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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식 씨는 3천 평에 대략 4백 주의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농사 경력은 10년. 1998년 12월 자연농업 교육을 받은 이후 토양기반 조성, 자연농업 자재 활용 등의 착실한 실행과정을 거쳐 2년만에 저농약 품질인증까지 받았다. 성급하게 자연농업을 시도했다가 실패를 본 사람도 있었다면서 서둘지 않고 힘닿는 대로 하나하나 자연농업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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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밀 덕에 가뭄 이겨내고 토양기반도 다져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호밀을 심어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 곳은 점질토라 곡괭이도 잘 안 들어가는데 호밀이 아주 잘 자라더군요. 호밀은 그 자체로 거름이 되지만 가뭄에도 큰 도움이 되더군요. 올 여름 가뭄이 대단해 풀은 다 말라죽었는데도 호밀만은 생생했습니다.
매년 9월 하순이 호밀을 뿌리는 적기입니다. 그래서 올해도 일찌감치 호밀을 신청해서 가져다 놓고 작목반원들한테도 나눠 주었습니다. 호밀은 낙엽이 지기 전에 뿌려야 합니다. 그래야 낙엽에 덮여 발아가 잘 됩니다. 호밀 싹은 날만 가물지 않으면 며칠 내에 다 나옵니다.
풀은 죽고 그것만 살아 있게 되는 것이지요. 협회에서는 봄이 되면 영양제를 쳐서 호밀이 웃자라게 하여 자연적으로 쓰러지도록 유도하라는데, 그러면 호밀이 다시 일어서기 때문에 봉지 씌우는 아주머니들이 뱀이 나올까 봐 무섭다면서 밭에 안 들어가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웃자라면 바로 베어냅니다. 5월에 한 번 베고 수확하기 전 7월 중순경에 또 한 차례 베어냅니다. 아무튼 호밀을 재배하다 보니 토양기반이 잘 조성돼 작목반원들이 앞다퉈 따라 하는 실정입니다.
- 토양기반 조성을 위한 노력들
토양기반 조성을 위해 3년째 토착미생물을 채취, 배양해서 뿌려 주고 있습니다. 배운 대로 고두밥으로 토착미생물을 채취해 등겨를 섞어 배양해서 나무 밑에만 뿌려 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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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조금 간편하게 대나무 밭에서 원종을 채취해 와서 그것이 푸석하게 마르면 부수어 등겨와 100대 1의 비율로 혼합, 배양해 쓰고 있는데,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섞어서 높이 1미터 이상 안 되도록 봉곳하게 쌓아 놓고 볏짚으로 덮어 두었다가 1주일이 지나면 뒤집어 줍니다. 얼마 후면 상태가 딱딱해지는데, 그러면 그것을 그릇에 담아 호밀 벨 때 나무 밑에 뿌려 줍니다. 천혜녹즙이나 한방영양제를 안 넣었는데도 배양이 잘 됩니다. 여름에 속을 헤쳐 보았더니 미생물들이 아주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더군요. 이렇게 한 3년 했더니 토양상태가 대번 달라지더군요.
토양기반 조성을 위해 가을철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은 호밀을 뿌리고 나서 10월 중순께 퇴비를 주는 것입니다. 퇴비로는 농장 같은 데서 쇠똥을 구해 아무것도 섞지 않고 나무 주위에 뿌려 줍니다. 그 전에 유기질비료를 먼저 뿌리고 그 위에 덮어 주는 것이지요. 처음 밭을 개간할 때는 괜찮지만, 돈분이나 계분은 질소성분이 많아 피합니다. 한 번 웃자라면 동해를 입을 경우가 많으니까요.
- 바닷물 활용으로 당도 높여
복숭아의 당도를 높이려면 배수관계가 잘 되고, 질소질이 약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서 시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닷물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바닷물은 우기철에 과일의 당도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저는 바닷물을 30대 1로 희석해 우기철에 두 번 뿌려 주었더니 효과가 크더군요. 먹어 본 이들이 다른 것보다 제 과일이 훨씬 맛있다고들 하니까요.
올해는 많이 가물었던 탓에 당도는 아주 좋았습니다. 평년 같으면 보통 11도 정도인데 올해는 13, 14도까지 나온 것도 많습니다. 미백은 15도 이상까지 나왔고, 유명도 13도까지 나왔습니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병충해 중에서 굴나방의 피해가 컸습니다. 굴나방은 아주 작은 벌레로, 이파리 속으로 뚫고 들어가서 파먹지요. 그러면 잎이 순식간에 시들어 버립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그것이 시기적으로 일찍 찾아오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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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의 맛을 떨어뜨린다는 겁니다. 과일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잎의 상태인데, 굴나방 피해를 입으면 탄소동화작용이 안 되니까 당도가 떨어집니다.
저희 밭에는 굴나방의 피해가 없었습니다. 시기를 안 놓치고 적절히 잔류기간이 극히 짧은 저농약을 한 차례 살포했기 때문입니다. 저농약 품질인증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용한 것이므로, 검사 받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요.
- 도장지와 결과지 관리가 중요
복숭아는 도장지 활용을 잘 하고, 결과지를 잘 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과지는 쭉쭉 잘 빠진 게 좋은 게 아니라 단과지가 좋습니다. 열매는 그런 데서 달려야 알이 굵고 상품가치가 높으니까요. 도장지가 많으면 그늘이 져서 결과지에 꽃눈 형성이 잘 안 되므로, 도장지를 잘라 줍니다. 그래야만 햇볕을 잘 받아서 꽃눈 형성이 잘 됩니다. 도장지 전지는 9월 중에 하면 되고, 봄에 가서 결과지만 놔 두고 솎아 주면 됩니다.
또 품종갱신이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출하평가회에서 단가 잘 나오는 것을 하다 보면 또 새로운 품종이 나오게 마련이거든요. 그 전에는 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심었는데, 이제는 고접을 붙여서 하는 것이 더 빠르고 간편하니까 품종갱신이 수월하지요. 아무튼 좋은 품종으로 출하하는 것이 중요한 세상입니다. 그리고 혼자만이 아닌, 작목반 모두가 농사를 잘 지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전체가 물건값을 잘 받으니까요. 서로 기술지도를 해 주고, 도와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올해의 복숭아농사는 대체적으로 좋았습니다. 가격도 만족스럽습니다. 게다가 추석이 늦게 와서 그만큼 판매도 좋았습니다. 작년에는 추석이 빨라 만생종은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올해에는 늦복숭아도 가격을 잘 받아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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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근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12.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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