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밀양에서 송전탑 투쟁을 하고 계셔서 송전탑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현재 밀양에서는 잠시 소강상태였던 송전탑 투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밀양은 매우 보수적인 동네인데 OO전력이 송전탑에서 멀리 떨어진 어르신들을 이용해 마을 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어 송전탑 투쟁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OO전력이 마을 내 어르신들을 이간질해서 마을 송전탑과의 거리를 두고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갈등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현재 밀양에 생태학습관을 짓고 있는데 건축업자를 상대하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처음으로 깨닫게 됐다. 이런 점에서 건축업계의 선동열인 이명박 전대통령이 존경스럽다.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故 김수환 추기경은 박정희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닌 한 인간으로 신 앞에 섰을 때 어떨까라는 걱정을 했다. 내가 신 앞에 섰을 때 어떨까라는 질문에 대해 선생님은 CCTV와 같이 나의 잘못을 모두 녹화했다가 그것을 가지고 나를 꾸짖는 신이 아니라, 연극이 다 끝난 후 이 대목은 어떻고 저 대목은 어떻고 하면 잘못된 부분을 함께 얘기하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신이다. 리 호이나키는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stumbling toward justice)'라는 책을 썼는데 자신도 책 제목처럼 비틀거리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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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가난한 형편에서 자랐고 아버지, 어머니의 고향은 밀양으로 각박한 생활 조건으로 인해 집안 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에는 각박한 밀양을 빨리 떠나고자 하는 마음만 있었다. 스무 살 때 개인적으로 큰 체험을 하게 되는데 서울에 와서 고모님이 부모님의 삶에 대해 얘기를 해주었다. 할아버지는 잔반이었는데 일제시대 때 밀양에서 소작농을 하다가 돈을 벌기 위해 당시 한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가있는 오사카에 가서 일을 했다. 해방 후 한국으로 귀국하는 관부연락선을 타고 오다가 주체가 미군인지 일본군인지 알 수 없는 폭격으로 인해 배와 함께 수장을 당했다. 마흔 살에 과부가 되신 할머니를 모시고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풀빵 장사를 했는데 밀양에서 연평도까지 가서 장사를 하다가 어머니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평양에서 태어났는데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평양의 모든 건물이 완전히 붕괴될 정도로 쉴새 없이 융단폭격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연평도에 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어머니는 연평도에서 푸줏간을 하는 부부의 수양딸로 입양되었다가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로 이어지는 선생님의 가족사에는 한국의 비극적 현대사가 그대로 압축돼 있다. 송전탑 현장에서 싸우는 어르신들의 싸움의 이유는 거창한 명분이 아닌 단지 조상님께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씀한다. 이를 통해 역사 속에서 나를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는 밀양을 흐르는 강에서 생선을 잡아 5일장에서 노점상을 했다. 선생님도 어린 시절 옆에서 어머니 일을 거들곤 했다. 선생님은 좋은 교육은 부모의 삶을 같이 공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생님의 부모님은 고된 노동을 하시면서 평생을 사셨다. 이 삶이 선생님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선생님의 어린 시절에는 동네에 거지가 많았는데 거지가 집에 오면 가난한 형편에도 정성스럽게 따로 밥상을 차려 거지를 부양했다. 3. 교사 시절
선생님은 고등학교 때 전교조 선생님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당시 해고를 무릅쓰고 싸우는 선생님을 통해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선생님은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 현재까지 계속 운동을 하고 있다. Land and Freedom이라는 스페인 내전을 다룬 영화가 있다. 아나키스트들이 스탈린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하고 패배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영원한 투쟁, 영원한 패배”라는 사상을 운동을 하는 내내 갖게 됐다. 모든 시대 모든 운동은 하나의 원칙이 있다. 리 호이나키가 말한 One Man’s Rovolution이 그것이다. 전태일이 18년 독재 세월의 제단에 스스로를 희생제물로 바쳤다. 고등학교 전교조 선생님들이 본인에게 그러한 영향을 주었다. 선생님은 대학시절부터 운동을 하면서 운동권 내부에 깊이 자리한 남성주의, 군사문화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보면 “영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무언가를 영성이라고 지칭하는 순간 영성이 되지 않는 말의 한계가 있다. 권정생, 장일순 같은 분들의 글에는 모성애가 깊이 배어 있다. 어린 시절 가난한 형편에도 동네 거지에게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려 내준 선생님의 어머니같이 약자를 보살펴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대안교육의 열기 속에서 대안교육 역시 돈이 많이 들고, 중산층만 혜택을 입을 수 있으며 의식 있는 학부모만 가능하다는 고민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교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좋고 아름다운 것들만 보여주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과 아이들이 거칠고 두려운 세상에 부딪쳐야 하는 현실 사이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선생님을 하면서 교사는 아이들을 장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본인은 아이들을 장악하기 보다는 너그러운 수업 분위기, 자주 웃고 편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 좋은 국어교육은 좋은 텍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수업준비를 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영화, 시,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면 언젠가 그 메시지가 특정 상황에 갑자기 호출돼 나와 한 아이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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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16년간 교육에 매달린 결과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할 일이 없어 놀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한국사회는 아이들에게 희망고문을 하고 있으며 가족조차도 이루지 못하는 절망적 현실만을 안겨주고 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라는 책을 보면 두 연인이 사랑해서 아이를 낳는데 그 아이가 사산한 채로 태어난다. 이후 아이의 어머니는 남편과 함께 자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새로 태어날 아이가 죽은 채로 태어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태어나면서 난치병을 안고 태어난 벨라루스의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아이의 치료를 호소하는 편지를 쓴다. 인류의 존립을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이 두 이야기는 우리 당대의 편익을 위해 미래를 죽이는 것에 대한 은유이자, 사랑을 두려워하는 이 시대에 대한 은유다. 우리 사회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 범 전 수능 스타강사는 입시 문제, 대학서열 문제라는 정책적 의제를 통한 교육의 변화가능성을 얘기한다. 본인은 이러한 입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국 교육은 욕망과 연루돼 있기 때문에 교육의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본인은 진단한다. 5. 대안
밀양에서 비정규직 아이들과 농사학교를 계획하고 있다. 농사학교의 커리큘럼은 농사와 간단한 인문학 소양을 함께 가르치는 것이다. 농사학교가 우리 사회 교육에 대해 선생님이 생각하는 대안이다. 모든 사람이 농사를 지어야 되는 것도 지어야 할 필요도 없다. 10명 중 2명만 농사를 지으면 된다. 농사는 또 하나의 은유다. 선생님이 계획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대안은 30만 원 규모의 협동조합 프로젝트인데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친구”와 “사상”이 핵심이다. 우리는 개별적으로 약한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강의를 들어도 집게 가면 혼자다. 따라서 뭔가를 하려면 친구가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의 핵심은 사람이다. 돈이 아니다. 협동조합이 친구라는 우정의 네트워크가 중심이 돼야지 돈이라는 이해관계가 중심이 되면 반드시 실패한다. 선생님은 5000만 원의 출자금과 매월 80만원의 월회비를 갖고 현재 이를 운영하고 있다. 선생님은 3개 학교를 가진 밀양 지역 학교법인의 교사로 일하던 중 결정적 문제로 교사생활을 접게 됐다. 학생들과의 고별사에서 본인이 학교를 그만 두는 이유로 세상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이념이 아닌 핵 발전, 석유 정점, 농업 관련 사상(좌표)에 관한 책을 써주기 위한 선물이라고 얘기했다. 교사생활을 하면서 선생님 본인이 가진 마음 속 한 켠의 어두운 자의식의 그늘을 아이들을 통해 벗어날 수 있었다. 6. 어쩔 수 없음
이 시대 정신은 무엇인가 물적 풍요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면 다른 삶의 좌표는 무엇인가 사상은 유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여기서 실천할 수 있는 것만이 사상이다. 함석헌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음”을 얘기했다. 어쩔 수 없음이란 나의 삶이 하나님의 발길에 툭툭 채이는 삶이다. 우리 삶의 불가해성을 의미한다. 선생님은 밀먕에 살고 있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투쟁에 관여하고 있다. 사람들이 단체로 모이면 많이 싸우고 헤어진다. 서울에서는 단체로 모였다 언제든지 싸우고 헤어질 수 있지만 밀양이라는 좁은 땅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민주주의의 큰 힘은 어쩔 수 없음에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게 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음이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다. 어쩔 수 없음의 조건은 Subsistence에 있다. 우리가 가난해져야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질의 및 응답]
1. 중학생 조카가 공부를 왜 하는가라는 회의적인 질문에 대해 선생님의 답은 무엇인가 지금 학교를 그만 두어도 친구라는 네트워크가 있으면 그만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나 그런 네트워크가 없으면 계속해서 학교를 다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쩔 수 없음 때문이다. 지금의 공부가 공부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대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동시대성을 존중해야 한다. 2. 전직 교사로 만우절에 사표를 냈다. 초등학교 5학년이 죽고 싶다고 하는 말에 교육 현실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강의 중 어머니와 같은 손길, 영성 회복을 얘기했는데 이를 회복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이반 일리치는 환경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즐거움을 깨닫는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도로시 데이라는 분은 미국 대공황 시절 카톨릭 노동자 운동을 통해 실직자에게 빵과 수프를 주면서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종교성은 매우 중요하다. 종교의 라틴어 어원은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라는 만화가 주는 메시지는 같은 일을 반복하고 함께 어울려 사는 즐거움을 깨달음이다. 어울려 사는 즐거움을 깨달음은 내 삶의 중요한 문제에 부딪쳤을 때 나를 도와 줄 수 있는 우정의 관계 맺음의 중요성이다. 같은 일을 반복함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이라는 영화에 잘 나와 있다. 죽은 고목에 물을 계속 줘서 나무를 살릴 수 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뭔가가 이뤄진다. 그 어떤 일이든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계속 하는 것이다. 영성은 서로 즐겁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조직은 문제가 있다. 내일을 꾸준히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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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나눔문화,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3.04.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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