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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미국 산삼 이야기도 가장 오래된 비밀 이야기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기는 인삼이 동양, 특히 한국의 약초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이 그 원산지라고 하면 놀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 전 세계 시장에 나돌고 있는 산삼 거의 대부분이 미국산이라고 하면 또 한 번 놀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삼재배와 수출 또한 미국의 숨겨진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라고 하면 더 더욱 놀랄 것이다.
1993년 U.S. Fish & Wildlife Service 통계에 따르면 수출이 허가된 산삼만 건조한 것으로총 110,075파운드(약 50,492kg)를 수출하였고, 재배한 인삼은 1,380,306파운드(약 625,746kg)을 수출하였다. 그래서 Corea, The Hermit Nation 이라는 책을 저술한 William Elliot Griffis라는 분은 “이미 1757년에 이르면 커네티컷과 메사츄셋츠 주에서 난 산삼이 중국 북경과 광동 시장에서 조선에서 수입한 인삼과 나란히 진열됨으로써 미국은 조선과 상업적 경쟁자가 되었다”고 쓸 정도였다. 미국산 산삼과 재배한 인삼 수출양이 저토록 많은 것에 비교하여 중국, 북한, 남한, 시베리아 일부 지역을 통틀어 동양 전체에서는 연간 80파운드(약 36kg) 밖에 안 되는 산삼을 채취한다고 하니, 동양에서는 산삼이 매우 드물고 거의 멸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국과 동양 전체의 산삼 채취량에 그토록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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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산삼이 발견된 경위는 이러하다. 17 또는 18세기 온 세계에 흩어져 선교 사업을 벌이던 예수회 신부들은 선교사일 뿐만 아니라 탐험가요 과학자이기도 하였다. 선교지에서 만나는 진기한 동식물을 서양 세계에 소개하였다. 1711년 4월 중국 북경에서 선교 사업을 하던 예수회 소속 Pierre Jartoux신부는 산삼 그림과 함께 인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편지로 써 보내면서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만일 중국 이외의 다른 곳에서 산삼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면 그 곳은 아마 캐나다일 것이다. 캐나다에서 살던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숲이나 산이 중국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 편지가 17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판되고 그 이듬해인 1714년 영국 런던에서 영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마침 캐나다 몬트리얼 근방에서 선교 사업을 하던 Joseph F. Lafitau 예수회 신부가 이 출판된 편지를 읽게 되어 인디언들에게 산삼을 찾아보게 하였다. 3개월이 지나도 찾지 못하였으나 정말 우연하게도 1716년 이 신부 자신이 짓고 있던 집 근처에서 발견하여 인디언 여인에게 보여주니 인디언 말로도 “인삼”이 맞는다고 하였다. 이렇게 하여 미주 대륙에서 산삼이 발견되고 1700년대 중반에 이르면 프랑스계 캐나다 상인들이 산삼을 대거 수거하여 중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마구잡이로 산삼을 캐어냈기 때문에 덜 자란 것을 포함하여 잘못 말린 불량 산삼이 뒤섞여 수출됨으로써 곧 이어 캐나다산 산삼은 질이 좋지 않다고 인기가 떨어짐과 동시에 산삼이 거의 멸종되어 캐나다 산삼수출사업은 붕궤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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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서도 숲속의 황금인 산삼 채취가 성행, 곧바로 1757에 산삼을 가득 실은 배가 뉴욕 허드슨 강을 거쳐 유럽 암스테르담과 런던에 도착하였고, 유럽 중개상인들의 손을 거쳐 중국에 수출되었다. 미국 독립전쟁 직후 미국은 중국과 직접 교역이 시작되어 1784년 2월 뉴욕을 떠난 산삼 수출선이 같은 해 8월 중국 광동성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하여 북위 30도에서 50도 사이에 자리 잡은 미국 34개 주에서 산삼을 채취하여 중국과 동남아로 대량 수출하게 된다. 미국의 서부 개척로를 뚫었다는 저 유명한 Daniel Boone(1734-1820)이라는 사람도 산삼 교역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미국인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놀랍게도 120년 동안 약 2천만 파운드(만일 생삼이라면 약 6천만 파운드에 이른다)를 중국에 수출하였다고 한다. 1860년경에 이르면 미국에서도 산삼이 귀해지고 1885년부터 위스콘신 주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인삼재배가 시작되었으며, 산삼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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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참고삼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산삼법의 골자를 소개해 보면 이러하다. 먼저 U. S. Fish & Wildlife Service에서 산삼채취허가증을 발급받고, 첫째 산삼채취 시기는 8월 1일부터 11월까지이고, 4월 1일부터 8월 1일 까지 산삼을 채취해서는 안 된다. 둘째 오직 성숙한 것(즉 반드시 3枝 5葉)인 것과 붉은 씨를 맺은 것만 채취할 것. 셋째 산삼을 채취하는 사람은 채취한 산삼의 씨를 반드시 그 주변에 잘 심어줄 것이다. 이 산삼법을 보면 옛날 중국이나 한국의 이른바 “심마니 정신”의 골자와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법 없이도 산삼 자원을 잘 보존해 가면서 자연의 혜택을 누렸던 것이다. 옛날 중국 심마니들의 산삼채취 모습을 지켜보면서 글로 남긴 러시아사람 Nickolai Baikov의 기록을 보면 중국 심마니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 골자는 목욕재계하고 기도로써 오직 순수하고 덕스러운 사람에게만 현몽으로 알려준다는 이야기와 채취시 지켜야 할 일들이 우리가 늘 들어오던 한국의 심마니 정신과 다르지 않으며 또한 위에 말한 산삼법의 내용과도 일치하는 것을 보게 된다. 산삼 채취 시기는 가을에 산삼 나무 잎이 이울 무렵이 가장 좋다고 하며 이때의 약효도 산삼 뿌리에 집중되어 가장 강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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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산삼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왜 1900년대 초에 이미 동양에서 산삼이 거의 멸종되다시피 하였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심마니 정신이 사라진 때문이 아닌가 싶다. 혹시 우린 산삼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아무 때나 캐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산삼 씨가 맺기 전에 캐내기 때문에 산삼 씨를 산삼 캐낸 주변에 심어줄 길이 없다. 몇 해 전 KBS 1TV "6시 내고향” 가운데 “멍석을 깔아드립니다” 라는 프로에서 어느 분이 산삼이 한 창 자라야할 시기에 큰 것에서부터 어린 것까지 대여섯 뿌리를 캐어 주욱 멍석 위에 늘어놓고 자랑삼아 그 산삼으로 효도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시청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간혹 운이 좋아 산삼 캔 이야기를 볼 수 있는데, 아무 때나 가리지 않고 만나기만 하면 “심봤다!”고 소리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도 “심마니 정신”을 실천하지 못할 바에는 저 귀한 산삼 자원을 보전하기 위해서 산삼법을 제정해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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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더 하자면, 미국산 산삼과 동양(한국)의 산삼을 비교하여 미국산 산삼은 약효가 덜하다는 것이 사실인가 물론 미국산 산삼의 학명은 Panax quinquefolium 이라고 하며 북위 30도에서 50도에 이르는 남부 캐나다와 미국 동부와 중서부에서 주로 많이 돋는다. 아시아 산삼은 Panax ginseng 또는 Panax shinseng이라고 하며 역시 북위 30도에서 50도에 이르는 중국 만주, 한국, 시베리아 일부 산악지역에서 돋는다. 아시아 산삼은 그 생김새가 미국산 산삼과 비슷하나 미국 산삼보다 좀 더 가늘고 길다고 한다. 또 어느 아시아 산삼은 붉은 열매를 맺는 대신 노란 열매를 가진 것도 있다고 한다. 그 돋는 생태환경은 미국산삼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아시아 산삼은 여러 다른 종류들이 있는데 중국에 돋는 것, 아프가니스탄과 네팔 등 동부 히말라야에 돋는 것, 그리고 일본에 돋는 것이 그것이다. 일본산 산삼이 가장 그 질이 떨어지는데 그것은 일본 토양이 돌이 많고 알칼리성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미국산 산삼과 아시아산 산삼을 비교하여 어느 것이 더 낫고 어느 것이 못하다고 할 수는 없고 단지 그 약효에서 성질이 다르다고 한다. 어느 산삼이나 주성분인 진세노사이드를 다 함유하고 있으나 아시아 산삼은 좀 더 흥분 성분(stimulants)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고, 미국산산삼은 진정 성분(relaxants)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쉽게 비유해서 말하자면 미국산삼은 음(陰)에 속하고 아시아산삼은 양(陽)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약효를 보려면 내 건강 상태와 체질에 따라 조화를 이루도록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산삼이 많이 돋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산삼을 만난 적이 있는가 아마도 자신이 순수하지 못하고 덕스럽지 못해서 그런지 20여년을 산 속으로 쏘다녔지만 한 번도 우연으로라도 산삼을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동북 펜실베이니아에 살 때 토종꿀을 사러 갔다가 꿀 파는 집에서 인디언들이 캐어 온 산삼을 모아 두고 파는 것을 구경하였다. 10여 년 전인데 한 파운드에 320불이었다. 그래서 60불 어치를 샀는데 양 손에 받을 만큼 되었다. 그런데 쉽게 살 수 있어서 그런지 귀하다는 느낌이 없었고 형님 벌 되는 분의 형수님이 쓰러진 적이 있어서 모두 그 분에게 선사하였다. 또 아는 분 한 분이 자기는 지금이라도 어느 산에 가면 30뿌리는 캘 수 있다고 하면서 뒤뜰에 옮겨 심어 놓은 것 가운데 한 뿌리를 캐어주어 먹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미국인 죠라는 버섯 선생님이 산삼을 늘 캐러 다녔고 역시 최근에도 만났다 하면서 산삼 잎과 산삼이 많이 돋는 곳에 함께 돋는 고사리 종류를 가지고 와서 주립공원 지도상으로 어디쯤에서 산삼을 캐었다고 알려주기 까지 하였지만 역시 만나지 못하였다. 덕이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다가 바로 산삼 철에 뽕나무버섯이나 잎새버섯이 엄청나게 많이 돋기 때문에 버섯에 눈에 팔려 산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참 켄터키에 사시는 백향목님이 작년에 영지버섯과 함께 산삼 몇 뿌리를 보내주셔서 지금도 가지고 있다. @
(참고문헌: Kim Derek Pritts, Ginseng: How to Find, Grow, and Use America's Forest Gold, Stackpole Books, 1995)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5.24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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