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에서 3천여 평 배밭에 닭을 풀어 키우는 이상야릇한 농사꾼인 김경호 자닮 연구원은 배 농사꾼일까? 닭 농사꾼일까? 김 연구원이 생산하는 달걀 브랜드가 배꽃 유정란인데 이 이름에 그의 깊은 속뜻이 담겨있다. 농장 이름이 행복한 농사꾼인데 그가 지향하는 농사는 농민과 소비자, 작물과 동물이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 닭을 위한 배 농사를 짓는 그를 남들은 이상하게 보아도 그에게는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김 연구원이 생산하는 달걀에는 2017년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강화된 식품 규정에 따라 빼곡한 마크가 찍혀있다. 0627RRAIO1 김경호 NGF. 이 알쏭달쏭한 암호같은 숫자와 알파벳의 뜻은 이렇다. 첫 네자리 0627는 산란일이다. 두번째 RRAIO는 농장 코드다. 그 다음 1번이 중요하다. 닭 사육 방식에 따라 1부터 4번으로 분류된다. 1번은 동물복지 자유방목 인증 달걀, 2번은 축사에서 풀어키운 달걀, 3번은 관행 케이지보다 넓은 케이지에서 키운 달걀, 4번은 A4 한장 크기 관행 달걀이다. 1번 번호가 붙은 달걀을 생산하는 농가는 전국에 30여 곳에 불과하고 김 연구원처럼 동물복지 자유방목 방목장 최소 면적보다 다섯 배나 넓은 방목장을 둔 곳은 손에 꼽는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규정한 달걀 마크 내용 외에 자신이 생산하는 달걀에 대한 자부심으로 '김경호'라는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달걀에 새겼다. NGF는 Non-GMO Feed의 약자를 의미한다. 정부는 식품에 Non-GMO 표시를 하지 못하게 규제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규제를 피해 소비자에게 생산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표시를 하고있다. 김 연구원이 생산하는 달걀은 현재 그가 속해있는 가톨릭농민회에서 운영하는 우리농, 나주와 광주 친환경 학교급식에 70 퍼센트 납품을 하고 있다. 학교 급식이 없는 주말에 생산되는 달걀은 도농 직거래 배달과 택배 판매를 하고 있다.
당일 닭들이 낳은 달걀은 세척, 검품, 중량 선별을 거쳐 포장재에 담아 출하를 한다. 정부는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은 반드시 세척 과정을 거치도록 규제하고 있다. 2017년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안전성과 위생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생산과 출하 공정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자연농업협회 자연 양계 전문 연찬을 계기로 유기농 달걀에서 현재 동물복지 자연방목 무항생제 달걀을 생산하는 김 연구원은 일이 고되어도 달걀이 없어서 못팔 지경이면서도 "밥은 먹고 산다"며 겸손해 한다. 그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자연 양계 전문가다. 돈보다 생명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김 연구원을 일컬어 주위에서는 '마음만은 재벌 농민'이라고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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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철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20.07.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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