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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이란 이야기를 엮어내고 상품화하는 농업부여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이광구 소장
친환경농업이란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져야된다. 농업인 측면에서 본다면 친환경농업은 경쟁력을 갖기 위한 농업이다. 그러나 농업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친환경농업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허약한 농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부터 유통과정에 이르기까지 누군가에게 의존하면서 농업이 영위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나 관련단체의 도움이 종료되면 지속되지 못하고 관행농업으로 회귀하는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처음 시작단계에서는 일정한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장하여 자립할 수 있어야 되는데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왜일까 극복할 수 없을까 그 방안은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의를 농업인 관점에서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본다.

친환경농업의 정의를 살펴보면서 1) 관련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의, 2) 일반 친환경농업 현장에서의 정의, 3) 경험을 토대로 한 개인적 관점에서의 정의로 구분해 보고자 한다.

1) 친환경농업 관련법에서의 정의
‘친환경농업이란 합성농약, 화학비료 및 항생제․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그 사용을 최소화하고 농업 부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하여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보전하면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고 관련법 제2조에 정의되어 있다.

농업인들은 이 정의를 이해할 때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농업 부산물을 재활용 등을 통하여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ㆍ보전하면서’ 부분은 도외시하고 ‘합성농약, 화학비료 및 항생제․항균제 등 화학자재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그 사용을 최소화하’여,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산업’만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 오류로 인하여 농업부산물은 쓰레기 취급당하고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보전하는 공익적 기능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점만을 강조하는 바람에 일반 관행농산물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냐는 반론에 부딪치고 있다.

2) 일반 친환경농업 현장에서의 정의
우리 전래 농업에서는 농업부산물의 재활용 없이는 농업이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대부분의 친환경농가들은 과학이라는 이름아래 농업부산물을 병․해충의 오염원으로 인식하여 재활용하지 않고, 합성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에 공장형 제품의 친환경자재, 유박이 주원료인 유기질비료, 영양제 등 각종 보조제 등을 사용하여 농업생태계의 환경을 유지․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하는 바의 작물 외에는 모두 제거하는 농업. 결국 작물체 이외의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박멸농업을 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은 박멸농업이 아니다, 생명체들의 균형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농업일 때 비로소 지속이 가능한 농업이고 그 가치를 존중받을 수 있는 농업이다.

3) 경험을 토대로 얻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정의
개인적으로 친환경농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접근한다. 친환경농업이란 이야기를 엮어내는 농업이다.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농업이다. 생태계를 유지․보전함으로써 나타나는 풀과 벌레 등 모든 생명체들이 엮어내는 생태계의 모습과 농업을 영위하면서 겪게 되는 일상의 애환과 보람들을 감동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농업이다.

다시 말해 친환경농업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생산물에 담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농업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특정된 소비자, 즉 고객이 없는 친환경농업은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관행농업이 일방향 농업이었다면 친환경농업은 소비자와 함께하는 쌍방향 소통농업인 것이다.

부여 부소산에 있는 낙화암은 많은 관광객을 찾고 있는 명소이다. 이러한 바위 절벽은 어디에든 있다. 그러나 부여의 낙화암이 관광상품화 될 수 있는 요인은 백제 패망 당시 여인들의 슬픈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환경농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농업이 아니다, 생산물에 이야기를 담아낼 수 없다면, 그리고 그 이야기를 상품화 할 수 없다면 친환경농업은 지속가능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농업이다.

www.jadam.kr 2016-03-29 [ 이광구 ]

이야기를 상품화하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소재 엔젤농장은 쌈채류를 중심으로 식용꽃과 근채류 등을 생산하여 직거래 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은 체험농장이다. 엔젤농장주는 농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상들을 SNS와 방문고객에게 감동적인 이야기로 전달하는 농장이다.

엔젤농장에 방문했을 때 시설 하우스 내에 각종 채소와 파프리카가 재배되고 있었는데 농장주는 파프리카 재배지로 안내했다. 파프리카를 소개하려고 하나보다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파프리카 잎과 줄기를 들추더니 새둥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방문했던 시기가 8월인지라 새둥지는 빈집이었다. 둥지는 정교했다. 외부와 차단된 시설하우스에서 과연 새가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www.jadam.kr 2016-03-29 [ 이광구 ]

인공조형물이 실제보다 더 정교한 경우를 보아왔던 터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신기해 하니까 농장주는 스마트폰을 꺼내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 스마트폰에는 새가 알을 낳고 부화된 새끼가 성장해가는 시간들이 묶여 있었다. 엔젤농장이 고객감동의 친환경 생태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했던 것은 농업현장의 이야기를 상품화하는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이광구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6.03.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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