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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아로니아 캐내고 희망의 자두 심는 사연단양 김동율 품목 : 서양자두 1500평, 콩 외 2500평 경력 : 유기농 인증 17년
"아로니아 거진 다 캐내고 자두나무와 콩 심었습니다."
단양군 대강면 미노리에 20년 전 귀농하여 유기농 농사를 지어온 김동율 농민의 나즈막히 읊조리는 말에 씁쓸과 착잡함이 뭍어난다. 지난해 아로니아 수확기부터 단양군 아로니아 농가들이 수확을 포기하고 나무를 캐내기 시작했다. 주산지인 전라도에서 불어온 아로니아 가격 폭락 쓰나미가 단양을 휩쓸었다. 김동율 농민 역시 이 나라 농민들 누구나가 마주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 폭락과 판로 부재의 고통을 처절히 겪어내며 새 희망을 일구려 애쓰고 있다.
 
2013년 단양군이 아로니아를 특화 주력 농산물로 지정하고 대대적으로 군 예산을 투입하며 아로니아 육성사업을 벌인 지 6년 만에 단양군은 아로니아 메카에서 재난 지역으로 급전직하 했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김동율 농민은 귀농 초창기 유기농 사과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었지만 과수 재배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친환경 재배가 손쉽고, 단양군이 가공센터를 통한 고소득 수매를 보장한다는 말에 긴가민가 하면서도 4000평 농지 중 절반인 2100평에 아로니아를 심게 되었다.
 
도시에 살던 시절, 무역회사에 다니며 경제 흐름과 기업 경영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김동율님은 작목 선택에도 신중을 기하는 편인데 2013년 당시 단양군 분위기는 아로니아를 심지 않는 농민은 바보 소리 들을 정도로 아로니아 광풍이 불었다. 당시 김동성 군수 본인이 아로니아를 심었고 공무원들과 지역 소상공인도 아로니아 농사에 뛰어 들었다. 당시에는 아로니아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땅 짚고 헤엄치는 '대박농사'인 것처럼 집단 최면에 걸렸다.
 
단양만이 아니라 전국이 다 마찬가지다. 정부 추산 2018년 아로니아 농가수는 4870여명이고 면적은 1870 ha에 이른다. 단양군은 최대일때 400여 농가에 면적은 150ha에 달했다. 인구 3만에 농민 7천명에 불과한 단양이 아로니아 농가수와 재배 면적은 거의 10 퍼센트에 육박했다. 아로니아 생산량은 2013년 전국적으로 117톤에서 8700톤으로 급증했다. 단양군에선 2013년 아로니아 특화육성사업 시작 후 많을 때는 한 해 700톤이 넘는 아로니아를 생산했다.
 
실의와 좌절에 빠진 대다수 아로니아 농민들처럼 김동율 농민도 6년이 지나 아로니아를 대부분 캐내고 보니 농협 빚과 마음의 상처만 남았다. 아로니아 농사로 2013년에 농민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는 뜬소문에 속이 쓰리다 못해 아프다. 2013년에 심어 3년차인 2015년부터 수확을 시작했는데 2016년에는 해거리를 겪었다. 그나마 두 해는 생산비 정도는 건졌는데 2017년부터는 가격이 급락하더니 2018년에는 거저 따 가라고 해도 사람들이 찾지 않을 정도로 아예 수요조차 사라져 버려 수확조차 포기했다.
 
6년간 총 경영수지를 따져보니 30톤을 수확하여 6톤을 판매하고 20여톤은 단양군에서 수매를 해주지도, 여타 판로도 없어 버렸다. 단양군이 약속한 친환경 아로니아를 아로니아 가공센터에서 수매하니 판로 걱정 말라는 건 감언이설 거짓말이었다. 분말 가공품 형태로 100kg 재고가 남았고, 총수입은 어림잡아 2천만원~3천만원이다. 지난 6년 동안 1년 평균 잘해봐야 생산비 포함 총수입이 고작 5백만원도 안된다. 평당 2천원대 조수입이다. 평균 생산비가 평당 못해도 2천원을 넘으니 6년 동안 해마다 적자를 본 거나 마찬가지다.

아로니아를 심기 전과 후를 비교해 누적 손해를 추산해 보니 6년 동안 평당 5만원은 족히 손해를 보았다. 올해 아로니아 농사 피해가 쌓이고 쌓여 결국 영농자금과 생활비조차 없어서 농협에서 1천만원 대출까지 받았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아로니아 농민들이 FTA 피해보전직불금을 요구하고 나서자 정부는 아로니아 가격폭락 이유는 과잉생산이라며 평당 2천원 지원 과원정비사업을 시행하였는데 김동율 농민은 울며 겨자먹기로 평당 2천원 지원을 받아 피눈물 흘리며 아로니아를 캐내고야 말았다.
 
정부가 말한 대로 아로니아는 짧은 기간동안 수요에 비해 생산이 급증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거론할 것도 없이 당연히 가격이 내려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세계적 주산지인 폴란드산 아로니아 분말과 가공품이 물밀듯이 수입되어 국산 아로니아 가격 폭락을 부채질 했다. 가공품 형태의 유럽산 아로니아 한 해 수입량은 2017년의 경우 원과로 환산했을 경우 국내 생산량과 맞먹을 정도다. 김동율 농민은 "아로니아는 특성상 원과로 먹을 수가 없어 분말과 착즙 가공품 형태로 소비되기 때문에 당연이 폴란드산 아로니아 가공품이 국내 원과 가격 폭락과 직접적 영향이 있다"며 "정부는 FTA 피해보전금 발동을 위한 수입기여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농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한편 아로니아 농가 급증과 수요 대비 생산과잉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농민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돈 된다는 아로니아 농사에 자발적으로 뛰어 들었을까? 이와 관련하여 단양군이 그동안 수많은 방송과 언론을 통해 홍보해왔듯이 아로니아 특화사업을 시행하며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아로니아 육성사업을 벌였던 점과 관련하여 김동율 농민은 단양군을 포함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 크다고 말한다. 농식품부 산하 농촌진흥청과 도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들이 아로니아 재배 장려에 나섰고 각종 보조사업으로 농민들을 유혹했다. 단양군은 전국 최초라며 아로니아 가공센터까지 지어 수매를 약속하기까지 했다.
 
김동율 농민은 아로니아 가격 대폭락과 수요 실종으로 인한 전국적인 폐농 상황에 대한 정부와 단양군의 태도에 분노했다. 지난 1월 전국 아로니아 비상대책위 주최 청와대 집회에 참가하기도 하고, 3월에는 여의도 전국농민대회에서 FTA 피해보전직불금 평당 2만원 쟁취 아로니아 투쟁 결의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단양군에서는 재난 상태나 마찬가지인 아로니아 사태에 대해 단양군의 책임을 묻고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단양군에서는 김동율 농민이 소속된 전농 단양군농민회와 단양군 아로니아 피해농민 구제 비상대책위가 농민과 군민 1천명 집단민원을 통해 요구한 아로니아 육성사업 특별회계감사와 경영진단을 실시했고 단양군의회는 아로니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3개월째 아로니아 육성사업 진상조사 중이다.
 
김동율 농민이 주장하는 바는 소박하고 상식적이다. 군수가 앞장서고 공무원들을 총동원하여 장미빛 청사진을 그리며 보조사업과 수매 약속으로 단양군 농민들을 아로니아 농사에 뛰어들게 한 단양군 책임이 크니 이 사업에 대한 진상 조사를 통해 피해 농민들에게 농정 실패에 대한 사과를 하고 적절한 피해 보상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류한우 단양군수는 지난 12월 말 김동율 농민을 비롯한 단양군농민회원들과 군수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농민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마늘과 고추 같은 기초농산물이 아닌 유행 타는 건강보조식품 농작물인 아로니아 특화사업을 성급하게 추진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아로니아 특화사업 주무부서인 단양군 농산물마케팅사업소 김기영 소장은 아로니아를 "장려 했을 뿐 강제성은 없었다"며 오리발을 내밀어 성난 농심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적절한 단양군 차원에서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김동율 농민은 아로니아 특화사업 관련 부실 운영과 부정 행위자들에 대해 지난 5월 8일 단양군 농민 70인과 함께 집단 검찰 고발을 하기에 이르렀고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원은 집단고발 접수 하루 만에 담당 검사를 배당하고 수사에 돌입했다. 책임을 회피하기만 하는 단양군에 대해 단양군민 5백여명 집단 청원으로 감사원에 단양군의회 추정 130억원 단양군 혈세를 낭비하고 아로니아 농민들에게 투입된 혈세를 상회하는 피해를 입힌 아로니아 육성사업에 대한 정밀감사를 청구했다. 또한 청와대에서 최재관 농업비서관과 장경호 농업행정관을 만나 간담회를 가진다. 이 자리에서 전국적인 아로니아 과잉 생산의 주범은 바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라는 입장을 전달해 농정적폐개혁의 대표적 사례로 아로니아 사태 해결에 청와대가 나서길 촉구할 계획이다.
 
김동율 농민은 최근 1년 이상 마을에 태양광발전소를 유치하려는 마을 이장과 갈등하면서까지 미노리 태양광발전소 저지 위원장을 맡아 업자와 찬성측 마을 주민들에게 시련을 겪으면서도 동분서주하며 마침내 발전소 설립 저지를 한 바 있다. 이렇게만 보면 마치 그가 타고난 투사나 운동꾼 같은데 김동율 농민은 절망 속에서도 또 다시 희망을 일구는 천상 농사꾼이다. 그는 직접 지은 산골 흙집에서 나무 때고 살며 농사 짓고 조용히 살고 싶을 뿐이다.
 
"정부와 단양군은 아로니아 과잉생산에 대한 책임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폴란드산 분말과 가공품이 국산 아로니아 가격 폭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건강보조식품이라 유행이 지나 소비 실종이 된 건 사실이지만요. 국내 수요가 있을 때 가격 폭락 피해를 유발한 건 정부와 지자체입니다.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 믿고 열심히 농사지은 죄밖에는 없습니다. 힘겹지만 사과에 이어 아로니아 망하고 이번에 서양자두로 마지막 희망을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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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철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9.05.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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