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www.jadam.kr 2005-12-03 [ 오현주 ] 김천환 씨가 생육 중인 동충하초와 꽃송이버섯을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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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버섯 보다 항암 면역 강화물질이 3배 이상 많다는 기적의 버섯, “꽃송이버섯”의 대량 재배에 성공한 김천환 씨. 그는 또한 동충하초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버섯 전문가이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동충하초란 버섯을 소개한 이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그 주인공은 올해 마흔 한 살의 젊은 생물학자이자 “자연을 닮은 사람들”(www.naturei.net)의 후원 회원이었다. 김천환 씨. 그는 충남 서천군 마산면 소야리에서 “가야생물”이란 버섯 농장을 경영한다.
지난 11월 말, 김씨의 농장을 찾았다. 서천 IC에서 서천 시내로 진입하는 지방도변 낮은 산자락에 자리잡은 김씨의 농장은 새로 지은 듯 깔끔했다. 농협 창고 같은 커다란 건물들이 서너 채 들어서 있었다. 김씨의 부인 신미숙 씨가 마당 한켠에서 플래스틱 병들을 물로 세척하고 있었다. 김씨의 안내로 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버섯 냄새가 코를 찔렀다. 컴퓨터가 놓여있는 복잡하고 비좁은 사무실에 김씨와 마주 앉았다.
-농장이 마치 바이오 벤처 회사 같네요.
“서산에서 얼마 전에 이사를 와 아직 정리가 안됐어요. 재배하우스도 옮겨야 하고...”
건물 한 동은 숙소 기숙사 실험동으로 쓰고, 나머지 두 동엔 각각 배양실 실험실 살균실 기계실 생육실 균사체 및 자실체 생산장치 냉난방장치 항온항습장치 공조설비 액체종균 및 회전배양기 등이 들어서 있다. 기계 하나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것들이라고 한다. 원래 식품회사였던 공장 시설을 김씨가 사 들였다. 충남 공주에도 김씨의 연구실이 있다. 그곳에선 혈당 혈압 조절에 효력이 있는 신기능성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 ⓒ www.jadam.kr 2005-12-03 [ 오현주 ] 동충하초. 누에 유충을 숙주로 해서 자란다. 삼계탕을 끓일 때 동충하초와 가시오갈피를 넣으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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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충하초란 말을 처음 썼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89년도의 일입니다. 야외버섯 채집을 나갔다가 곤충의 죽은 몸에서 버섯이 자라는 걸 봤어요. 처음에는 미생물농약으로 개발할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곤충이 죽은 상태라는 점에서 버섯균을 이용하면 곤충을 없앨 수 있겠다는 거였지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동충하초란 말이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문헌이나 연구 발표도 없었다. 김씨는 중국과 일본의 관련 문헌들을 찾아 그것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들 나라가 쓰는 그대로 동충하초라고 옮겨놓았다는 것이다. 동충하초(冬蟲夏草)란 겨울엔 곤충의 몸에 기생하다가 여름에 버섯으로 자라나 풀처럼 된다는 뜻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용충초라는 말이 더 나을 듯 싶어요. 번데기 용자에 벌레 충, 풀초를 쓰는 겁니다. 제가 재배하는 동충하초는 중국과 일본의 동충하초와는 종이 다른 것으로 누에번데기를 이용합니다.”
물론 그 이전 우리나라 한방에도 동충하초는 있었지만 오늘날의 동충하초와는 전혀 다르다고 한다. 누에번데기를 숙주로 쓰는 탓에 김씨의 생육실엔 번데기 냄새가 진동했다.
동충하초엔 인간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코니세핀이란 천연항생물질이 들어 있어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일부에서 동충하초를 만병통치약인 듯 잘못 인식하고너나할 것 없이 건물을 짓고 버섯을 재배하던 시기도 있었다. 대부분이 재배 방법이 허술해 얼마 가지 못해 문들을 닫았고 현재는 거래처가 확실한 몇 군데만 살아 남았다고 한다.
김씨는 한 달에 약 500kg의 동충하초를 생산해 전량 건강식품회사에 납품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750만 원. 그러나 생산비가 70%에 달해 순이익은 적은 편이다.
김천환 씨는 최근에 “꽃송이버섯”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무려 4년여의 긴시간 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뤄낸 값진 결과이다.
“꽃송이버섯에는 암을 비롯해 생활습관성 병을 막아주고 신체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글루칸의 함량이 아가리쿠스버섯(신령버섯)의 3배 이상 들어있습니다.”
글루칸은 인터페론의 기능을 강화시켜 불순세포들을 공격, 항암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여진다. 일본은 꽃송이버섯을 감염균의 저지, 알레르기, 수술 후 회복 뿐 아니라 방사선 치료시 보조요법 등으로 권장하고 있다.
“꽃송이버섯은 상황버섯 등 다른 기능성버섯과 달리 향이 시원 달콤하고 씹는 맛이 아삭아삭해 생식도 가능해요. 음료 차 분말 등 가공 제품과 생식용이 동시에 소비될 경우 성장 잠재력은 무한합니다.”
김씨는 최근 국내의 한 생명공학 벤처기업과 꽃송이버섯의 상품화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이용한 가공품 개발을 위해 조선대 등 2개 대학과 연구팀을 구성하고 공동 연구 중이다.
꽃송이 버섯은 하얀 꽃잎이 무리지어 핀 한 송이 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송이버섯과 유사한 맛과 향을 지녔고, 기능성이 우수하여 약용과 식용을 겸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환상의 버섯”이라고까지 불리며, 현지 가격이 1kg 당 100만 원이나 한다고.
 | ⓒ www.jadam.kr 2005-12-03 [ 오현주 ] 김씨의 부인 신미숙 씨가 동충하초를 길렀던 플래스틱통을 세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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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이버섯은 아시아, 유럽, 구미지역의 침엽수림 지대에 주로 분포하며, 광릉수목원을 비롯, 오대산 등지의 낙엽송과 전나무림의 고목에서 발견된 바 있다.
1997년 일본의 후꾸시마가 처음으로 재배법을 안정화시켜 균상재배를 성공하였다는 신문보도 이후 우리나라도 연구기관을 비롯하여 여러 농업인들이 인공재배를 시도하였으나, 대량생산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제가 수년간 연구한 바로는 꽃송이버섯의 인공재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지 영양원의 조성입니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배지발효 기술을 적용, 비교적 안정된 재배기술이 확립되어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꽃송이버섯은 기존의 버섯재배 방식으로 키웠다간 1백 프로 실패한다고. 환기도 안되고, 물도 주면 안되고, 온도 변화가 있어서도 안된다. 게을러야 한다는 것이다. 꽃송이버섯 재배 과정을 보면 낙엽송 톱밥을 고온 발효(72도에서 24시간)한 후 입병-살균-접종-배양-생육-수확-건조의 순이다. 12월에 원료를 수집해 이듬해 여름~가을에 수확한다.
현재는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지만 생산비를 낮춰 대중화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김씨는 꽃송이버섯이 동충하초, 상황버섯, 신령버섯 등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기능성 버섯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0여 년 간 오로지 버섯만을 연구한 버섯전문가이다. 그는 동충하초 속균의 균사체 및 자실체 생산, 상황버섯 생산, 버섯류의 가공방법 등에 대한 특허와 기술을 여럿 소유하고 있다. 혈당 및 혈압 조절이 가능한 기능성 버섯의 용도와 활용에 대한 특허를 출원 중이기도 하다.
김씨는 충남 서산 출신으로 서산농고, 강원대 농생물학과를 나와 현재 조선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동부한농에서 8년간 근무했다. 외국어 실력이 탁월해 주로 해외파견근무를 했다고 한다.
버섯전문가답게 부부의 연 역시 버섯으로 맺어졌다. 김씨는 꽃송이버섯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이 동호회 오프라인 모임에 신미숙 씨가 참가했던 것.
신미숙 씨는 서울에서 컴퓨터 강사, 대기업 비서직 등을 지냈다. 늘 시골생활을 꿈꾸던 신씨는 버섯을 기를 요량으로 인터넷 버섯 동호회를 찾던 중 김씨의 동호회를 발견했다. 김씨는 신씨가 구상하는 미래의 삶의 조건에 부합되는 인물이었다. 누구보다 버섯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는 점, 충남 서산에 버섯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 그것이다.
신씨는 “처음 만났을 때 버섯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과적으로 제가 이 사람을 찍은 셈이지요” 라며 웃었다. 이후 두 사람은 일본 군마현의 꽃송이버섯 재배단지를 함께 견학가기도 하면서 가까워졌다고 한다.
신씨는 하루 종일 김씨의 손발이 되어 농장 일을 돌본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동충하초를 기르고 난 플래스틱 병을 물로 세척 중이었다.
 | ⓒ www.jadam.kr 2005-12-03 [ 오현주 ] 김천환 씨는 버섯 연구만 20여년을 한 버섯 전문가이다. 버섯 특허를 여러개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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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인터넷상의 자연농업 메카이자 도농간 직거래장터인 “자연을 닮은 사람들”의 후원 회원이기도 한다. 김씨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자연을 닮은 사람들 홈페이지를) 봤어요. 건강한 먹거리를 다루는 곳이라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비교적 체계적으로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후원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자연농업 같이 친환경적으로 농사 짓는 이들에게서 도움을 얻는다는 말을 한다. 그들은 과학자들이 뒤늦게 연구하는 것들을 오래 전부터 농사에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 체계화돼 있지 않다는 것 뿐이라고. 김씨는 “산에 들어가 약초를 연구하는 분들이나 시골에 사는 알아주지 않는 분들은 우리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알고 계세요. 그것들이 과학적으로 규명이 안 돼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그 분들에게서 도움을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농장은 얼핏보면 평범한 과수 창고 같다. 그러나 그 속에는 고부가 가치의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버섯들이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꽃송이버섯들.
http://www.naturei.net/PHOTO_IMAGE/content/content_5584 http://www.naturei.net/PHOTO_IMAGE/content/content_5583 농장명: 가야생물
농장주: 김천환
재배작물: 버섯
홈페이지: www.gayabio.com
연락처: 011-9796-0101
오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5.12.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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