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관행농업에서 전환해가고 있는 친환경농업은 전에 없었던 새로운 농업인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기초로 한 관행농업의 역사는 몇 년이나 되었을까 그러면 그 이전은 무슨 농업이었을까 이런 단순한 질문에 대부분은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는 것 같다.
관행농업의 역사 불과 40년 남짓이다. 그 이전은 어떤 농업이었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 이전의 농업이 바로 우리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의 수준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순수 유기재배’이었음을 알게 된다. 맞다! 대한민국 수천만 년 농업역사의 대부분이 ‘순수 유기재배’의 역사다. (필자는 지금과 비교하여 오염원이란 전혀 없는 순수한 천연자재만으로 농사를 했었기에 유기재배 앞에 ‘순수’를 붙였다.)
| ⓒ www.jadam.kr 2008-12-07 [ 조영상 ] 담양서 유기 포도를 생산하는 박오식님, 초저비용의 친환경농업의 단단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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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가는 친환경농업의 길은 전혀 새로운 길이 아니라 ‘다시’ 되돌아 가는 길이다. 그렇게 되돌아 가는 지금, 그 ‘순수’ 유기재배시대 선배들이 수천 년 이상의 경험 속에서 정착되어왔던 농업기술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 40년 이전의 기억이 이미 사라졌기 때문일까?
선조의 단순함 속에 지혜의 샘이 깃들어 있다 희미해진 듯하지만 아직은 생생히 기억해낼 수 있는 기억을 가다듬으며 우리는 알게 된다. 그 대 선배님들의 농업기술이 얼마나 단순했었음을 말이다. 실은 지금의 친환경농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단순한 작부체계, 시비체계를 기반으로 유기재배를 해왔다.
시비로 활용한 자재라면 풀과 풀 먹은 똥, 인분액비와 청초액비가 거의 전부였다. 수분관리, 엽면시비, 추비의 개념도 거의 없었으며 시비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그 땅과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기에 농업기술이 화폐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구현되었다. 활용한 자재가 풀과 풀 먹은 똥, 인분액비와 청초액비였다고 이것을 유치하게 바라보아야 할까
과거 순수유기재배 시대의 역사를 모두 지워버리고 모든 것을 새롭게 써내려 가듯 하는 현재의 친환경농업은 어떤 모습인가. 고가의 돈으로 구매해야만 하는 수백 종, 수천 종 이상의 친환경자재를 만들어 내며 과거의 순수유기재배농업과는 전혀 다른 농업으로 정착되고 있는 친환경농업의 흐름은 과연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친환경농민들이 자재의 홍수와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을 그대로 방관하고 공평무사, 교통정리만 하면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가 한국농업의 경쟁력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 ⓒ www.jadam.kr 2008-12-07 [ 조영상 ] 산청에서 유기 배를 생산하고 있는 정부환님 부부, 다우징기법을 천연농약에 적용하여 적합한 방제기술을 스스로 찾아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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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친환경농업 기술전문가라는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이 단순한 과거의 기술적 체계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 평가조차 내릴 수 없을 만큼 그때의 기술은 하등에 가치가 없는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그 단순한 농업기술적 체계로 지금보다 훨씬 맛있는 유기재배 과일을 생산했었고 이를 기반으로 곳곳에 ‘지역명산’이라는 명성과 역사가 만들어 졌다. 다시 길을 되돌아가는 마당에 그 전에 선배님들이 했던 방식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그래서 그 선배님들의 노하우을 기반으로 우리도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면서 노동력을 더욱 줄이며 고품질, 다수확까지 발전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의 친환경농업에는 농민이 없다 분명, 그 이전 순수유기재배시대의 기억이 아직 생생히 남아있음에도 좀처럼 그 기억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시대적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장구한 농업역사의 의미는 전혀 거들떠 보려고도 하지 않는 일반적 흐름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필자는 이런 상황을 ‘현재 한국의 친환경농업에는 농민이 없다’라는 말로 정리하곤 한다.
얼마 전 과수 6,000평을 유기재배로 하는 농가가 한 해에 투입한 친환경자재비가 4,700만원이었다는 자료를 보았다. 이를 근거로 자재비용을 지원해야 유기농업이 가능함을 정책담당자들에 설명했다는 얘기를 듣고 필자는 정말 참담한 기분이었다. 이 분은 얼마 전 ‘큰 상’을 받았다.
지금 친환경농업에는 농민이 없다. 더욱더 큰 문제는 ‘농민이 없는 것을 농민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농민은 단지 기술적 혜택을 돈을 주고 이용하는 단순 소비자로 고착화되고 있다. 농민의 주체적 역량을 강화시켜 의연하게 시대적 문제를 스스로 타게 해 나갈 수 있는 ‘전사’를 만들어도 부족할 터인데 어디에도 그런 흔적들이 보이지 않는다.
| ⓒ www.jadam.kr 2008-12-07 [ 조영상 ] 20년째 호밀 초생재배로 친환경 단감을 생산하는 하동 유재관님. 누적된 초생재배의 역사가 유기물을 풍부하게, 과일을 고품질로, 한국 최고수준의 가격을 8년째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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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기술이 돈에 묶여버렸다. 분명, 전혀 새롭지 않은 길을 다시 되돌아 가는 것인 데 이전의 순수유기재배의 길과는 너무도 다르다. 친환경농업이 늘어 나기만 하면 국가의 농업희망이 생기는 것처럼 외쳐대는 자들에게 농민은 생각 없이 박수를 쳐대 그들을 더욱 부추긴다. 농민 자신을 ‘주연’의 자리에 앉혀준 줄로 착각하고.. 상을 받으며 보조를 받으며 수월하게 친환경농업으로 가는 것 같지만 그 미래는 깜깜하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많이 늘려놓으면 국가는 그 만큼 더 빨리 망한다. 마찬가지로 농산물수입개방의 시대에 경쟁력이 없는 친환경농가의 확대는 오히려 농업의 종말을 더 가속화할 뿐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농산물 수입개방의 위기, 석유의 위기, 식량의 위기, 지구환경의 위기를 관통하며 흘러가고 있다. 근래에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대한민국을 엄청난 시련의 골짜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한민국은 원자재의 98%, 석유의 100%, 식량의 7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산층 중심의 내수는 몰락하여 경상수지에서 수입의 7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증권가, 정치가, 부동산업자의 분석은 앞으로 1~2년 있으면 좋아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적 금융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자는 좀처럼 없다.
냉철한 시대의식이 미래희망을 만든다 위기를 위기로 냉철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백성, 농민은 그 위기를 넘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세계농업 환경의 변화, 농산물 수입개방의 여파에 대해 치밀한 대응을 준비하지 않는 농민은 시대를 극복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친환경농업에는 미래도 농민도 없어 보인다.
친환경농업은 전혀 새롭지 않다. 단지 우리는 선배님들이 왔었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때 선배 농민들은 어떤 농업을 했는가. 어떻게 돈 없이도 충분한 순수유기재배를 실현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해 보는 겸손한 자세가 절실하다. 필자는 그 길이 지금보다 훨씬 지혜롭고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기술이었다고 판단한다.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농업비전을 만들 수 있는 지혜, 4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생생하게 보인다. 거기에 ‘지혜의 샘’이 있다.
수천 년 농업역사의 주역인 대 선배님들의 지혜를 정리하고 친환경농업을 실천해온 선배님들의 경험을 토대로 농업을 ‘초저비용’의 길로 ‘초간편’의 길로 열기에 그 ‘지혜의 샘’은 충분하다.
조영상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12.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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