란스러웠을 거라는 생각이지요.
유기농업식으로 미생물, 영양제 등을 사대며 농사를 지었다면 3만평에 얼마가 들어갔겠어요. 자연농업을 하기 때문에 3만평을 하지만 영농비용은 몇 천평을 하는 농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곳에 들어와 마음에 평상심을 유지하며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이유중 아주 현실적인 한 가지는 자연농업에 돈이 적게 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자연농업 배농사가 아직 희망적입니다.
당도 15도 이상의 배 생산
자연농업으로 배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도 당도가 13~14도 정도였는데 우리 농장의 배는 많게는 17도까지 당도가 올라갔습니다. 맛에 대해서 주변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습니다. 옛날 배맛을 되찾았다는 평도 받았지요. 환경친화적인 농사를 갈망했기 때문에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자연농업 자재를 적극 활용했던 결과입니다. 문제가 된 것은 당도가 올라가니 저장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생긴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방법을 강구중입니다.
생산의 안정성을 위해서 연 2~4회 정도 방제를 합니다만 앞으로 밭을 구분하여 무농약 품질인증을 받고 본격적으로 완전한 친환경농업을 실천해갈 계획입니다.
농장의 환경적 조건에 적극 활용하여 완전한 청정농산물로 전환시켜나가지 않는다면 시장에 자리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있습니다. 저농약 인증배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돌이 오줌을 눈다.
자연농업 연찬을 받으면서 조 회장님으로부터 ‘돌이 오줌을 눈다’라는 표현을 듣고는 무릎을 쳤습니다. 토착미생물을 활용하면 돌도 거름이 된다는 말이 확실합니다. 우리 과수원이 그 증거지요.
3년간 호밀을 재배하고 현재는 자생하는 풀로 초생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단일종의 풀로 초생재배를 할 경우 토양 영양분의 다양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초생재배로 토양에 축적된 영양분과 다양한 돌들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나온 다양한 미네랄들과 조화를 이루어 불과 4~5년 만에 돌밭이 흙밭으로 변했습니다.
간단한 자가배양시설로 양질의 자재생산
산 속에서 나오는 진귀한 열매들이 많습니다. 이것들을 안전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20여만원을 들여 자가배양시설을 갖추었습니다. 항아리와 열선, 교반기, 온도센서, 교반기로 구성된 것인데 시간당 일정시간 자동으로 돌아가고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해 여타의 고가 배양기계에 버금가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1차로 항아리에서 흑설탕을 넣어 각종 천혜녹즙을 만든 후 꺼내어 토착미생물과 함께 배양기에 넣어 1년 정도 숙성을 시키고 2~3천배로 관주나 엽면시비에 약 15일 간격으로 활용을 합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미숙성된 천혜녹즙의 사용으로 생기는 반점들이 거의 발생되질 않습니다.
주변으로 부터 맛과 당도에 대해 높은 평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 방법에 있습니다. 산야에 나는 야생초를 밭으로 끌어들여 자연의 정기가 가득한 영양을 배나무에 공급하는 것입니다.
정리/사진 : 조영상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1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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