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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업으로 사과농사를 지어 연매출 2억 원을 올리는 한성현씨(충남 당진군 석문면 통정리).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보다도 많다. 과연 그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은 소득을 올리게 됐을까.
“과연 무슨 차를 타고 올까?”
안개가 자욱한 지난 10월27일 아침, 충남 당진 농업기술센터 앞에서 한성현 씨를 기다리며 기자는 이런 상상을 했다. 연매출 2억 원이라면 최소한 에쿠스 정도는 타고 오겠지, 아니야 지방에도 수입외제차를 심심찮게 보는데 혹시?
결과는 아니올시다였다. 한씨는 플래스틱 사과박스를 가득 실은 2.5톤짜리 트럭을 타고 나타났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러니까 사과 농사 시작한 지 5년 여만에 증산왕이 되고, 장관상을 수차례 타고 그럴 수 있었겠지.... 한성현 씨는 그런 사람이었다.
충남 당진군 석문면 통정리에 있는 사과농장 한성농원 소유주. 47세. 충남 당진 태생. 청년시절 아버지를 도와 해태 사업을 하던 중 가산이 기울어져 88년부터 사과 농사 시작. 3년 만에 첫수확, 주당 15kg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95년 예산 능금품평회 증산왕을 비롯 금상 8차례 수상, 농업인 대상, 새농민상 등 농림부장관 표창 2회. 단위 면적당 12톤이라는 신기록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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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 이런 놀라운 기록을 세운 걸까. 농원 안에 있는 그의 아담한 이층집 안방에서 한씨와 마주 앉았다. 인터넷이 안되는 컴퓨터, 자그마한 TV, 오래된 장롱....그럴 듯한 가구하나 없다. 검소한 생활이 느껴진다. 책상 위 상패들이 그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말해주고 있다.
- 좋은 차를 타고 마중 나올 줄 알았습니다.
“시골에서 그런 차 타고 다니면 욕 먹어요.”
한성현 씨. 흔들리지 않는 시선, 다부진 입술, 남자다움이 한껏 풍기는 마스크이다. 훨친한 키에 반듯한 상체, 단단히 땅을 딛고 선 하체에서 힘이 느껴진다. 한성현씨는 지난 10월26일 있었던 예산 당진 능금품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소감은?
“여러 번 타서 새삼스러울 건 없어요. 제가 금상을 8번인가 탔어요. 10년 전에 증산왕도 했고요.”
-어떤 사과가 상을 탑니까?
“전체 모양이 장원형으로 가로보다는 세로로 길어야 합니다. 빛깔이 후지 고유의 발가스레한 빛을 띄어야 합니다.”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한 거 밖에는요.”
한씨는 끝까지 비결이 없다고 잡아뗀다. 기자는 과묵한 시골 남자에게서 원하는 답을 끌어내기 위해 온갖 재롱을 다 떨어야 했다. 그래서 나온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꼭 해야 할 것을 미루지 않고 그 때 그 때 제 때에 해주는 겁니다. 단 하루라도 늦추지를 않아요. 적뢰를 제대로 해주고 토양관리에 정성을 기울이면 좋은 사과가 나옵니다. 6년 전까지 밭에 거름, 석회를 넣고 포크레인으로 자주 갈아주었습니다. 최근 6년간 그걸 안 해주니까 잎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연매출 2억 원이라면 대단한 액수인데요. 생산비는 얼마입니까?
“매출이 2억 원이 못될 때도 있고... 자연농업으로 하니까 농약값이 안들어가서 별로 드는 게 없어요. 인건비하고 박스값, 비료값 정도해서 2천만 원 내외입니다.”
-돈 많이 버셨겠네요.
“(웃으며) 그렇지 못해요. 빚이 많아서 그거 갚느라고...”
농기계 값이 만만치 않고, 아버지가 선거에 나섰다가 큰빚을 많이 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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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왕의 농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한씨와 함께 안방을 나와 집 바로 옆에 있는 농장으로 가보았다. 농장은 방금 청소를 끝낸 듯 깔끔했고, 나무들은 사열 병사들처럼 줄 맞춰 서 있었다. 건강하고 풍성했다. 수확을 눈앞에 둔 주먹만한 사과들이 금방이라도 땅에 떨어질 듯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하다못해 색깔을 내려고 바닥에 깔아놓은 은박지의 크기도 보기 좋을 만큼 일정했다. “아 바로 이거로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농장은 집안 대대로 내려온 땅이다. 처음엔 담배농사를 했다. 한씨가 사과농사를 지으며 조금씩 넓혀 나갔다. 현재 7천 평이다. 후지 60%, 아오리 20%, 홍로 20%이다.
서해 개펄과 인접한 비탈진 양지 바른 곳에 위치한 반듯한 땅이다. 품종과 나이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그루에 수십 개가 열린 나무가 있는가 하면 어떤 나무는 사과가 하나도 없는 것도 있었다. 계속 새품종을 시험 삼아 키우며 연구하고 있는 중이란다.
그 역시 처음에는 관행으로 지었다. 88년 첫식재 후 3년간은 수확이 전혀 없었다. 김 양식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사과 기술을 배우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수원의 농촌진흥청에서 4박5일간 사과교육을 받았다. 그때 원예학 박사들이 하는 말과 노하우를 그대로 과수원에 적응시켰다. 가지를 늘어뜨리는 염지법, 나무 줄기를 일정하게 벗겨내는 환상박피 등을 그때 배워서 했다.
“새벽부터 밭에 나가 어두워서 앞이 안보일 때까지 일했으니까요. 이것만이 살 길이라는 일념으로 일했습니다. 91년 첫수확을 했는데 주당 15kg이라는 기록을 세웠어요. 96년, 97년에는 단위 면적당 12톤이라는 기록도 나왔고요.”
그러던 중 정부의 권유로 친환경 농업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98년 품질인증을 받고 2000년에 저농약 인증을 받았다. 이 무렵 석문사과작목반장으로 있는 최성태 씨를 만났다. 최씨는 한씨보다 네살 위다. 괴산에서 자연농업 교육을 받고 자연농업으로 사과농사를 짓던 최씨가 한씨를 자연농업으로 이끌었다.
“그 형님(최성태) 덕이 큽니다. 저한텐 은인입니다. 형님 소개로 괴산에서 기본 연찬(117기)과 전문연찬을 받고 자연농업으로 돌은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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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개인적으로는 자연농업이 어렵고 힘이 든다고 말한다. 관행의 경우 문제만 생기면 농약을 치면 됐지만 자연농업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자재를 일일이 만들어서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과 정성이 더들어간다고.
-친환경 자재는 어떤 것들을 사용합니까
“갈대 발효, 해초액, 동자액, 쑥. 미나리. 아카시아꽃. 민들레 등 천혜녹즙입니다. 바닷물을 정제해서 쓰고요. 제초제는 절대 쓰지 않습니다. 마늘 생강 계피 당귀 감초를 넣은 한방영양제를 연 5회 정도 살포합니다.”
-애용 자재는?
“동자액은 진짜 좋아요. 적과 열매를 따서 설탕과 반반씩 넣으면 녹즙이 됩니다. 그걸 물에 100배 희석해 뿌려줍니다.”
-연중 토양관리는?
“유기자재 퇴비, 갈대 썪은 거, 석회 계분 돈분도 넣고 포크레인으로 갈아 엎었어요. 6년 동안. 그러고 나서 6년간 안하니까 잎이 많이 떨어졌어요. 거름이 많으면 웃자라서 걱정이고 색도 안납니다. 내년에는 굶겨야겠어요.”
-개화 촉진 방법은?
“없어요.”
-동절기 냉해 방지는?
“이곳은 해양성이라 기온이 꾸준해요. 겨울에도 그렇게 낮지가 않아서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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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을 크게 하는 방법은?
“동자액을 꽃봉오리가 조금씩 보일 때 1회 뿌려주고, 만개 시에 1회 해서 2번 뿌려줍니다.”
-과일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한방영양제, 미네랄E, 사과식초 등을 줍니다.”
-당도 향상을 위해서는?
“마찬가지에요.”
-문제 질병 극복은?
“저희 밭에 요즘 문우병이라고 나무의 밑둥 부분에 곰팡이가 껴서 썩는 병이 돌아요. 방법이 없어요. 흙을 파고 새흙으로 덮어 봐도 효과가 없습니다. 미생물, 황토 등을 써보기도 했지만 안되네요.”
한씨는 자신만의 특출난 농사법이 있을 리가 없고 다른 농산물과 차별성을 갖는 것도 없다고 겸손해 한다. 굳이 있다면 위에서 잠깐 언급한 제 때 해줄 걸 제 때에 해주는 것 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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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이란 곳이 지역 특성상 사과 농사에 적합해요. 해발 300m 고지이고, 강우량이 1000mm 이상 돼서 좋습니다. 단지 이태리나 프랑스처럼 교대기 때인 6월에 비가 오지 않으면 좋은데 우리는 그때가 장마철 시작이라 그게 좀 안 좋아요. 꽃눈이 만들어지는 시기엔 가물어야 하는데 비가 오니까 줄기가 2차 성장을 해버려서요.”
한씨는 기자에게 사과나무의 줄기 끝을 보여주며 “이게 2차 성장을 한 부분입니다. 이러면 안되고 요거 처럼 끝에 꽃이 펴야 합니다 ”라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한씨는 당진 사과는 저장성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첫수확을 11월5일에 하면 내년 추석까지 생생하다고. 다른 지역 사과는 그에 비해 저장성이 짧다고 한다.
한성현 씨는 올해 농사는 그럭저럭 성공이라고 자평한다. 한씨는 판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한씨의 사과는 전량 서울청과에서 구매해간다. 한씨는 앞으로 걸어다닐 힘만 있다면 사과농사를 짓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시상 내역
1995 예산 능금 증산왕
1999 전국 우수과일 품평회 대상 (농림부장관 표창)
2000 농업인 대상 (농림부장관 표창)
2003 새농민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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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현씨 부인이 말하는 내 남편 한성현
한성현 씨 부인 윤미순 씨(43)는 꽤 미인이다. 다소곳하고 내조를 잘하는 현모양처 형이다. 한씨가 성공 비결을 말하기를 꺼려해 윤씨에게 대신 물어보았다.
“옆에서 보면 남편은 적당히 넘어가는 법이 없어요. 전 몸도 힘들고 그 정도는 안 해줘도 될텐데 하고 넘어갔으면 하지만 남편은 그런 걸 용납 안 해요. 꼭 할 건 합니다. 아마 그런 게 남다른 거 같아요. 그리고 여러 차례 상을 받으니까 이제는 어떤 종류의 사과를 내면 상을 받을 지 그걸 아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한씨는 “상 받는 사과”를 알고 있다는 얘기이다. 자그마한 체구의 윤씨는 일만은 남자 못지 않게 억척스레 잘한다. 남편과 둘이서 농장 일을 다 커버할 정도이다. 시아버지 모시고, 남편, 자식 돌보면서 농사까지 짓는 등 1인 3역을 한다. 얼마나 일을 많이 했으면 허리 디스크 수술까지 받았겠는가. 하지만 이젠 연봉 2억 원의 안주인이 됐으니 신상에 뭔가 달라질 만도 하다.
-이제는 좀 편안하게 살 수도 있지 않나요?
“아직 그렇지 못해요. 갚을 빚도 좀 있고요. 여전히 밭에 나가 남자하고 똑같이 일해요. 전정도 하고요. 부직포 씌울 때가 가장 힘드네요. 일 년에 두 번씩 씌우고 베끼는 작업이 힘들어요. 그 일은 사람 시키기도 뭐하고...”
윤씨도 당진 출신이다. 대호면이다. 27살에 중매로 한씨를 만났다. 결혼 후 현재 사는 집으로 들어왔다. 남편은 형제가 많다. 7남매이다. 8년간 시동생도 같이 살았다. 언제나 식구가 10명이 넘었다. 밥 해먹이고 밭일 하고 그렇게 정신없이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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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나가서 살고 싶지 않으세요?
“한때는 도시 생활에 대한 동경도 있지만 이제는 다 포기하고 살아요. 아이들이 고등학교(아들), 대학교(딸)에 다니는데 다 크면 농사일을 줄이고 싶어요.”
한씨에게 아내에게 잘 해주느냐고 묻자 “그럼요, 유럽여행도 같이 갔다오고 잘 해주지요”라고 대답했다. 윤씨는 "성격이 무뚝뚝하고 다혈질이에요. 할 얘기를 잘 못하고 살아요”라며 슬그머니 불만스런 부분도 비춘다.
한씨 부인은 노래도 잘한다. 보통 잘하는 것이 아니다. 올해 예산 당진 능금품평회 노래자랑시간에 나가 노래를 불러 다용도백을 타기도 했다. 충청남도 농업경영인대회에서 금상 수상 등 각종 노래자랑대회에 나가 입상을 했다. 집안이 다 노래를 잘한다고 옆에서 한씨가 거들었다.
농장명: 한성농원
농장주; 한성현
농장규모: 7천평
재배작목: 사과
연락처: 011-705-9243
오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5.11.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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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현#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