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껍질째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배는 이제까지 껍질을 벗겨 하얀 속살처럼 드러난 부분만을 먹어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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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햇빛이 찬란했던 오후에 경상남도 울주군 서생면의 김경래씨의 배과수원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있었고 때마침 배 수확이 한창이었습니다.
농민과 함께 배 과수원을 걷고 있는데 배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모습이
연인 같기도 하고 우애 좋은 형제처럼 다정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후 햇빛에 반짝이는 배의 모습에 감탄하다가 맛은 과연 어떨까 하는
생각에 먹어보기를 청했더니 농장주이신 김경래씨가 선뜩 하나를 따줍니다.
그러더니 일하면서는 깍지 않고 그냥 먹는다면서 깍지 않고 먹어보라고 하더군요.
그전까지 한 번도 껍질째 먹어본 적이 없었으니 껍질째 먹는 배는 첫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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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째 먹는 배 맛은 어땠을까?
이제까지 먹어본 배와는 분명 달랐습니다.
아삭하고 한입 베어보니 입 안 가득 꿀맛 같은 과즙이 목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그리고 이어서 껍질의 맛이 느껴집니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워서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단지 껍질과 배 속살이 씹히는 맛은 이제까지의 배맛과는 전혀 다른 미지의 맛이었습니다.
사실 그 후로 대부분 과일은 껍질째 먹고 있는데요.
배의 경우에도 아사 아삭 하고 오히려 씹히는 맛이 있어 더 맛있었습니다.
배를 껍질째 먹는 것이 맛있다고 해도 반론을 이야기 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껍질째 먹어본 사람이 없을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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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뿐만 아이라 껍질을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면 껍질째 꼭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과일은 껍질에 엄청난 영양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 진흥청의 자료에 따르면 과일의 껍질에는 생리활성 물질과 다량의 섬유질이 함유돼 있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체내의 노폐물이나 독성물질을 배설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합니다.
둘째, 깎는 번거로움이 없습니다.
배나 사과 같은 과일을 먹으려면 항상 껍질을 깎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껍질째 먹으면 그런 수고로움이 간단히 해결됩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과일 소비가 1975년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에 있는데 그 이유가 "껍질을 벗기는 것이 귀찮아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깎은 과일이나 과일젤리들이 잘 팔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과일을 껍질째 먹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침체된 국내 과일시장을 살리는 중요한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과일을 아껴 먹을 수 있습니다.
배 하나를 가지고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530g짜리 보통 크기의 배를 깎아서 껍질 무게를 측정해 보니 약 50g이 됩니다.
즉 과일 껍질로 나가는 것이 10% 정도입니다.
10개를 먹으면 500g 즉 배 하나가 껍질로 사라집니다.
그러니 껍질째 먹으면 영양도 많이 섭취하고 과일도 한 개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넷째 쓰레기가 줄어듭니다.
요즘 사람들이 과일을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과일을 먹고 나오는 껍질쓰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일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하기도 힘듭니다.
껍질이 우리 배속으로 들어가면 우리 몸에 좋은 영양이 되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으니 자연도 좋고 사람도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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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가 있는데 바로 껍질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잔류농약 문제입니다.
하지만 같은 농산물의 경우에도 채소처럼 껍질을 벗길 수없는 것은 모두 그냥 먹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역시 배추의 껍질을 벗겨서 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이제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면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사실 건강에 좋지 않은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햄과 소시지에 들어가 있는 화학색소와 설탕
그리고 알 수 없는 첨가물들의 조합인 가공식품들에 비하면 잔류 농약은 큰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과일이나 채소를 흐르는 물에 몇 번 씻은 다음
식초나 소금을 탄 물에 5∼10분 정도 담갔다 씻으면 잔류 농약의 대부분이 씻겨 내려갑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같은 가공품 속의 유해물질은 물에 씻을 수도 없습니다.
과일껍질을 먹으면 이런 식품으로 쌓인 독성물질과 노폐물을 씻어 낸다하니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 사람일수록 과일 껍질을 먹어야 몸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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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배 껍질을 벗겨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편견에 불과합니다.
배껍질을 벗겨 먹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과거에 그랬기 때문에 관습처럼 깎아 먹고 있을 뿐입니다.
올해는 배값이 많이 하락하여 산지 농민들이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껍질째 배도 먹어보고 저렴한 가격에 배맛도 보시기 바랍니다.
껍질째 먹는 과일, 거기에는 새로운 과일의 맛과 편견의 벽 하나를 제거하는 멋이 담겨져있습니다.
조태용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6.01.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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