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낮의 갈등
올해는 유난히도 태풍이 많아 낙엽병이 전지역으로 퍼져 감나무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습니다.
낙엽병은 장마 이후에 과일이 한참 성숙해 수확기를 바라볼 때 낙엽이 지는 병으로, 과일의 정상적인 발육이 진행되질 않아 농가가 상당한 피해를 입습니다. 집중적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농가들도 완전한 방제가 어려운 것이 이 낙엽병입니다.
막판에 벼농사는 멸구가 망치고 감나무는 낙엽병이 망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낙엽병이 한 번 오면 그대로 절단납니다. 노심초사하며 과수원을 돌아보는데 이미 과수의 10%정도가 낙엽병의 징조를 보이는 것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농약방에 들어 약을 사와 온종일 농약을 뿌리는 일부터 했을 것입니다.
자연농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저농약 품질인증까지 받은 터라 당장 농약을 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말 못할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병을 앞에 두고 망설이는 것을 보고는 안사람도 어쩔줄 몰라 안절부절하고 있었습니다.
2만여 평 감농사를 한 해 망친다는 것은 수억을 날리는것과 같습니다.
피를 말리는 고민 속에서 연일 기도에만 의지하는 가운데 포항의 임종율장로님이 입받침을 크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권했던 ‘한방막걸리’(약칭 한막)가 떠오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농약 생각은 집어치우고 ‘나는 망해도 간다’는 심정으로 한방막걸리를 바로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한막을 수백배로 희석하여 2만 여평 전면적에 엽면시비를 했고 낙엽병의 확산이 멈추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엽면시비를 하니 나무가 정상적인 생육상태로 회복되기 사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우리 과수원에서 불과 2~3Km 내외의 농가들은 거의 다 망가졌는데 우리 과수원만 푸르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게 된 거죠.
한방막걸리의 효과
한방막걸리(제조법은 <자연농업자재만들기> 책 41페이지 참고)가 어떤 효과를 보인 것일까 곰곰히 생각하며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장마와 태풍으로 상처를 입은 나무에 농약(독)을 뿌린다는 것은 그 상처를 더욱 악화시켜 부작용을 낳는데 반해 한막은 한방약제와 미생물등의 영양이 공급되어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를 발휘했고, 한편으로는 막걸리의 누룩균이 전과수원에 퍼지면서 낙엽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이 더 이상 증식을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전에도 약간은 경험한 바 있었지만 이번은 자연농업자재의 위력을 한번 더 실감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자다가 벌떡
5년 전까지만 해도 한 해에 과수전용 복합비료를 450포에 퇴비(축분)를 200톤씩 했습니다. 그때까지는 그래야만 유기농법이고 농사를 짓는 것이라 일반적으로 생각을 해왔습니다. 당시는 퇴비를 밭에 뿌리느라 온겨울을 다 보내야 했고 ‘이러다 과수는 둘째치고 내가 먼저 골병이 들겠다’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자연농업을 실천한 이후로는 한방자재와 참깨대를 주재료로 한 섞어띄움비를 7~8톤 정도하고 과린산석회(새똥퇴적물)40포와 용성인비20포를 함께 한 섞어띄움비만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참으로 엄청난 변화이지요. 마음으로는 그래도 농사를 충분히 질 수 있다는 생각이 었지만 한구석에 불안감은 떨칠 수 없었나 봅니다. 자면서 농사일을 하는 꿈을 꾸다가 과거와 현재가 오락가락하는사이에 나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라벌떡 일어나는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이러다 농사 망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식을 거름 준비를 5년째 지속해오면서 ‘정말 잘한 선택’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과수는 물론 과일이 전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진 것입니다.
초생재배의 위력
전에 비해 양으로는 1/10~1/20정도 밖에 안 되는 거름으로 농사를 짓는 셈인데 이는 양질의 섞어띄움비를 만들어 활용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초생재배를 지속적으로 해온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질소질거름을 한 번도 하질 않았는데 초생재배로 토양에 축적된 질소성분이 나무의 수세를 유지하기에 충분한다는 것을 수년간의 경험속에서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자운영이나 클로버 초생재배 밭의 경우는 질소흡수를 억제하는 데 고민을 할 정도입니다.
한방 섞어띄움비의 효과
한 짐의 거름보다는 한 줌의 거름이 나무에게는 더 좋다’라는 말이 있다. 이 띄움비야말로 한 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다. 나무 한 주당 2바가지 정도를 흩뿌려주는 것만으로도 거름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한약 부산물이야 작물에 유익한 것은 분명하겠지만 특별히 참깨나 들깨대를 넣는 이유는 그것이 첨가됨으로서 미생물발효가 확실히 촉진되기 때문입니다. 깻묵을 빻아 거름을 만들어 보면 얼마나 열량이 많은 재료인가 확실히 알게 됩니다. 일반재료는 2주 정도 지나면 발효열이 떨어지나 이 깻묵은 계속 뒤집어 주어도 열을 떨어뜨리기 힘겨울 정도입니다. 이런 거름을 딸기농사에 사용해 대성공을 거둔 적이 있었다. 한방 섞어띄움비를 만들어 바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오랫동안 숙성을 시키면 시킬수록 양질의 거름이 된다는 확신에서입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2년차되는 거름을 쓸려고 노력합니다.
화강암 석분과 미생물
과수원 윗산에 발가벗겨진 황토땅이 있었는데 수년간 풀 한포 기 나지 않는 척박지였습니다. 우연히 돌가루를 퍼다 뿌려 주었는데 그 이듬해부터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소한 일이었지만 저는 그 현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띄움비에 석분을 넣고 발효를 시켜보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돌덩어리 주위로 미생물균사가 서릿발처럼 서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렇게 해서 미네랄이 녹아나오는구나’깨닫게 된 것이지요.
미생물 발효도 석분이 들어감으로서 더욱 촉진됩니다.
높다리 노린재를 유인망으로
높다리 노린재는 주로 7월 20일경 부터 한 달 가량 집중공격을 하는데 심하면 수확을 포기할 정도까지 됩니다. 이 놈은 아주 영리해서 농약방제를 할 때는 얼른 도망갔다가 농약 냄새가 좀 없어지면 다시 과일에 달라붙어 상처를 입힙니다. 그래서 농가들은 농약냄새를 풍기기 위해 이 시기에 농약을 집중적으로 쳐 댈수밖에 없습니다. 갈치대가리를 이용한 유인망은 오동암 씨라는 분이 개발해 소개한 것인데 따라하는 사람이 없어 호기심삼아 올해 처음 해보았는데 이 망에 잡히는 노린재가 하루에 100마리 정도가 될 정도로 확실한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올해는 농약을 4회 했는데 낙엽병과 노린재를 해결하니 무농약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새로운 희망이 생겼습니다. 자연농업을 하는 맛이 이런 것입니다.
출처 : <자연농업> 51호, 2001년 1월 발행
운영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7.24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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