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와 농업 그리고 농사꾼과 농업인!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의미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이 두 낱말은 같은 의미일까?
친환경농업인은 농사와 농업, 농사꾼과 농업인의 의미를 뚜렷하게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 낱말에 숨겨진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친환경농업은 성공할 수 없다, 친환경농업에 있어 소비자와 고객의 의미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는 ‘농사를 짓는다.’또는 ‘농업을 한다.’, ‘농업을 경영한다.’라고 말하지, ‘농사를 한다.’, ‘농사를 경영한다.’ 또는 ‘농업을 짓는다.’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또한 농사를 짓는 사람을 ‘농사꾼’이라 부르고 농업을 하는 사람을 ‘농업인’이라고 부른다.
농업의 의미는 농사를 포함하면서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다른 의미는 유통이다. 즉 농사에 유통이 더해진 것이 농업(농사 + 유통)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농사는 생산포장에서 곳간(창고)까지의 과정을 말하며, 농업은 생산포장에서 곳간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까지의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 중 곳간에서 소비자의 식탁까지가 유통에 해당된다.
과거 먹거리의 공급이 수요보다 적을 때에는 많은 양을 생산하는 것만이 농사꾼의 목표였고 성공이었다. 유통에 차별성이 없어서 농업이나 농사의 의미 구분이 필요하지 않았던 이 시절에는 다수확이 곧 소득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지금에는 많은 양을 생산하는 것만이 목표일 수가 없다. 풍작이 소득으로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생산량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소득이 달라진다. 즉 유통방법이 소득의 크기를 결정한다.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목적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에 있지 않다. 소비자에게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써 존재한다. 따라서 친환경농업은 생산에만 관심을 보이는 농사꾼이 할 수 있는 농업이 아니다. 유통을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농업인만이 할 수 있는 농업이다. 즉 친환경농업은 있어도 친환경농사는 존재할 수 없다.
친환경농업으로 얻어진 생산물은 관행 농산물에 비하여 생산량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볼 수 있었지만 제가 경험한 농가들의 대부분이 그런 실정이다. 그리고 친환경농가도 그것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친환경농업은 생산과정 다시 말해 농사로써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유통과정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친환경농업은 시도해서는 안 되는 농업이다. 친환경농업은 화학자재 없이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농업인이 하는 농업이 아니다, 친환경농업은 품질이 아닌 품격, 다시 말해 가치를 팔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농업이다.
잘 팔고 계신가요농가를 방문하면 ‘잘 팔고 계신가요?’묻고 대화를 시작한다. 왜냐하면 농산물의 출하 형태를 보면 그 농가의 실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팔고 있다는 분들에게 질문을 하면 다음 세 가지의 답을 들을 수 있다.
공영도매시장에 출하하여 구성원들 중에서 당일 최고의 가격을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답을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대형유통업체인 ○○마트에 계약 출하하고 있어 판로는 걱정할 게 없다고 흡족한 표정으로 답을 하기도 한다. 또한 어느 분은 택배 등을 통하여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데 집중한다고 한다.
공영도매시장, 대형유통업체, 소비자직거래 중 어느 형태의 거래를 하고 있는 농가가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경쟁력 순위대로 나열한다면 소비자와 직거래 〉대형유통업체 〉공영도매시장 순일 것이다.
공영도매시장은 일방적이다. 가격결정시에 생산자의 참여 없이 중도매인등 유통업자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다. 따라서 생산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공영도매시장의 취급량 중에서 수입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품목임에도 수입농산물의 취급 비중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형마트를 거느리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는 가격결정 과정에서 농업인의 의견을 일정부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공영도매시장과 차이가 있다. 그러나 반영의 수준이 참고의 수준이지 존중받는 수준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대형마트를 방문하면 사진과 같은 반가운(?) 광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대형유통업체간 경쟁적으로 최저가 홍보를 하고 있다. 최저가로 소비자에게 공급하려면 우리 농업인한테 싸게 공급받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소비자와의 직거래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호간에 서로의 의견을 반영하여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가격이 결정되게 된다. 그리고 상호간의 의견이라는 것에는 생산자의 농업에 대한 신념이나 농업방식 그리고 농업과 생태계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의식도 가격결정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윤리적 생산’, ‘윤리적 소비’라는 가치가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농업인 측면에서 보면 가장 바람직한 유통형태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농업인 교육을 통하여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최소한 30% 이상으로 확대해야만 지속가능한 농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세 가지 형태와 달리 생활협동조합 형태의 유통도 형성되어 있다. 이는 소비자 직거래와 대형유통업체의 중간 위치쯤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광구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6.03.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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