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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 수도작 25년
75년도에 처음으로 무농약으로 벼를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는 그러한 발상 자체가 문제시 되던 때였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지금과 같이 무농약이라고 해서 조금이라도 인정을 받고 판매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습니다.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카토릭농민회를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몇몇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더 근본적으로 ‘후손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음성, 그런 신앙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월의 변화
아산일대에 공단이 조성되면서 노동력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농사를 짓는데 품을 구하기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제초제를 안 쓰니 일일이 손으로 풀을 뽑아 내야 했는데 보통 힘겨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풀안뽑고 버티면 동네 어른부터 면사무소 직원까지 와서 난리를 칩니다. 농사를 그 꼴로 지으니 동네 창피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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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제초방법 섭렵
어떻게 하면 노동력을 적게들이고 제초를 할 것인가에 기술 개발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새로운 기술이라는 기술을 전부 적용을 해 보았습니다. 25년이 짧지는 않은 세월이었지만 한 기술을 적용해 보는데 2~3년의 시간을 보냈으니 결과적으로 끊임없는 시행착오 속에서 지내온 거나 다름없습니다. 농기계를 개발해 고랑을 타고 다니며 제초를 해 보기도 했고 오리농법을, 그리고 태평농법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오리농법을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뻐근해옵니다. 2만여 평의 논에 천여 마리의 오리를 키웠는데 오리관리를 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오리 질병이 빈번히 발생해 농사를 짓다가 축산전문가들을 찾아 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오리를 한 번 제가격을 받고 팔아본 적두 없었구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포기를 하고 또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일본의 후쿠호카 마사노부선생이 개발한 방법을 한국상황에 적용시킨 이용문씨의 태평농법을 말입니다. 이 농법은 벼를 베면서 보리나 밀씨를 뿌리고 보리를 수확하면서 볍씨를 뿌리는 방법인데 번번히 시행착오를 겪어 풀을 더 무성하게 하기도해 모를 다시내기도 했었습니다.몇몇 사람들로부터 태평농법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들어서 단단한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마는 나의 경우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또 포기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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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겨 제초법으로 안착
일본에서는 그렇게 한다더라는 소문을 간간히 들었고 <자연농업>지에 쌀겨를 이용한 반불경운 재배법이 자주 소개돼 더욱 확신을 갖고 시작을 해 올해로 3년째입니다. 왜 감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이 방법만은 정말 확실한 것 같습니다. 거짓말같이 ‘적기에 한 번 쌀겨를 뿌려주는 것’만으로 거의 완벽한 제초를 실현합니다. 300평에 200㎏ 정도의 쌀겨가 들어갑니다. 국내 축산농가가 줄어들면서 쌀겨의 가격은 많이 하락했고 구하기도 쉬운 자재여서 얼마든지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도 한 가지 연구해 나가야할 과제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손쉽게 뿌리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료 살포기를 개량해서 뿌려왔습니다만 그것도 뿌리는 시기에 논바닥이 뭉글뭉글한 상태여서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만 평이 넘는 논을 혼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방법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 방법으로는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염두에 두고 있는 방법은 이앙기를 이용한 방법입니다.
모 사이에 이앙기 다리를 놓고 쭉 나가면서 뿌리는 방법입니다. 또하나 있지요. 쌀겨를 펠렛화시켜 비료살포기를 이용해 뿌리는 것인데 펠렛화만 가능하다면 살포반경이 넓어져 작업능률이 더욱 높아질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환경을 다루는 책이나 평론지에 보면 농업기계화(1인이 재배 가능한 생산면적의 확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것은 지극히 이론적인 발상에 불과합니다. 이론의 취지는 공감하나 한국적 농촌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기기만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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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불경운 재배법
벼를 수확하면서 볏짚을 그대로 짤 라 바닥에 깔아 놓은 후 그 위에 비료살포기로 호밀씨를 뿌린다음 트랙터로 표도 3㎝ 미만으로 로타리를 살짝 쳐 줍니다. 그러면 겨울내 온 논은 녹색 물결로 채워지지요. 다음해 5월 초순경이면 호밀의 이삭이 어느 정도 배어 있을때 입니다. 이 시기에 물을 충분히 대주고(중요)는 로타리로 호밀을 쓰러뜨리면서 고속회전으로 아주 낮게 갈아줍니다. 며칠후에는 호밀과 흙이 엉켜 아주 몽글몽글한 층이 형성됩니다. 이 몽글몽글한 층이 잘 형성되면 속으로 씨앗이 가라앉아 갇히면서 발아를 억제하는 효과도 거둘수 있습니다. 깊게 경운을 하게 되면 호밀이 흙 속에 묻혀 나중에 묘의 생장장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묘는 가급적 키가 큰 것을 심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묘를 심은 후 최대한 빨리 쌀겨 뿌리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뿌리는 시기가 늦으면 제초효과가 훨씬 나빠집니다. 쌀겨는 물위에 퍼져 발효를 시작하면서 물의 산소를 흡수하고 반면에 혐기성 발효를 촉진시킴으로써 발아한 씨앗의 발아 부분을 녹여 버리는 것 같습니다.
무농약의 경험
평균적으로 200평을 기준으로 해서 80㎏ 4~5가마 정도의 수확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구기관들의 염려만큼 무농약, 무제초제 방법이 수확량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경험적으로 화학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도 기본적인 방제는 가능하며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연구기관들은 이런 자연농업식 수도작에 별 관심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 이유를 수확량 감소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그들이 연구한 토대가 무용화된다는 우려 때문에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칼로 그은 듯이 구분되는 병발생
무농약 재배 논과 일반재배 논과 밀접해 농사를 지면 병충이 다 무농약 논으로 몰려들어 농사를 망친다고 합니다마는 나의 경험상으로는 그렇치 않습니다. 한번 벼멸구가 오면 이논 저논 다 퍼질 것 같지만 그래서 무농약 논이 더 극심한 피해를 입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치 않다는 것입니다. 무농약을 하면 논의 먹이사슬이 회복되 각종 거미류가 바닥에 가득하게 됩니다.
자연을 쉽사리 재단할 일이 못 됩니다. 그 속에는 참으로 놀라운 신비가 가득합니다. 무농약 재배를 해 가격을 보장 받을 수 있어야 무농약을 할 수 있다는 조건적 논리가 무성합니다마는 엄청난 농약을 퍼부어가며 이대로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무농약으로 가야합니다. 길은 분명히 열려 있습니다.
조영상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3.09.0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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