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수매하는 날.
이른 아침부터 농협 마당에 건고추 실은 농부들의 트럭과 경운기가 들어 온다.
예전에는 수매하는 날이면 왁자지껄한 분위기라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늙은 농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두런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담배 한 대 꺼내 문 나이든 농부에게 물어본다.
“수매가가 어때요?”
“좋은 건 6300원, 그 다음 건 5600원 이랴.”
“값이 형편 없네요.”
“그래도 이 값이나마 수매 내니 다행이야. 올해 고추가 풍년이라 어디 금이 있어야 말이지.”
“한결이네는 고추 수매 안혀?”
“예, 저희 건 유기농인데 농협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인정하지 않아서요. 제가 알아서 팔아아죠.”
“그려, 그건 또 그런구먼. 머하러 햐, 알아주지도 않는 친환경, 고생만 하는 걸.”
“...”
고추가 풍년이라서 금이 없는 건가 밀려 드는 중국산 고추 때문에 금이 없는 건가?
나이든 농부는 풍년 탓을 한다.
젊은 농부는 수매를 해도 수매에 낼 수도 없다. 친환경 고추를 어디에 팔아야 할까?
고추값이 근당 만원은 해야 생산비와 자기 품값 정도 겨우 건진다는 것이 농부들이 늘 하는 이야기인데 생산비도 못 건지는 수매가에 고추를 넘긴 농부는 내년에도 또 고추 농사를 지을까?
늙은 농부나 젊은 농부나 흥겨워야할 고추 수매날, 한숨 쉬며 커피잔만 홀짝인다.
유문철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5.11.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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