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자닮연재 농업칼럼 메인노출제외
청년 농업벤처기업 어떻게 볼 것인가?농업기술실용화재단 남재작 박사와 청년 농업벤처기업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일한다는 남재작 박사란 사람이 오마이뉴스에 청년 농업벤처기업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농업에서 길찾는 청년들 1, 감자로 60억 매출 올린 두 청년>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35610

이 연재 전에 재벌과 다국적기업, 정부가 공모하고 있는 새만금바이오파크 사업과 재벌의 농업 진출 상황과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기사를 써서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재벌의 농업 장악 기획에 대한 기사에 비해 이번 청년 농업 벤처 연재기사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청년들이 농업에 뛰어들어 창업을 하는 건 쌍수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인데도 뭔가 찜찜하다. 이 찜찜한 기분의 원인이 뭘까 하고 며칠을 궁리하며 연재 기사를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다. 

감자유통과 생산자재 공동구매를 해서 연 60억을 매출을 올리는 기업, 도시스마트팜을 구상하는 IT 전문가, B급 농산물 판매와 농사펀드 사업을 하는 작은 회사.

기사의 기획이 벤처기업이라는 데 촛점이 맞춰져서인지 손에 흙 안묻히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농사는 전후방효과가 높은 산업이라서 직접 흙 묻히고 농사짓는 사람들 외에 자재 생산하는 사람, 유통하는 사람, 농산물을 가공하는 사람, 농산물을 조리하여 파는 사람, 농업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까지 아주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다. 오죽 하면 농업이 모든 산업 중 고용창출효과가 가장 높다고 할까? 농민들은 자조적으로 ;우린 거지같이 살아도 우리 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남재작 박사가 이런 청년농업벤처기업 연재기사를 쓴 건 그가 일하고 있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재단은 정부가 육성하는 6차산업과 연계하여 농산물가공 컨설팅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사는 단양에도 이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농가가 농산물 가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하면 내가 매우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6차산업이 떠오르고 강소농이 떠오른다. 자료를 찾아보니 남재작 박사란 사람은 농촌 진흥청 출신으로 그의 경력으로 보아서는 현재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의아하다.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경력을 살펴 보고는 이 연재기사에 대한 물음표가 한층 커지게 되었다.

사실 농민들이 나이 들고 배운 것이 없어 생산에만 전념해도 힘이 드는데 2차 가공, 3차 판매/관광/체험/교육을 모두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극히 일부 농가들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표준모델이나 롤모델로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농업 2차, 3차 부문에 뛰어들어 창업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한 그들의 벤처정신이 재벌의 착취방식이 아닌 농민과의 연대방식이라면 더욱 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농촌은 지금 농사일을 넘겨 받아 줄 젊은 일꾼이 없다. 농사 지을 일꾼이 없어 1차가 몰락하는데 2차와 3차가 무슨 의미가 있나? 기사의 선의를 믿으면서도 기사를 읽으며 한숨이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농촌에는 청년들이 농사지으러 진입하기 거의 불가능한 장벽이 있다. 비싼 농지를 기본으로 농사 짓기 위해서 각종 시설과 장비가 있어야 하고 농업기술을 익히는 데만도 몇 년이 걸린다. 많은 돈을 들이고 몇 년동안 농사 기술을 익혀 제대로된 농산물을 생산하더라도 판로에서 막혀 버린다. 그러니 청년들에게 농사지으러 시골에 오라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시절이다. 농촌은 사람이 없어 소멸해 가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도 문제의 원인과 대안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필요하다. 남재작 박사의 기사가 오독되면 청년들이 농업벤처회사를 창업하는 것이 우리 농업의 새로운 바람이이자 대안인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건 나만의 기우인가? 벤처사업이란 옛날 유럽 해적들의 해적행위에서 기원한 대박을 꿈꾸는 모험산업인데 농업이 모험산업인가? 농업벤처란 말에서 이명박이 말한 '녹색성장'이란 말이 연상된다. 녹색과 성장이 모순이듯 농업과 벤처 또한 함께 써서는 안되는 말이다. 그리고 뿌리는 죽는데 어찌 나뭇잎이 무성해지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남재작 박사의 기사에서는 이런 근본적인 성찰이 부족해 보인다.
 
근본적인 대안은 청년이 농촌으로 들어와서 농사짓고 아이 낳고 살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이런 차원에서 공론화 되고 있는 건 농민 기본소득제, 유럽 수준의 농민직접지불제, 농민공무원제, 농민 병역대체제도 등이다. 이런 근본적 정책적 제안에 대한 고민없이 청년들이 각자도생으로 도시에 살며 농업관련 벤처창업을 하는 건 청년들이 따라야 할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금 분투하고 있는 분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기는 한다.)

한 마디만 더 하고 마친다. 농업은 벤처가 아니다. 자연에 순응해서 묵묵히 수행해야 하는 우리 삶의 뿌리다.

* 남재작 박사에 관하여

"경북대학교에서 분석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3년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에서 농업연구사로 연구 활동을 시작한 이래 줄곧 농업환경, 바이오에너지, 기후변화 분야 연구에 정진해왔다. 2007년 IPCC 4차보고서 승인 회의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회의에 한국 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하였으며, 탄소표지인증심사원으로서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인증 심사에 다수 참여하면서 현장에 기후변화 관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또한 농업 분야 CDM 전문가로서 여러 기관에서 자문 활동과 강의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사업들이 자리 잡는 데 기여 했다. 2009년부터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 옮겨 농업 분야에서 탄소감축사업 정책을 기획하는 일에 참여했다."

유문철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6.09.12 22:35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재작#농업기술실용화재단

icon관련키워드기사
[키워드 기사 전체 목록]
기사 댓글과 답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