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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와 식량위기의 시대, 지속가능한 삶은 가능한가김성훈 | 前 농림부 장관, 환경정의 이사장
1. 소개
김성훈 환경정의 이사장님(이하 ‘이사장님’이라 약칭합니다)은 주변 이웃들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푸근하고 넉넉한 인상에 특유의 장난기를 지닌 분이셨다. 강의 내내 시종일관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신기한 능력을 발휘하셨다. 70대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살아 있는 감수성에 비결이 있는 듯하다.

이사장님은 70대가 되니 어디를 가도 쉰 밥 취급을 하는 세태에 대해 뼈있는 농담을 하셨다. 고령화 시대를 이미 맞이한 한국에서 60대 이상 분들의 재능과 경험을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지도 진지하게 고민할 거리다. 이사장님은 나눔문화 수강생들을 위해 진도에서 조선 시대 귀향 간 선비의 상징인 붉은색의 지초(芝草)와 찹쌀, 멥쌀로 만든 빨간색의 홍주를 가지고 오시는 배려도 잊지 않으셨다. 홍주를 담는 병은 진도에서 여인들이 밭을 매는 뒤태를 형상화하여 만들었다. 이사장님은 댁에서 직접 옥상 위에 99개의 화분에 가지, 오이, 토마토 등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계시다.

www.jadam.kr 2013-03-29 [ 나눔문화 ]

2. 한국에 상륙한 Perfect Storm
하나, FTA 태풍
한국에는 이상기후와 FTA라는 2개의 거대한 폭풍이 이미 상륙했다. FTA는 45개국과 이미 체결된 상태고 15개국과는 조만간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 중 다른 모든 FTA를 압도할 만한 위력을 가진 것이 한중 FTA다. FTA는 한 마디로 수입, 수출 시 국가 간 관세를 철폐하는 것이다. FTA가 되면 한국이 가격경쟁력을 지닌 전자, 자동차 등 공산품을 제외한 농산물에 대해서는 크나큰 재앙이 된다. 세계에서 제일 싼 농작물이 한국에 모두 몰려들기 때문이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칼로스 쌀과 한국에서 생산되는 쌀에서 땅값을 빼고 생산비만을 단순 비교하면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땅값을 포함하게 되면 4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도라지, 고사리 등 한국에서만 주로 소비되는 농작물도 중국에서 수입하면 가격이 1/8 수준이다.

www.jadam.kr 2013-03-29 [ 나눔문화 ]

둘, 이상기후 태풍
이상기후는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이 주원인이다.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가 지구대기권을 뒤덮어 온실효과를 일으키고 오존층을 파괴하여 기후의 돌연변이 현상인 이상기후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겨울은 따뜻해지고 봄은 더이상 꽃샘추위가 아닌 살화(殺花) 추위가 되었고 여름에는 폭염, 폭우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존층이 파괴돼 이제는 남자들도 적외선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해 선 블록(BLOCK)을 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김성훈 이사장님도 외출 시에는 선 블록을 바르고 다니신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전 세계 식량생산에 직접적 타격을 가했다. 농산물 인플레이션(agflation: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이제는 1년 단위로 일어나고 있다.

※ 꼭 알아야 할 수치들
이사장님은 몇 가지 의미 있는 숫자들을 알려 주셨다.

32% 국가가 이상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 식량자급률

22.6% 현재 한국의 식량자급률

75% 북한의 식량자급률(한국보다 높다!)

86% 작년 한국의 쌀 자급률

20% 올해 한국의 전체 식량자급률

34위 OECD 전체 회원국 중 식량자급률 순위(꼴찌임)

78% 한국으로 수입되는 세계에서 제일 싼 농작물 수치(100% - 22% 식량자급률)

※ 각 농작물 자급률

쌀 83%

밀 0.9%

옥수수 0.1%

콩 5.4%

보리 24.4%

셋, GMO 태풍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변형 농산물.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국내 수입되는 콩의 78%, 옥수수의 82%가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다. GMO는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한 소위 Agent Orange라고 불리는 고엽제보다 독성이 약간 낮은 제초제에 견딜 수 있도록 농작물을 유전적으로 조작한 농산물이다. 쥐를 상대로 러시아에서 시작돼 미국, 프랑스 등에서 실시한 최근의 연구결과는 충격적이다. GMO를 먹인 쥐의 간이 붓는 등 장기변형, 기형아 출산, 암컷의 생명단축, 2세의 불임 현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GMO를 주도하는 것은 대표적인 다국적 농산물 기업인 몬산토와 카길이다.

www.jadam.kr 2013-03-29 [ 나눔문화 ]

3. IPCC 보고서
하나, 기온 상승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 정부 간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기온이 1 내지 2도 가량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위도상으로 기존의 농작물 최적 재배지가 82km가량 올라가게 된다. 2020년에는 남한에 비해 북한이 농산물 재배에 있어 최적 재배지가 된다! 현재 제주도 한라봉은 남해안이 최적 재배지가 되었고, 사과의 경우 대구나 경산의 사과는 맛이 없는 데 비해 비무장지대 인근 지역인 철원과 인재의 사과가 맛이 제일 좋다. 수산물의 경우 연평도에서 풍년이던 꽃게가 전남 진도에서 풍년을 맞고 있다.

둘, 바닷물 수위 상승
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바닷물 수위가 24cm가량 높아진다. 목포의 경우 예전보다 바닷물 수위가 높아져 평상시에도 바닷가 근처의 도로까지 물이 차는 경우가 있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인 투발루는 이미 바닷물 수위 상승으로 한 개의 섬이 4개의 섬으로 나누어졌다. 앞으로 30%의 동식물 종이 지구 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종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생태계가 황폐해지고 결국은 인간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4.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몇 가지
하나, 나무 심고 가꾸기
나무를 심는 것은 이상기후에 대처하는 좋은 방안 중의 하나다. 한 사람이 평생 쓰는 종이량은 20년생 나무를 기준으로 900그루 가량이 된다.

둘, 유기 농산물 사랑
유기농작물은 1헥타르당 7.8톤의 이산화탄소를 격리(Sequestering) 및 저장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아가 도시의 열섬(Heat Island) 현상을 막아주는 착한 역할도 한다. 이사장님이 장관으로 재직하던 1998년 무렵 유기농 권장 캠페인을 시작하셨는데 이때 사용한 표어를 소개해 주셨다.

“벌레 먹고 못생겨도 더 맛있고 안정해요”,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농민이 산다”

셋, 열효율 높이기(에너지 절약)
한국은 일본에 비해 열효율이 3배 가량 낮다. 열효율을 지금보다 절반 가량만 높여도 원전 7기 가량을 폐쇄해도 된다. 월성, 고리, 영광의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쇄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절약을 습관화해야 한다.

www.jadam.kr 2013-03-29 [ 나눔문화 ]

5. 식량주권은 국민주권이자 국민 생존권이다
1980년대 초 전국적으로 커다란 쌀 흉작이 들어 미국에서 부득이하게 쌀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다국적 농산물 기업들은 이미 인공위성을 통해 한국의 농작물 상황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의 다급한 사정을 알고 평상시보다 4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우리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국적 농산물 기업들은 철저히 자본의 논리로 움직일 뿐 자선이나 동정은 이들의 안중에 없다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당시 일본에서 고미(古米)가 남아돌아 이를 수입하려고 했으나 카길과 같은 다국적 농산물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식량 수출입을 규제하는 바람에 이를 사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산 수입 쌀에 독극물인 비소가 들어 있음이 밝혀졌다. 예전에 미국산 쌀의 안정성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실제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미국산 칼로스 쌀을 병에 넣고 밀봉을 했는데 3년이 지나도 벌레가 생기지 않았다. 한국산 쌀에는 3개월이 지나자 쌀벌레인 바구미가 생겨났다. 이 바구미들을 칼로스 쌀에 집어넣자 얼마 안 있어 다 기어나왔다. 칼로스 쌀에 잔류한 농약 등의 독성을 견디지 못한 탓이다.

6. 결론
식량주권은 국민주권 및 국민생존권과 직결된다. 주권과 생존권은 각성한 시민 개개인의 힘이 모였을 때 지켜지는 것이지 결코 정치지도자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절대 정치지도자에게 기대지 말고 나 스스로 각성하여 실천하고 연대함에서 나의 주권과 생존권의 보장이 시작됨을 잊지 말기를!! 이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나눔 문화 : http://www.nanum.com

제공:나눔문화,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3.03.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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