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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변: 약물(drug)로 볼 것인가, 조직(tissue)으로 볼 것인가?

www.jadam.kr 2014-05-12

「인간의 대변을 의학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에 관한 첫 번째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된 지도 1년이 지났다(참고 1). 이 시험에 참가한 43명의 피험자들은 재발성 Clostridium difficile 감염증을 앓고 있었다. (C. difficile은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지속성 설사를 초래하는 원인균이다; 첨부그림 1 참조) 대조군은 항생제만을 투여받고, 시험군은 걸러낸 대변에서 유래하는 액체와 항생제를 함께 투여받았다. 대변 유래 액체는 비삽관(nasal tubes)을 통해 소장 상부(upper small intestine)로 전달되었다.

이 소규모 임상시험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되었다. 왜냐하면 대변 슬러리(slurry)를 투여받은 환자들의 치료율이 항생제만을 투여받은 환자들보다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 수백 명의 C. difficile 감염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러 건의 비무작위 연구 결과, 전형적인 치료율은 90%로 나타났다(참고 2).

1958년 과학문헌에서 처음 언급된 대변 미생물총 이식(FMT: 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란 `건강한 공여자에게서 채취한 대변을 가공한 다음 관장, 결장경(colonoscopy), 기타 방법을 통해 환자의 장(腸)에 이식하는 방법`을 말한다(참고 3). FMT의 목적은 건강한 미생물 집단을 재확립함으로써 장(腸)의 병원균을 몰아내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FMT를 둘러싼 관심이 고조되어 왔는데(첨부그림 2 참조), 이와 동시에 새로운 규제장벽이 등장하면서 FMT의 연구와 임상적용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FMT의 규제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대변 이식을 `약물투여`로 볼 것인가 `조직이식`으로 볼 것인가?\"다. 2013년 5월, 미 FDA는 \"인간의 대변을 약물로 간주하고 규제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간의 대변을 약물로 간주하게 되면 복잡한 절차가 요구된다. 의사들은 FMT 시술을 할 때마다 번거롭게 신약승인 신청서(IND: Investigational New Drug)를 보건당국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FDA는 이에 대해, \"FMT를 감시하고 표준화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상업적 의약품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했다.

같은 달에 FDA와 미 국립보건원(NIH)이 공동으로 개최한 공청회에서, 의사, CDC의 대표자, 의학계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FDA의 규제정책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로부터 6주 후 FDA는 입장을 선회하여, \"재발성 C. difficile 감염증 치료를 위한 FMT 시술에 대해 IND 제출을 강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FDA의 연민어린 예외 인정 덕분에, 현재 많은 환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FMT 시술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FMT의 지위는 여전히 애매모호하며, FDA의 규제정책은 이 분야의 연구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자들은 FMT를 다른 질환(예: 염증성 장질환, 비만 등)의 치료에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싶어한다.

`FMT의 의학적 잠재력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그럴 수 있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는 FDA를 비롯한 보건당국의 규제정책에 달려 있다. 인간의 대변을 약물로 간주하여 까다롭게 규제하는 것은 환자보호를 위해서라지만, 그것이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는 것도 사실이다. 대변을 인체조직으로 재분류하거나 - 혈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 아예 별도의 항목으로 분류할 경우, 환자의 안전을 지키고 접근성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관련연구를 촉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위험과 이익

인간의 위장관 미생물총은 사실상의 장기(virtual organ)라고 불린다(참고 4). 위장관 세균의 구성은 염증성 장질환과 비만에서부터 천식과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위장관 세균, 생물학적 활성을 지닌 대사체, 면역계 간의 상호작용이 그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참고 5). 임상시험은 물론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도 미생물 생태계가 숙주의 생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참고 6).

6건 이상의 임상시험이 `FMT를 이용한 염증성장질환 치료방법을 연구하겠다`고 신청했지만, FMT가 C. difficile 감염증 이외의 질병을 치료한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참고 7, 8) FMT의 부작용을 평가하기 위해 환자들을 추적조사한 연구결과는 지금껏 발표되지 않았다. FMT 시술 후의 부작용으로는 일시적인 복부불편과 복부팽만이 보고되어 있지만, 장기적인 안전성 시험결과는 나와 있지 않다.

대변의 미생물총을 이식하면 HIV나 간염과 같은 감염질환을 옮길 위험이 있다. 오늘날처럼 까다로운 헌혈규칙이 도입되기 전인 1970~80년대에, 미국에서는 수천 명의 혈우병 환자들이 오염된 혈액제품 때문에 HIV에 감염되었다. 이론적으로, FMT가 환자의 미생물총을 변화시켜 만성질환(예: 비만, 자가면역질환)에 취약하게 만들 위험성도 있다. (이것은 항생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FMT와 관련된 위험은 엄격한 검사를 의무화함으로써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는 환자들로 하여금 민간요법에 의존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자가대변이식에 관한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고, 유튜브에는 자가대변이식에 관한 동영상이 올라와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가정에서 지인이나 가족의 대변을 이식받는 방법을 설명한 책들도 나와 있다. 어떤 환자들은 필자를 찾아와 애완동물의 대변을 이식하는 방법에 관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한 FMT 옹호사이트에서는 \"의사들이 FMT 시술을 해 주지 않아 민간요법이 성행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go.nature.com/zrzbuk).

현재의 상황은 과소규제와 과다규제가 병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재발성 C. difficile 감염증의 경우에는 아무런 제한 없이 FMT를 실시할 수 있지만, 다른 질환의 경우에는 IND를 제출하지 않으면 어림도 없다. IND는 일부 연구자들의 사기도 저하시키고 있다.

FDA는 약물을 `질병의 진단, 치료, 완화, 치료,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통제된 상황에서 일정한 성분을 이용하여 제조되는 전통적 약물과 달리, 대변은 미생물, 대사체, 인간세포로 구성된 가변적이고 복잡한 혼합물이다. 따라서 대변에 약물과 같은 엄격한 표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변은 화학공장이나 통제된 세포배양물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지원자로부터 채취하므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FDA는 혈액, 연골, 뼈, 피부, 난자를 인체조직으로 분류하여 규제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환자에게 이식하려면 자세한 내역을 기재하고 전염병 검사를 해야 한다. FMT의 경우에도 이러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현행 법령은 대변을 인체조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대변 역시 - 약물이 아니라 - 인체조직으로 분류하여 규제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격한 검사를 통해 FMT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그 임상적 가능성은 상당할 것이다.

(2) 대변은행(stool bank)

적절한 규정을 만들어 대변의 검사와 처리를 규제하고, 혈액은행과 유사한 대변은행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FDA는 엄격한 안전규정을 만들어 감염증의 전염을 예방하고, 기증자의 등록을 의무화하여 부작용을 추적해야 한다. 대변의 검사 및 처리절차를 중앙에 집중시키면 가격과 가변성을 낮추고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환자들이 위험한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2012년에는 OpenBiome이라는 대변은행이 설립되어 C. difficile 감염증 치료를 위한 대변을 공급하게 되었다. 현재 OpenBiome은 비영리기관으로 주로 기증에 의존하고 힜지만, 미래에는 병원으로부터 받은 사용료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OpenBiome은 처음 3개월 동안 12개 병원에 100 번 이상 대변을 공급했다. 그 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에모리대학교 병원을 비롯한 대학 부속병원들이 환자들을 위해 독자적인 대변은행을 설립했다.

OpenBiome은 기증자들을 대상으로 17개 검사(혈액검사와 대변검사)를 실시하여 감염증을 검사한다. 기증자들은 대사증후군, 자가면역질환, 소화기질환 등의 만성질환도 검사받는다. 각각의 기증자들은 수십 개의 샘플을 제공하고, 기증받은 대변은 분쇄, 살균 및 여과를 거친 다음, 장기보관을 위해 냉동처리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의사들은 표준화된 대변을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대변은행의 규모가 확대되면 FMT의 임상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으며, C. difficile 감염증 치료는 물론 다른 질환의 임상시험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Rebiotix나 Monarch Laboratories와 같은 업체들은 대변에서 유래하는 제품을 약물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 합성 세균총(synthetic communities)

지난 10년 동안 특정 세균과 질병을 연관시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 다음 연구과제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이용하여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현재 FMT는 순수한 세균 배양물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가공된 대변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분야의 연구가 더욱 진행되어 세균의 활성성분이 밝혀질 경우, 특정 세균 배양물을 이용한 2세대 미생물총 요법(second generation of microbiome therapeutics)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참고 9, 10).

대변이식에 관한 지식이 증가하면,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맞춤형 세균집단의 설계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변과는 달리, 맞춤형 세균집단은 약물로 분류하여 규제하기가 용이하다. Seres Health나 Vedanta Biosciences와 같은 업체들은 맞춤형 세균 칵테일의 생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합성 세균총을 사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대변을 인체조직으로 분류하여 규제함으로써, FMT의 임상적용과 관련연구를 촉진하는 것이다.

※ 참고

1. van Nood, E. et al. N. Engl. J. Med. 368, 407?415 (2013).

2. Kassam, Z., Lee, C. H., Yuan, Y. & Hunt, R. H. Am. J. Gastroenterol. 108, 500?508 (2013).

3. Eiseman, B., Silen, W., Bascom, G. S. & Kauvar, A. J. Surgery 44, 854?859 (1958).

4. Evans, J. M., Morris, L. S. & Marchesi, J. R. J. Endocrinol. 218, R37?R47 (2013).

5. Cho, I. & Blaser, M. J. Nature Rev. Genet. 13, 260?270 (2012).

6. Riduara, V. K. et al. Science http://dx.doi.org/10.1126/science.1241214 (2013).

7. Smits, L. P., Bouter, K. E. C., de Vos, W. M., Borody, T. J. & Nieuwdorp, M. Gastroenterology 145, 946?953 (2013).

8. van Nood, E., Speelman, P., Nieuwdorp, M. & Keller, J. Curr. Opin. Gastroenterol. 30, 34?39 (2014).

9. Lawley, T. D. et al. PLoS Pathog. 8, e1002995 (2012).

10. Petrof, E. O. et al. Microbiome 1, 3 (2013).

키워드 : 대변이식, Clostridium difficile, 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출처: KISTI 미리안 글로벌동향브리핑

원문: http://www.nature.com/news/policy-how-to-regulate-faecal-transplants-1.14720

제공:kisti,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4.05.12 11:24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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