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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립형 말뚝버섯, Phallus ravenelii Berkeley & Curtis. 영어속명 Ravenel's Stinkhorn. 주로 미 동부지역에 많이 돋는 말뚝버섯인데, 자실체 두부에 포자를 담고 있는 암록색 점액질 두부 바탕 표면이 멧돌이나 곰보버섯처럼 오목오목 들어가 있지 않고[즉 요철형태로 되어 있지 않고] 오톨도톨한 과립상[顆粒狀 granulated=not chambered] 두부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슷하게 생긴 것이 최소한 3종류가 있기 때문에 쉽고 편리하게 구분 짓기 위하여 "과립형 말뚝버섯"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 글에 나와 있는 사진들은 모두 과립형 말뚝버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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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버섯 알 두개 가운데 한개는 흰색이고 한개는 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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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자를 퍼뜨리기 위하여 냄새를 통해 동물이나 곤충을 유인하는 버섯들 가운데 말뚝버섯이 단연 으뜸이다. 늦은 봄부터 가을에 걸쳐 숲속이나 도시 정원 잔디밭 등 영양가 많은 부식질 땅위에 처음에는 탁구공이나 메추리알 크기 정도의 알 형태로 돋아나 곧바로 알껍데기를 뚫고 맹렬한 힘으로 자실체를 돋아내는 버섯이다. 알껍데기를 뚫고 돋아나기 시작하면 몇 시간 안에 9-15cm 정도의 크기로 자라난다. 대는 미세한 돌기가 많은 흰색인데 약 4-5cm정도의 갓 표면에 아주 짙은 초록색 점액질이 붙어있다. 바로 이 점액질에서 심한 악취를 풍겨 금파리(bluebottle)나 일반 집파리는 물론 딱정벌레와 다른 곤충들을 유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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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심한 악취는 30m 밖에서도 맡을 수 있는데 바로 그 심한 악취를 풍기는 점액질 속에 포자를 가지고 있어서 파리 같은 곤충이 그것을 빨아먹거나 알을 낳기 위해 날아와서 접촉하게 되면 그 몸에 포자가 묻어 곤충이 날아다니는 먼 곳까지 퍼뜨리게 된다. 파리들이 몰려들게 되면 갓 위에 붙어있는 냄새나는 점액질을 순식간에 다 빨아먹어 나중에는 깨끗한 흰곰보버섯 모양이 되고 포자유포라는 사명을 다한 말뚝버섯은 슬그머니 구부러져 눕게 된다. 우리 코에는 심한 날 콩나물 냄새가 나기 때문에 그다지 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서양 사람들 코에는 심한 악취로 여겨 이 버섯의 영어속명이 고약한 냄새나는 뿔이라는 뜻의 stinkhorn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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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파리?와 민달팽이가 점액질을 다 빨아 먹어서 두부가 하얗게 되었고 들어난 두부 모습이 곰보[요철]형이 아니고 과립형인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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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있는 말뚝버섯 오른 쪽 끝부분을 보면 파리 외에도 여러 다른 곤충들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것은 그 역한 냄새뿐만 아니라 그 생긴 모양새가 마치 남근(男根)과 비슷하여 그 학명이 추잡(음란)한 남근이라는 뜻의 Phallus impudicus 이다. 그리하여 이 버섯의 그 요상한 모양새와 악취 덕분에 온갖 재앙이나 불운과 관계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악마의 알”(devil's eggs)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서구 문학에 자주 등장하여 특히 여러 민간 괴담의 주축을 이루기도 하였다. 독일 사냥꾼들은 말뚝버섯이 수사슴이 발정한 곳에서 돋는다고 믿었고, 태국에서는 불청객을 쫓기 위하여 집 밖에서 부패하여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시체를 태우는 것이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하였다. 또 유럽에서는 이 버섯에 최음 성분이 있다고 생각하여 가축들에게 최음제로 먹인다고 한다. 나아가서 자연계의 7대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기도 하는 등 이 버섯에 대한 설명 또한 다양하여 그 신기하고 기이한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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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버섯 두 송이와 노란 파리?)
그런데 이 말뚝버섯에 대하여 나쁜 뜻으로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좋은 뜻으로도 많이 말하는 버섯이기도 하다. 항간에서는 이 버섯의 약효에 대하여 간질병이나 통풍(痛風)은 물론 류머티즘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헌데에 고약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남성 최음제로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현대 과학적으로 보아도 많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최음 성분은 몰라도 박완희 선생의 한국약용버섯도감에 보면 항종양 성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류머티즘 치료에도 효험이 있어서 생 말뚝버섯 220g을 오미자주 200ml에 담가 두었다가 열흘 뒤 9-15ml을 하루 세 번 복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에고스테롤이나 렉틴 성분을 포함하여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는 gibberellin이라는 식물생장 자극 호르몬도 들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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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버섯 Mutinus ravenelii 영어속명은 개의 생식기 같이 생겼다 하여 Dog Stinkhorn이라고 한다. 이 뱀버섯은 암록색 점액질이 붙어있는 두부가 다소 뭉툭하고 땅딸막할[stocky] 뿐만 아니라 그 두부와 담홍색 또는 분홍색 대 사이의 구분이 확연한 것이 특징이다. 이 버섯은 미국 동부지방에 많이 돋는다. 그리고 원래 "뱀버섯" Mutinus caninus. [이 학명 가운데 caninus란 "개의" 뜻이다. 그래서 영어속명 Dog Stinkhorn 이라는 이름이 왔다.]은 미국에 들어 온 외래종이라 하며 그 특징을 보면 대가 좀 더 길어서 키가 크며 대체로 굵기가 일정하다가 꼭지에 가까우면 갑자기 뾰족해지고 냄새나는 암록색 점액이 붙어있는 두부와 대 사이의 구분이 잘 안 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의 위 부분은 담홍색인데 밑으로 내려갈수록 연해지다가 흰색을 띄운다. 대주머니 역시 흰색이다.)
말뚝버섯은 그 돋는 곳 역시 매우 다양하다. 특히 사람 많이 살고 있는 도시 근방에서도 자주 돋는다. 잔디밭, 정원, 꽃밭, 길가, 개천이나 도랑 주변, 관목이나 울타리 밑, 교회 주변, 제재소 근방, 쓰레기 더미나 묵은 톱밥 쌓인 곳 등 어디든 부식질이 풍부한 곳이면 돋는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가을에 아파트 주변 나무 밑 멀칭한 곳에 여러 개 돋은 것을 본 적이 있고, 여름에 소나기 많이 온 뒤 어느 백화점 주차장 주변 멀칭한 곳에 여기저기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돋은 것을 본 적도 있다. 지금 이 글에 나오는 말뚝버섯 사진들은 미국 동부지역의 저 유명한 아팔라시안 등산로(Applachian Trail)가 지나가는 숲 속 나무들이 겹겹이 쓰러져서 많이 부식한 곳에 여러 개 돋은 것을 찍은 것이다. 그 냄새가 강렬하여 이제는 이 버섯의 냄새만 맡고도, “아하, 이 근방에 말뚝버섯이 있구나” 하면서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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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뱀버섯 Mutinus elegans [Mont.] E. Fisch. 영어속명 Elegant Stinkhorn 또는 Devel's Dipstick. 자실체가 9-17cm로 좀 긴 편이다. 대 중간이 약간 부풀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차차 가늘어진다. 역시 두부의 점액질 부분과 대 사이의 구분이 어렵다. 두부 끝이 길게 뾰족하고 약간 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뱀버섯 역시 미국 동부지역에서 많이 돋는다. 이 뱀버섯과 아주 비슷한 것이 바로 Mutinus canius Huds.: Pers 라는 뱀버섯이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점액질이 붙어 있는 두부와 담홍색 대 사이의 구분이 확연하지 않으며 두부가 M. elegans 보다 덜 뾰족하고 갓 끝에는 점액질이 없고 대의 기부가 흰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서는 악취가 나는 점액질을 씻어 내거나 제거한 기본체나 알형태의 유균을 스프에 넣어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버섯 달인 물은 식품 방부제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말뚝버섯의 대는 그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순대나 소시지 속을 채우듯 식품재료로 채워 익힌 다음 썰어 먹을 수도 있다. 기본체를 삶아서 볶은 것은 무 냄새 같은 미묘한 맛이 있다고 하는데 이 사람은 아직 시식해 보지 않았다. 금년(2009년)에 이 버섯을 만나면 좀 채취하여 시식해 보려고 한다. 홍콩에서는 냄새나는 갓 부분을 잘 씻어 말린 버섯을 한 파운드(약 450g)에 500불을 받는다 하니 과연 금값이다. 만일 이 말뚝버섯이나 망태버섯의 유균을 채취하여 식용할 경우 그 알이 독버섯인 광대버섯의 알과 비슷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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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 Dictyophore duplicata [Bosc] E. Ficsh 노균이다. 시기를 놓쳐 파리가 점액질을 다 빨아먹었거나 아니면 비에 씻겨 두부의 곰보 자국을 볼 수 있고, 하얀 대 밑 부분에 흰 망태의 일부가 남아 있어 이것이 흰 망태버섯임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돋는 것은 망태가 더 얇고 짧은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원래 말뚝버섯 Phallus impudicus는 이 버섯의 두부 표면처럼 곰보자국 모양의 요철이 뚜렷하다. 과립형 말뚝버섯과 구별하기 위하여 곰보형 말뚝버섯이라고 부를 수 있다. )
재미있는 것은 위의 사진에서 본 것처럼 이 말뚝버섯의 알을 떠 가지고 집에 돌아와 화분에 심어두고 물을 주면 이 삼일 안에 곧 말뚝버섯이 돋아나는 것을 아주 재미있게 관찰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돋아날 때 그 힘이 가공할 만큼 강하기 때문에 만일 밀폐된 유리병 안에서 키우면 그 유리병을 깨뜨릴 정도라고 한다. 일단 알껍데기를 뚫고 돋아나기 시작하면 위의 사진에서 보신 것처럼 몇 시간 안에 쑥 자란다. 말뚝버섯에는 몇 개 비슷한 종류가 있는데 곰보형 말뚝버섯 Phallus impudicus 외에도 곰보형 말뚝버섯과 모든 것이 거의 같으나 단지 대 밑에 남아 있는 알껍데기인 대주머니가 자갈색인 자갈색 대주머니 말뚝버섯 Phallus hadriani이 있다. 그래서 위에 있는 사진에서 보신 것처럼 기본체 두부가 곰보버섯 같은 홈이 파이지 않고 과립형으로 된 Phallus ravenelii 와 구분 지을 수 있다. 더 자세히 연구하시기 원하는 분들을 위하여 다시 간추려 말씀 드리면, 말뚝버섯은 최소한 네 종류가 있는데, 1) 과립형 말뚝버섯(Phallus ravenelii), 2) 곰보형 말뚝버섯(Phallus impudicus), 3) 자색대주머니 말뚝버섯(Phallus hadriani), 그리고 한국에 있는 붉은말뚝버섯(Phallus rugulosis) 등이다.
생명을 이어가는 저 깊고 은밀한 몸짓, 소리 없이 피어나고 또 흔적도 없이 스러지지만, 한 때나마 곤충들을 부르는 냄새를 풍겨 찾아오는 이를 이웃삼고, 바람에 날려 보낸 숨긴 이야기들처럼 그 이야기를 피워 다시 대를 잇고 또 피어나는 말뚝버섯들......저 생명을 이어가는 이야기는 아무리 풀어내어도 그 끝이 없다.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4.0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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