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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사과의 미래를 이야기 한다.사람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토지, 농부의 가치는 자신의 땅에서 실현되어야 한다.(2010년 자닮선정 친환경 명인 창녕 이철호님)
사과의 맛을 결정하는 작업을 중심으로 미네랄 공급에 역점을 둔다. 바닷물과 준비해 둔 자재들을 충분히 활용한다. 병충해 방제용 이외의 자재는 거의 대부분 자가 제조해서 활용하는데, 그들 재료를 구하기 위해 여러 수고들도 마다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다.

www.jadam.kr 2010-03-16 [ 이철호 ]

가장 자연스런 사과 맛을 내기 위한 과정은 바로 행동의 절제
사과나무를 심기 전부터 만들기 시작했던 자재들은 내가 당분간 농사를 짓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이다. 만약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식의 농사 여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아마도 이렇게 준비해둔 자재의 사용도 극히 제한될 것이며, 어쩌면 다 사용하지도 못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한다. 투입을 하되 그 량을 최소화 시키면서 점차적으로 횟수를 줄이는 농사를 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작년 사과밭의 일부 나무에 다른 나무와 달리 자재의 사용을 전혀 하질 않고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해 보았다. 결과는 한 마디로 “맛 없는”사과라는 평이 나왔다. 사과맛(자연스러움)의 깊이가 어떠하다라고 지적하는 사람보다, 입맛에 의해 평가되어지는 “맛”이 없다는 것이 다수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왜 “맛”이 없을까?

여기서 나는 사과 유기재배의 오묘하고도 어려움을 깨달아야 했다. “맛”이 없는 사과를 누가 찾을까. 사과의 맛을 가슴으로 판단하기보다 머리로 판단하면서 그 평가에 대한 가치를 두고 있는 사과 애호가들에게 아무리 유기재배로 사과를 생산했다고 한 들 누가 알아주겠는가라는 문제와 함께 내가 사과의 맛을 내기 위해 투입하는 모든 자재들의 사용을 극도로 제한한다면 결국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사과의 맛을 가슴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는 극히 우스운 이야기로 들릴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유기재배, 즉 자연에 닮은 방식으로 재배한 사과라면 인간의 인위적인 것에 의해 들여진 맛이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맛”에 가까운 결과물이 될 것이고, 그것은 가슴으로 밖에 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 스스로 얻은 결론이다.

www.jadam.kr 2010-03-16 [ 이철호 ]

“自由라는 것은 곧 不自由를 말하는 것이며 가장 不自由스러울 때가 바로 가장 自由스럽다.” 즉 “내가 절제에서 벗어난 그 어떤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바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유기재배 과정 중, 수없이 부딪치는 어려움 속에서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적절히 조절하고, 나아가 자신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기다림을 배우는 여정을 겪고 나게 되면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사과를 수확하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며 나의 5번째 농사는 그렇게 작년에 막을 내렸다.

부엽토와 낙엽 모으기를 하면서 겨울을 보낸다.
투입의 최소화를 통해 가장 자연스러운 사과 맛을 내기 위해서는 땅의 조건도 부합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나름대로 사과밭의 환경을 자연스러운 상태로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겨울이 되면 반드시 행하는 과제가 있다. 바로 주변 산에 있는 부엽토와 낙엽을 긁어모으는 일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약간 경사가 있긴 했지만 자연스런 밭의 형태를 인위적인 평지로 바꿔 버린 상황에서 토양의 상태는 말 그대로 맨땅이나 다름없었고, 그래서 땅에서 사과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라기 위한 기본 조건을 갖추어 나가는데 있어서 적당한 영양과 함께 토양의적정 산도, 미생물과 같은 소동물의 활동, 그리고 부식함량의 조건 등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나는 이러한 조건들의 일부를 갖추기 위한 일환으로 주변 산에서 채취할 수 있는 부산물의 확보에 많은 시간을 투자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끝없이 행해야 할 작업으로 삼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산물은 바로 밭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장소에서 일정 기간을 거친 뒤 다른 부산물과 함께 숙성시켜 사과밭에 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투입하는 자재의 확보는 가급적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지난 몇 해 동안 그렇게 열심히 투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상태의 땅은 대략 일 년에 일 센티(cm) 정도의 깊이 밖에 만들어 지질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세월 두고 해야 할 노력이 얼마인가를 스스로 가늠해 보기도 한다.

유기사과의 미래
유기사과를 재배하는 한국유기농사과연구회 회원들의 철학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이 유기사과를 재배하고자 하는 동기와 재배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수많은 역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유기사과 재배와 관련된 전반적인 맛(?)에 사로잡혀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들은 일부의 비난과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 마치 선각자의 길을 걸어오듯이 외롭게 지금까지의 여정을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슴속으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자신이 하고 있다고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용해야 할 자재의 한정과 또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농사의 결과는 항상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가족 간의 불화까지 초래하는 회원 농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병충해 방제와 관련된 농가들의 기술과 정보가 서로 교환되면서 작년부터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사과 품종에 따라 전체 사과 생산량에서 정과률이 70~80% 이상이 되는 농가도 나올 만큼 사과작황은 괄목할 만큼 신장했다.

2009년도 유기사과 시장은 전년에 비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먹거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유기농산물에 대한 상대적 수요 증가 등의 요인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 지경에 이른 상황도 발생했다. 그동안의 고생을 전부 보상 받는 상황까진 아니더라고 보다 개선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적인 미래가 점차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한다는 일반적 경제 논리는 농업을 공업적농업으로 바뀌게 만들면서 더욱 더 경쟁적이고 상품화의 추구에 열을 올리는 양상으로 농업의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나아가 환경이 파괴되고, 외부에너지원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고비용의 부담을 안고 행하는 지금의 일반적 농업 형태는 결과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상호신뢰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는 작금에 유기농업은 이러한 상호간의 신뢰 회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한 방안으로 제시 되어야 할 것이며 아울러 이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유기사과 재배 농가들의 책임 또한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람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는 게 바로 토지이다. 농부의 가치는 자신의 땅에서 실현되어야 하며, 자신의 땅에서 공들여 만들고 수확한 농산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된다. 소비자 역시 건강한 땅을 통해 자신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가치를 회복시켜야 한다. 유기농업의 확대는 바로 이러한 최고의 가치를 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금길이 될 것이다.

이철호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0.03.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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