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덕(52세)씨는 평택에서 8,000평의 배 과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특유의 ‘저비용 농법’으로 고품질의 배를 생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는 신광배 작목반을 이끌고 있는데, 그의 작목반에서 생산되는 배의 절반은 엘지백화점과 E마트 등으로 연간 전속계약을 맺어 출하되고 있을 정도로 맛과 당도가 뛰어나다. 가격 역시 가락시장 최고 경락가를 받고 있다. 그의 농업은 자연농업 권장 방식과는 적잖은 차이점도 있지만, 새겨들을 이야기가 많다.
'절약농법’은 농사의 기본
저는 평소에 비용과 일손을 덜 들이는 ‘절약농법’을 꽤 강조하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농사 역시 경쟁력의 기본은 ‘저비용’입니다. 저는 저농약품질인증도 받지 않았는데, 이유는 스티커 비용조차도 줄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것도 한 장에 몇 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인력이 투입돼야 하니까요.
|
‘저비용’과 동시에 중요한 것은 ‘고품질’이지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판로를 확보할 수 없지요. 품질인증 스티커를 붙이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저희 집 배를 믿고 찾는 건 그만큼 품질이 월등하다는 얘기이지요.
이제부터 들려줄 얘기는 저의 오랜 경험에서 나온 기법들입니다. 저 나름대로 터득한 ‘저비용 고품질’ 배 생산의 노하우입니다. 몇 가지는 아주 색다른 방법이라 얼른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농산물 역시 공산물과 같다고 생각하므로 모든 노하우를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일단 따라 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낙과나 상품으로 출하할 수 없는 하등품들을 활용하는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처음엔 비용절감 차원에서 시도했던 일인데, 효과가 아주 좋아 고품질 배를 생산하게까지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배식초‘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돈은 거의 안 들면서도 다방면에 활용돼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
배식초 제조 및 활용법
배식초 만드는 요령은 이렇습니다. 출하할 수 없는 저품질의 배를 닦지 않은 채로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 등에 담아 햇볕에 놔둡니다. 여름엔 보통 7일 정도면 발효가 되는데, 이것을짜내거나 받아 내립니다. 이 ‘배원액’은 200리터를 기준으로 흙설탕 10kg을 넣고 다시 7일 정도 놔두면 pH 농도가 3.4∼3.9정도 되는 배식초가 됩니다.
이렇게 만든 배식초는 물 500리터에 배식초 0.8∼1리터를 넣은 뒤 그 속에 그때그때 필요한 농약을 섞어서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일반 농약보다 농약 치는 회수를 절반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농약은 연간 7차례만 줍니다. 농약의 희석 배수도 이른 봄 두 차례의 초기방제를 제외하고는 다섯 차례 모두 설명서에 나온 희석배수의 절반만 넣고 뿌립니다. 그러니 일반 농가와 비교하면 농약 치는 회수는 3,4회에 불과한 것이지요.
|
보통의 경우, 농약과 함께 사용하면 식초에 살아 있는 미생물이 죽는다며 시차를 두고 뿌릴 것을 권하는데, 오랜 실험 결과 함께 섞어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방제에 따른 인건비 절감에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배식초+물+농약’은 비배기나 기타 경우에 엽면시비합니다.
수용성 칼슘제 제조 및 활용법
배식초를 이용해서 수용성 칼슘제도 만듭니다. 제조방법은 이렇습니다. 배식초 200리터에 잘게 부순 달걀껍질 20리터를 50일 정도 담가두면 중성에 가까운 pH 4.7∼5.2의 수용성 칼슘제가 됩니다. 수용성 칼슘제는 오래 묵은 것일수록 효과가 큽니다.
사용법은 이렇습니다. 물 500리터에 수용성 칼슘제 20리터를 타서 꽃가루받이가 끝난 뒤 열매 맺히기 직전에 한두 차례 엽면시비를 합니다. 그러면 잎이 매우 빠르게 두터워집니다. 과수농가는 생육 초기에 잎을 빨리 만드는 기술이 아주 중요하지요. 그래야만 병충해에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장마철에 같은 방법으로 한두 차례 더 뿌려주고, 7월말 이후에 응애와 진딧물 등의 방제를 위해 3,4차례 더 엽면시비를 합니다.
병충해를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제일이지요. 그래서 저는 봄부터 잎을 두껍고, 강하게 키우느라 신경을 많이 씁니다. 병충해는 각기 발생하는 시기가 있는데, 그것들보다 빨리 잎을 건강하게 키우면 병충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배즙영양제의 활용
배즙영양제도 만들어 사용하는데, 제조법은 이렇습니다. 상품성이 없는 배를 믹서로 갈아 즙을 낸 다음 배즙 200리터에 폐식용유 10리터와 수용성 미생물 제제를 넣은 다음 50일쯤 지나면 발효가 됩니다. 이것은 비싼 깻묵을 대신해 폐식용유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1년 후쯤에 사용하면 가장 효과가 있습니다. 폐식용유는 근처의 튀김집에 가면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지요.
배즙영양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칼슘, 철분, 망간, 마그네슘 등 미량요소를 함께 넣어 만듭니다. 배즙영양제는 5월말부터 7월말까지 두세 차례 농약과 함께 섞어서 엽면시비를 합니다. 그러면 잎이 두터워지고 열매도 반질반질 윤이 나며, 모양도 좋고 실해집니다. 수확 20일 전에 뿌리면 당도를 높이는 데에도 아주 효과가 큽니다.
|
가축분뇨 활용한 퇴비 제조법
무슨 농사든 흙 만들기와 땅 가꾸기는 농사의 기본이지요. 그러므로 퇴비를 얼마나 잘 만들어 활용하느냐는 무엇보다 우선할 일입니다. 저는 퇴비 원료로 우분·돈분·계분 등을 가리지 않고 활용합니다. 이런 가축분 70%에 황토흙 30%의 비율로 섞은 다음 볏짚을 약간 썰어 넣습니다. 그리고는 쌓아올린 퇴비더미의 위쪽 가운데에 구덩이를 파고 돼지비계 같은 동물성 기름을 마대포대에 담아 넣고 흙을 덮어둡니다. 동물성기름은 지렁이와 미생물들의 좋은 먹이가 돼 미생물의 활동을 활성화시켜 줍니다.
퇴비더미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비닐로 덮어놓고 1년에 한두 차례 뒤집습니다. 그런 다음 2,3년 정도 보관해 가스와 독성을 제거한 다음 사용합니다. 5월 중순에 바닥에 골고루뿌려준 다음 로터리를 치면서 나무의 뿌리를 약하게 끊어줍니다. 질소질의 흡수를 적게 하는 것인데, 그래야 열매가 실하게 큽니다.
그러나 과다시비로 인한 토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고, 가축분을 많이 사용하다보면 인산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으므로 1년에 한 차례 정도 토양검사를 받으면서 흙의 상태를 점검할 것을 권합니다.
폐분유 이용한 유산균 제조로 흙 가꾸기
흙 가꾸기를 위해서는 폐분유를 이용해 유산균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는 탈지 폐분유는 가까운 유가공업체에 가면 아주 싼값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물 2톤에 폐분유 50kg을 섞은 다음 배식초 100리터를 넣고 2일 정도 계속 뒤섞으면 유산균이 됩니다. 뒤섞는 작업은 모터장치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 유산균은 수시로 엽면시비를 하고 1년에 서너 차례 정도 스프링쿨러로 바닥에 뿌려줍니다. 그러면 바닥은 바로 다음 날부터 흰곰팡이로 하얗게 뒤덮이게 되고 미생물들이 활발히 서식하게 됩니다.
이상 개략적으로 저의 배농사법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만 좀 색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농사를 짓는데 있어 그 열매인 배를 자연자재로 활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연농업식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천하기 쉽고, 비용도 거의 안 들며, 효과는 탁월하므로 배농사를 짓는 분들께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최익근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4.01.05 08:49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용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