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2013년 4월 25일 오늘 이 순간입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70분의 시간을 바로 이 공간에서 함께 보냈고 거기에서 어떤 느낌을 받고 또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 한 분 한 분과 이야기를 하듯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여러분,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오래 사는 삶, 풍요로운 삶, 건강한 삶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궁극적인 걸 찾는다면 바로 행복하기 위해서 오래 살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거죠. 풍요롭고 건강하다고 꼭 행복하지는 않지요. 오늘 우리가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행복한 삶을 원하고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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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이 책을 내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우선 제가 책을 쓰는데 계기가 되었던 책 몇 권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플리니(Pliny)라는 로마 작가의 ‘자연대백과사전’으로 불리는 'Natural History'의학편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아들아 의사를 조심해라. 그리스가 로마에게 군사적으로 패한 뒤에 의사들을 보내서 우리에게 복수를 하고 있다. 그들은 돈도 챙기고 명예도 챙길 뿐 아니라 우리 건강을 해치고 우리를 죽게 만든다’ 의사는 보통 우리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존재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복수하는데 의사를 썼다는 거에요." "다음으로는 'BIC PHARMA'라는 책이 있습니다. 제약회사가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헤치는 르포적 성격의 책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책인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 혁명>에는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자유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에는 애정의 중요성과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은 바로 애정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Innovator’s prescription'이라는 책은 의료혁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의료를 산업화하고 서비스화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기업, 정책, 병원과 의과대학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하지만 정작 의료의 주체인 환자들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화가 났습니다. 왜 의료산업과 의료발전을 이야기 하면서 정작 환자들의 입장은 배제되어 있는 건가요 그러면서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를 쓰게 됐어요.” 의사들이 수술 앞에서 신중해지는 이유
“두 번째 화두는 ‘의사들은 수술 받지 않는가?입니다. 물론 수술 받는 의사들도 있지요. 다만 적게 받고 보수적이라는 말입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베네수엘라 대통령 휴고 차베스는 암 진단을 받고 1년 사이에 4번의 수술을 받습니다. 그 사이에 수술이 끝날 때 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계속해서 받습니다. 그렇게 암 진단 1년 9개월 만에 사망한 기사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어요. 그와 대비되는 이야기로 제 은사님 중에 내과 선생님이 계셨는데 굉장히 뛰어난 분이셨고 우리나라 으뜸 병원의 병원장을 하신 분이었어요. 이 분이 어느 날 전립선 암 진단을 받게 돼요. 그런데 이 분이 생각을 하더니 수술도 방사선 치료도 항암치료도 안 받겠다는 거에요. 주변에서는 좀 놀랐는데 어떻게 말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평소처럼 출근하고 일하며 지냈어요. ‘정말 저 분이 암 진단 받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이 분은 암 진단 후 5-6년 정도를 더 사셨어요. 그러다가 돌아가시기 1-2주 전에는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진통제 맞았지만 그것 말고는 다른 치료 없이 돌아가셨습니다. 차베스 기사를 보면 선생님과 대비돼서 요즘 우리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병원에 오시는 분들에게 무슨 약을 먹는지 물어보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이렇게 세가지가 자동으로 나옵니다. 제가 이름 짓기에 ‘3종 세트’인데요.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약들이죠. 거기에서 약을 먹다 보니 우울해져서 항우울제를 먹고 그러다보니 갑상선이 나와서 약을 먹고, 수술 하다 보니 호르몬도 보충해야 하고 전립선에는 소염제를 또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가 안되면 소화제를 먹고 또 그러다 보니 잠이 안 와서 수면제를 먹게 됩니다. 약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 약을 먹어서 다른 약을 먹게 됩니다. 게다가 매일 혈당체크를 하고 수술도 많이 받았어요. 인공 디스크, 척추 풍선 성형, 협착증 수술, 전립선 수술을 받았고 심장에는 스텐트기를 치아에는 임플란트를 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골다공증 약도 먹고 있죠. 내혈관 예방약을 먹으며 류마티스가 있고 인공관절도 하나씩 끼고 있죠. ‘약 먹는 다윗 사이보그’가 현대인의 모습이고 병원에 있으면 이런 분들을 매일 보죠. 우리들의 모습이 왜 이렇게 됐나요 의사들은 이런 모습을 매일 보면서 살기에 의료가 양날의 칼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칼의 한 날은 우리를 위해 나쁜 것을 쳐주지만, 다른 한쪽 날은 우리 자신을 칩니다. 그래서 의료를 받을 때는 항상 보수적이고 신중해지는 것이죠. 의료의 한계나 의료의 허상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산업화되어 가는 의료생태계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의사-환자 동맹군으로 봤을 때 이를 둘러 싸고 있는 새로운 5P가 나타납니다. 의사가 고용되어 있는 병원(Provider)이 있죠. 의사와 동일체가 아닙니다. 그리고 보험공단(Payer), 정책입안자(Policy maker), 제약회사(Pharmaceutical company), 공공 미디어(Public media)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찰받고 처방을 받을 때 이런 것들이 보이나요 안보이지만 이것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의료 생태계입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이 바로 ‘근거주의’입니다. 좋은 약을 만들었다’며 혹세무민 하지 못하게 정부가 근거를 가지고 조절한다는 것이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것인데 ‘근거중심 세일즈’가 일어나며 오히려 악용되고 있습니다. 큰 기업들이 돈, 시간, 전문가를 들여서 근거를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그렇게 만들어진 근거를 여러 방법으로 활용합니다. 회사들이 연구하고 근거에 열중하는 이유는 상품의 가치를 올리고 신제품 허가와 가격선정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연구하며 신약을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고객관리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요즘 병원들은 군비경쟁을 합니다. 서로 경쟁적으로 더 좋고 센 의료 기기를 들여놓으려 하죠. 그리고 거기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도 성과급제를 받는데 현재의 의료정책과 의료계에서 성과급제는 독사과입니다. 이제는 얼마를 벌었는가와 함께 얼마를 썼는지도 따져서 성과급을 줍니다. 그렇게 따져보면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이익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고 해요. 수술도 조금 적자이고 병원 입원 환자도 적자라고 해요. 외래가 조금 남고 진짜 남는 건 검사를 받게 하는 거라고 합니다. 사람 손 덜 들고 기계를 돌리면 되니까요. 이처럼 원가 분석표까지 다 만들어져 있습니다. 병원들이 그런 쪽으로 굉장히 노력하고 있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의료 현실이 굉장히 슬프죠. 이제는 이렇게 안 하면 운영자체가 안 된다는 거죠.“ “그러면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는가 정부는 우리 편 아닌가요 우리를 위해 일하고 우리를 도와주는 존재 아닌가요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이야기 하자면 지금의 정책은 ‘다다익선’을 하라는 정책이에요. 환자 10명 보는 것 보다 50명을 볼 때 50배 더 벌 수 있는 것이 행위별수가제입니다. 요즘에는 포괄수가제로 바뀐다고 해요. 그래도 다다익선의 논리에서 의료정책들이 못 벗어나고 있어요. 이런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려면 제 생각에는 ‘소소익선’으로 가야 돼요. 누가 제일 약을 적게 쓰고 병을 고쳤는가 누구의 환자가 약을 가장 적게 쓰고 당뇨를 고쳤는가로 인센티브를 준다면 의사나 환자 모두 그 쪽으로 노력 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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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사람들은 왜 병원에 가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제가 볼 때 병원에 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건강해지러 병원에 간다’입니다. 그런데 환자인 우리들이 병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플라톤의 동굴이 생각날 때가 많아요. 사람들은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어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병원에 가면 얼마나 좋은 기계들이 많겠어?’ 그리고 ‘좋은 약들이 얼마나 많은데 못 고치겠어?’그런 환상들 이제 좀 깨세요. 못 고치는 거 많아요. 하지만 또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어요.병원에서는 못 고치지만 내가 스스로 고칠 수 있으니까요." "과잉의료는 불안에서 시작돼요.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도 모르겠고 다음 달 월급이 나올지 안나올지도 모르죠. 여러모로 불안한데 여러분 뒤를 튼튼히 해준다며 자꾸 보험을 들라고 하죠. 그러니 불안해서 보험을 들어요. 보험은 공돈이라는 생각에 불필요한 검사를 받게 되고 그렇게 검사와 시술과 약을 시작하다 보면 내 몸은 점차 ‘약 먹는 다윗’이 되어 갑니다. 이렇게 근원을 찾다 보면 불안이 나오게 돼요. 과잉의료가 일어나는 데에는 병원, 의사, 정부의 책임도 있지만 우리들이 병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가 과잉 하기 때문에 손바닥이 마주쳐서 일어나는 겁니다." 의료주권 회복과 ‘0차 의료’
"우리는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자신의 역할을 자각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의료에서 환자가 객체였다면 이제 환자들은 굉장히 똑똑해졌기 때문에 상향 평준화 됐어요. 그래서 의료의 주체가 될 수 있어요. 내가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하고 대등하게 논의하고 그것에 대해 장단점을 따져보고 또 병원에 가는 것 이외에 내가 건강해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따져보며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자신의 역할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의료주권 회복선언을 할 수 있어요." "건강에는 저항력이라고 하는 기초체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위에 기둥을 세웁니다. 밥 먹고 잠자고 몸을 움직이고 운동하고 직장을 갖는 것, 친구와 가족과의 인간관계,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 건강을 이루는 기둥들이에요. 이런 요소들과 기둥들 위에 우리가 비로소 건강이라는 지붕을 얹을 수 있지요. 병원에서 주는 약이나 수술이나 치료는 기둥이 아니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는 정도죠." "우리나라 법에 아주 훌륭한 의료체계가 있습니다. 1차 의료기관은 동네에 있는 의료기관들이에요. 2차는 그보다 큰 중소형 병원, 3차는 모든 과를 갖추고 있는 대학병원이죠. 이런 병원 전달체계에서 ‘0차 의료’라는 것은 의료기관에 가기 전에 우리 자신이 할 수 있는 해법이 있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어봤어요. 내가 잘 먹고 살고 있는지, 운동은 잘 하고 있는지, 마음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는지, 친구들에게 착한 일은 하고 사는지가 건강에 더 중요하다는 거죠. 이걸 일곱 가지로 정리 해봤어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음이에요. 우선 마음의 힘을 키우고 몸을 많이 움직이고, 인공에 반대하고 경증에 지혜롭게 대처하고 의료를 사용하되 꼭 필요할 때 적게 사용하고 보험을 남용하지 말고 느리게 사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내가 오늘 여기서 이 자리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이건 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아프면 이 병이 나을 병인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대요. 나을 병이면 고민할 필요가 없고 안 나을 병이면 이게 죽을 병인가 살 병인가 생각해봐야 한대요. 살 병이면 고민할 필요가 없대요. 죽을 병이면 거기에서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하는데, 죽어서 천당을 갈 것인가 지옥을 갈 것인가 천당을 갈 거면 고민할 거 없는데 지옥을 가게 될 거 같으면 고민이 되겠죠. 하지만 지옥에 가면 지옥 사자들이 너무 못살게 굴어서 고민할 틈이 안 생긴대요. 그러니 결국 이 세상에는 고민할 일이 없다는 것이 이야기의 결론인데요. 저는 이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들었어요. ‘내가 오늘 여기서 이 자리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북한이 쳐들어와서 핵폭탄이 터질 수도 있고 죽어서 천당이나 지옥에 갈 수도 있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우리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사과나무를 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도 사과나무를 심다가 죽을 때가 되면 받아들이는 거겠죠." "정형외과 의사들은 엑스레이를 많이 보죠. 그래서 사람의 일생을 엑스레이를 통해서 바라보게 봅니다. 뼈가 젊은 나이부터 장년기를 지나서 노년기를 향해 움직여가요. 같은 나이라고 다 똑같지도 않아요.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요. 어깨를 펴고 살면 바른 자세를 갖게 됩니다. 결국 여러분이 노력하기에 달렸어요. 같은 골격도 근육이 없는 사람과 근육이 있는 건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근력을 키우는 게 꼭 필요해요. 윗몸 일으키기, 앞으로 뒤로 허리 돌리기, 공중에서 자전거 타기 보다 더 좋은 허리 운동은 없는 것 같아요. 근력을 꼭 키우세요. 그리고 그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있습니다." "에베레스트에 만약 건강으로 가는 별천지가 있다면 사람들은 배낭을 메고 거기로 갈겁니다. 정상으로 가는 여러 코스가 있겠죠. 거기에는 셰르파들이 있어서 당신은 체력을 보니 A코스가 좋겠다던지 당신은 체력을 보니 B코스가 좋겠다고 얘기해주고 짐을 지고 같이 가주겠죠. 저는 이것이 의료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건강해질 수 있는 방식을 알려주고 같이 가주는 것이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셰르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연일: 2013년 4월 25일 나눔 문화 : http://www.nanum.com
제공:나눔문화,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3.05.0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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