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언제인가부터 퇴비를 직접 만들어 쓰지 않는다. 농민들 대다수는 수세식 변기가 있는 집에서 살며 오줌과 똥을 거름으로 쓰지 않는다. 소나 돼지, 닭을 가축으로 키우는 농민들도 거의 없다. 논밭에 쓸 퇴비를 직접 만들어 쓰지 않고 사서 쓴다. 농가에서 나오는 모든 부산물을 논밭으로 되돌리던 농법에서 멀어졌다. 대신 정부에서 보조사업으로 지원하는 화학비료나 포대 축분퇴비, 성분이 의심스럽지만 친환경 농가에서 즐겨쓰는 유박비료를 쓴다. 화학비료 사용량은 단위면적당 세계 1위일 정도로 사용량이 많다.
농민들은 화학비료를 쓰면서 고된 거름 만들기와 뿌리기의 고역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화학비료만으로는 농사가 잘 되지 않는 걸 알기에 축분 퇴비라도 쓰기는 쓴다. 화학비료와 축분 퇴비 사이에서 고민하는 농민들, 특히 친환경 인증농가들은 유박 비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모든 건 정부의 보조사업과 연계되어 있다. 의성 손삼식님은 이 모든 것이 마뜩찮다. 부모님이 물려준 논밭 6천평에서 복숭아와 자두 농사를 지으면서 농사가 잘 되려면 흙이 좋아야 하고 그러려면 좋은 퇴비를 써야 한다는 지론으로 퇴비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의성군 춘산면 산골짜기에서 손삼식님이 직접 게껍질 키토산 퇴비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가을에 산과 도로 떨어진 낙엽을 모은다. 손삼식님은 낙엽이 아주 많아서 낙엽 모으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영덕에 사는 지인을 통해 기회 있을 때마다 게껍질과 통게 부산물을 모아놓는다. 밭 옆에 축분 퇴비와 낙엽, 게껍질을 시루떡처럼 한 켜씩 쌓아서 1년을 묵힌 후 10월말에 퇴비살포기로 밭에 전면 살포한다. 손삼식님은 "퇴비 만들기가 힘은 들지만 이렇게 해야 흙이 좋아져 농사가 제대로 된다"며 농사의 정석을 넌지시 강조한다.
"이거 보세요. 4년째 직접 만든 퇴비와 가지치기한 전정목 넣고, 낙엽을 많이 덮어주었더니 한겨울에도 손이 쑥쑥 들어가죠? 가꾸면 이렇게 흙이 좋아집니다." 손삼식님은 덮인 눈을 헤치며 흙자랑을 한다. 흙이 좋으면 흙 속에 있는 다양한 양분이 모인 복숭아 열매 맛도 좋은 건 당연지사다. 실제 손삼식님의 백도, 황도 복숭아는 천도복숭아처럼 야물고 사과맛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새콤달콤한 오묘한 복숭아맛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말이다. "공판장에서는 안 알아 줍디다." 손삼식님의 자조섞인 한탄이다. "그저 농비를 줄이기 위해서 이렇게 부지런을 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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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철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8.03.23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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