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잘 짓고 못 짓고는 무엇보다 흙을 얼마나 잘 가꾸는가에 달려있다. 자연을닮은사람들에서 지향하는 흙은 '인접산의 부엽토'같은 흙이다. 유기물 함량이 높고 스펀지처럼 폭신폭신한 흙은 생명이 가득한 살아있는 흙이다. 그래서 자닮에서는 지상부를 보기 전에 흙의 상태를 잘 살피고 가꾸자고 말한다. 풍부한 유기물을 먹이로 수많은 미생물과 벌레들이 공생하는 흙이라야 뿌리가 잘 뻗어 작물이 필요한 다양한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화학비료 몇 종류 가지고는 될 일이 아닌 것이다.
귀농 3년차 홍희철님은 산골짜기에서 5천평 구기자밭 농사를 짓고 있다. 7월 들어 유례없이 긴 장마와 폭우로 산골짜기 개울이 넘칠 지경에 이르렀는데 신기하게도 구기자밭 한 떼기는 배수가 잘 된다. 그 밭의 유기물 함량이 무려 3.6 퍼센트다. 우리나라 농지 대부분이 기후와 토질 특성상 유기물 함량이 낮은데다 화학농약과 화학비료 농법을 쓴 지 수십년 만에 농지 유기물 함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3 퍼센트가 넘는 유기물 함량을 지닌 농지는 그야말로 농민에게는 금싸라기 흙이다.
밭마다 유기물 함량이 다른데 유기물 함량이 높은 밭일수록 구기자 생육이 좋은 걸 확인한 홍희철님은 올해 자가 퇴비를 대량으로 만들었다. 제재소에 특별히 부탁해서 구한 수피를 위주로 하고 생선과 우분을 혼합한 자가 퇴비 수십톤을 쌓아 두었다. 올 겨울부터 3년 동안 수피 퇴비를 구기자 밭에 넣을 계획인데 목표 유기물 함량을 4 퍼센트까지 끌어올려 보겠다는 것이 홍희철님의 구상이다. 귀농 3년차 임에도 농사의 원리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실천하는 농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사를 오래 지었다고 잘 짓는 것이 아님을 홍희철님이 안동 산골짜기에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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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철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20.08.0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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