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전혀 해가 없는 인공 감미료가 초파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드렉셀대학(Drexel University) 다니엘 R. 머렌다(Daniel R. Marenda) 교수 연구진은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 fruit flies)에게 감미료 주성분 중 하나인 에리스리톨(erythritol)을 먹인 초파리에 수명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사람에게 보다 안전한 살충제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연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흥미로운 것은 연구 책임자인 머렌다 교수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이 연구 성과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3년 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던 그의 아들 시몬 D. 카스초크-머렌다(Simon D. Kaschock-Marenda, 당시 12살)은 과학전람회 출품할 프로젝트에 대해 아버지인 머렌다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시몬은 먹이에 설탕을 비롯한 다양한 감미료를 섞어서 줬을 때 초파리의 반응이 궁금했다. 즉, 감미료가 초파리의 먹이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했던 것이다.
드렉셀대학 신경생물학자인 머렌다 교수와 아들 시몬이 실험을 위해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감미료 중 하나가 트루비아(Truvia)였다. 트루비아는 미니아폴리스(Minneapolis)에 위치한 카질(Cargill)사가 제조한 감미료다. 두 부자는 다양한 감미료를 먹이에 섞어 초파리에게 주고 반응을 살피며 기다렸다. 거의 일주일이 지난 후 트루비아가 들어 있는 먹이를 먹은 초파리가 모두 죽은 사실을 시몬이 머렌다 교수에게 알렸다. 트루비아의 구성 성분은 인간에게 해가 없는 안전한 물질로 알려져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다른 감미료가 들어 있는 먹이를 먹은 초파리들은 모두 살아 있는데 유독 트루비아를 먹은 초파리만 모두 죽은 것은 우연한 사고라고 생각하고 두 부자는 실험을 다시 반복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트루비아를 먹은 초파리는 6일 이내에 모두 죽은 반면, 다른 감미료를 먹은 초파리는 40일에서 50일을 생존했다.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 머렌다 교수는 실험 장소를 그의 실험실로 옮겨 곤충 행동 전문가인 션 오더널(Sean O’ Donnell) 교수와 함께 연구를 계속했다. 트루비아는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스테비아 레바우디아나(Stevia rebaudiana)’ 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의 일종이다. 두 과학자는 식물이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다양한 독성 물질 중 하나가 초파리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종류가 다른 스테비아 식물에서 추출한 감미료 푸레비아(Purevia)는 초파리의 수명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 이를 발견한 오더널 교수는 HPLC(high-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 분석 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푸레비아와 달리 트루비아는 에리스리톨의 함량이 90% 이상이었다. 에리스리톨은 과일이나 발효식품에서 발견되는 제로칼로리 감미료(zero-calorie sweetener)의 일종이다. 스테비아잎 추출물은 설탕보다 200배 이상 강한 단맛을 나타낸다. 에리스리톨은 설탕에 비해 약 70~80% 정도 수준의 단맛을 나타내지만 몸에 거의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기 때문에 저칼로리 감미료로 사용되고 있다. 에리스리톨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US FDA)에서 사람에게 안전한 물질(Generally Recognized As Safe; GRAS)로 인정한 식품첨가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에리스리톨이 초파리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인지 밝히기 위해 연구진은 고농도 에리스리톨에 초파리를 노출시켰다. 고농도 에리스리톨(2 M 농도)에 노출된 초파리는 하루 이틀 사이에 모두 죽었다. 감미료에 대한 반응이 생물 종별 차이를 나타내는 현상은 이미 여려 사례가 알려져 있다. 감미료에 대한 책으로 유명한 로사린드 플랭클린대학(Rosalind Franklin University)의 D. 에릭 월터(D. Eric Walters)는 그의 저서에서 자이리톨(Xylitol)이 사람에게 안전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것이 당신의 개를 죽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주석 참고).
현재 연구진은 살충제 용도로 에리스리톨을 사용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을 마친 상태다. 에리스리톨을 넣은 미끼는 먹어도 해충이 바로 죽지 않기 때문에 해충이 먹이를 둥지로 가져가 동료들과 나눠먹어서 그 효과가 배가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인간에게 완전히 무해하다는 점이 살충제로서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에리스리톨이 실용화되려면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지적도 있다. 에리스리톨을 살충제로 사용하려면 사람뿐만 아니라 꿀벌처럼 유익한 곤충에게도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시몬은 이제 9학년이 되었다. 시몬은 과학전람회에서 이 연구로 수상은 못했지만 세계 유수의 과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 아직 어린 학생으로선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이상의 연구 성과는 전문저널 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주석]
자이리톨이 치아건강을 위해 사용될 정도로 사람에게는 무해하고 유익한 물질이다. 하지만 개에겐 중독을 유발한다. 이는 자일리톨이 개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서 당의 소모를 촉진함으로써 저혈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는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저혈당을 유발하는 자일리톨의 양은 0.2~0.4g/kg으로 껌 한 개에 들어 있는 자일리톨의 양이 1~2g인 점을 가만하면 체구가 작은 소형견의 경우 껌 한 개로도 치명적인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원문서지]
Erythritol, a Non-Nutritive Sugar Alcohol Sweetener and the Main Component of Truvia??, Is a Palatable Ingested Insecticide
Kaitlin M. Baudier, Simon D. Kaschock-Marenda, Nirali Patel, Katherine L. Diangelus, Sean O`Donnell, Daniel R. Marenda
PLoS ONE 9(6): e98949. doi:10.1371/journal.pone.0098949
키워드 : 인공감미료,살충제,과일파리,에리스리톨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원문:
http://cen.acs.org/articles/92/web/2014/06/Sweetener-Toxic-Fruit-Flies.html 제공:kisti,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4.08.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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