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비를 거의 구입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추비로 활용하는 액비도 구입에 의존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시판되는 액비 중 원재료의 조성을 밝히는 곳은 없다. 따라서 내 땅에서 농작물을 키워 내는 농민은 농작물이 무엇을 먹고 성장했는가를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액비를 시판자재에 의존하게 되면 농업기술 축적은 불가능해진다. 자닮은 액비를 구입해 쓰는 농업을 ‘암흑농법’이라고 명한다. 농업기술의 축적도 어렵고 비용도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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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농약의 사용량을 줄이려면 가장 먼저 농민이 질소 사용량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비도 구입하고 추비도 구입에 의존하는 농업은 질소의 통제권을 가질 수 다. 따라서 화학농약 과용이라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기 쉽다. 액비는 만들기 어렵지 않다. 자신이 직접 재료를 계량해서 기록하고 만든다. 이듬해 효과가 부족하면 한시적인 처방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다음 만들 때는 전년도의 보족한 부분을 추가해 만드는 반복과정 에서 농업 기술이 축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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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비를 사서 쓴다는 것,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퇴비에서 나오는 침출수나 산야초로 만든 청초액비, 화장실서 나오는 인분액비, 음식물로 만든 음식물 액비를 활용했기에 더 이상의 액비가 필요 없었다. 이 모든 자재가 아직도 유기재배에서 허용된 자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좀처럼 40~50년 전만 해도 일반적이었던 방법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균형 잡힌 영양을 제공하는 최상의 액비인데도 말이다. 인분액비는 수세식 화장실 도입으로 사라졌고, 음식물 액비는 염분장애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 흔한 산야초는 좀처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나마 쌀겨나 깻묵, 어분과 패화석 등의 부산물 재료로 액비를 만들어 활용해 왔던 노력도 사라지고 있다. 왜일까 농민이 점점 게을러진 까닭일까? 음식부산물의 염분장해는 과장된 것이다.
농업 교육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가장 먼저 농가가 자급해 왔던 ‘음식물 액비’를 없애버렸다. 교육 중에 한국 사람이 짜게 먹는다. 짠 음식으로 만든 액비를 주면 작물에 염분장애가 올 수 있다고 강조하여 ‘염분공포’를 조장하였다. 자연스럽게 음식부산물로 액비를 만들어 썼던 대부분의 농가들은 염분장해를 염려하며 음식물 활용을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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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초액비(청초액비)는 자취를 감췄고, 자가 제조 부산물 액비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도 음식물 액비가 사라지게 되는 과정과 동일한 일이 발생한다. 누군가가 섞는 냄새나는 것을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향기로운 냄새는 완성을 의미하고 좋은 것을 의미한다고,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액비가 아니면 써서 는 안 된다고 하면서 ‘냄새의 공포’를 조장한 것이다. 공포 조장이 성공을 거두면서 액비시장은 더욱 확대된다. 산야초를 베어 물에 담가 보라, 향기롭던 풀내음은 이내 사라지고 썩는 냄새(죽음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향기로운 풀 냄새 가득한 산야초가 물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지독한 냄새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산야초 내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아미노산과 함께 아민계열의 부산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아미부산물이 아주 지독한 냄새를 가지고 있기에 냄새는 필연이다. 단백질과 지방은 어떤 미생물이 분해하더라도 냄새를 동반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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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는 좋은 것, 부패는 나쁜 것이라는 것이 지금은 상식처럼 되어 있지만 그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액비의 상업화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조작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 부패는 지구의 물질 순환에 중대한 축이다. 부패라는 과정이 없으면 지구적 물질 순환은 곧 막혀버린다.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으로 쓰였던 산야초액비, 인분액비의 고약한 냄새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그 냄새 자제를 긍정했고 냄새의 강도에 따라 질소(성장)효과를 가늠했었다. 향이 나는 발효과정과 썩는 냄새가 나는 부패과정은 단지 원재료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자연적 현상일 뿐이다. 여기에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란 없다. 탄수화물 분해시는 알콜발효가 일어나 당과 달콤한 향을 만들고, 단백질과 지방 분해시는 아미노산화 반응과 지방산화 반응이 일어나 아민과 글리세롤이라는 부산물이 나오고 지독한 냄새를 동반하게 된다. 한국농업의 경쟁력을 위해 미생물, 액비 자급부터 시작하자!
미생물 원종이 되는 부엽토가 주변에 풍부하게 있고, 배재의 원료인 산야초도 풍부하다.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토양과 작물에 최적화된 최고의 미생물제를 직접 배양해 활용하자. 그리고 염분공포와 냄새공포를 떨쳐버리고 이제 농업에 필요한 모든 액비를 자가 제조하자. 비용이 1/50~1/100로 줄고 농업기술의 노하우가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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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예시를 따라 직접 계량을 하여 액비 자가 제조에 나서기 바란다. 쉽다.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것이 액비이다. 일단 만들어 보고 활용하다가 성장이 느리다고 한단될 때는 질소원으로 만들어 놓은 생선액비를 추가할 수도 있고 성장이 너무 빠르면 패화석 등으로 만든 칼슘제를 추가할 수도 있다. 만드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각각의 원재료를 계량하여 물량의 1/10선에서 넣는다. 500리터의 물은 재료 총량 50kg 내외. ②물을 통의 가득 채운다. ③산야초와 부엽토를 넣고 저어준 다음 뚜껑을 덮는다. ④제조시작 3개월 사이는 7~10일 간격으로 저어주고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저어준다. ⑤고온기에는 뚜껑을 단단히 덮어 수분 증발을 막는다. ⑥5월이 제조의 적기이다. 3개월 이후부터 활용할 수 있으며, 여과는 부직포 주머니, 광목주머니 등을 활용한다.
조영상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0.03.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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