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누구도 기뻐하거나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은 풍성함보다는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여름의 상처로 시름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일, 채소 등 모든 제사용품이 선뜻 사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고, 국민 양념 고춧가루는 어쩔 수 없이 수입산으로 눈을 돌릴 처지가 되었다. 농민들은 수확량 감소와 상품성 저하로 1년 농사의 결과가 처참한 지경이다.
이쯤에서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국산 농산물의 품귀현상과 가격폭등이 정말 자연재해 때문만일까?
지난여름, 폭염과 폭우 이어지는 태풍. 참으로 많은 재해가 휩쓸고 지나갔다. 특히나 이상기온이라는 이례적인 폭염은 사람도 산천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자연재해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인재가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공산품처럼 찍어낼 수 없는 농산물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확은 하늘에 달렸다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생존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하에 최소한의 식량보호 저지선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이만큼은 스스로 자급해야 한다는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보전하고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연재해나 국제관계의 부침속에서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시간 농업의 마지노선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것이 인재의 시작이다.
http://news.zum.com/articles/23232377 |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양정자료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3%로 사상 최저치다. 1970년만 해도 80%가 넘었다. 식용과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을 보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23.6%에 불과하다. 두 지표 공히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식량자급률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1]
자급률이 45.3%라는 숫자는, 식량 수입이 없다면 2명 중 한 명은 굶는다는 의미다. 올해처럼 자연재해가 지속될수록 그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이상기온으로 자국민이 먹을 식량도 부족한데 어느 나라가 수출을 감행하겠는가.
한 나라의 영토가 이웃 나라와 공유될 수 없듯이 식량도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식량은 한 국가의 지속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한 축이다. 그렇기에 식량에 주권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식량 주권’의 문제는 1997년 소농들의 국제적 연대기구인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ina)가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식량주권이라는 대안을 제기하였고, 2000년대 이후 일상화된 세계 식량위기는 농산물 자유무역과 변질된 식량안보론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불러 왔다. 식량의 부족과 가격폭등은 무역을 통한 해외조달에 먹거리를 의존하는 것이 더 이상 안정적이지 못하고,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의식을 확산시켰다." [2]
전농, 전여농을 비롯한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 농민지도자들이 지난달 27일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량위기의 유일한 해법은 식량주권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식량난은 자유무역의 논리로 해결될 수 없고, 자급을 전제로 한 식량 주권의 문제는 한 개인의 소비자나 농민, 농가가 노력해서 이뤄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의 장기적이면서도 지속적인 투자와 정책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먹을거리 문제에서만은 경쟁과 수익 논리가 아닌 공존의 논리와 철학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기에 농업은 여타 다른 산업과는 달리 공공재의 영역으로 인정하고 접근하여야 한다, 시장경제의 논리에 맡겨두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입하고 보호하고 육성하여야 한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생계를 보호해야 하고 생산된 농산물의 최저가격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그렇게 최소한의 자급의 발판을 만들어내고 점차 탄탄하게 식량주권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 당장 적극적인 개입을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의 대한민국에 농업은 소멸하고 없을 것이다.
[1] 『프레시안』 2014.04.29.
[2] 『민중의 소리』 2012.11.01
이경희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8.09.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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