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禁) 버섯 이야기
귀두속버섯 Hypomyces hyalinus(Schwein.) Tul. & C. Tul. 영어속명 Amanita Mold. |
미국 하와이와 그 주변 태평양 폴리네시아 여러 섬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전설은 하와이에서 발견되는 망태말뚝버섯과 관련이 있다. 하와이 여성들이 망태말뚝버섯의 냄새를 맡으면 즉각적인 성적 반응을 보이고 절정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하와이에서 돋는 망태버섯은 단명하여 오직 30분에서 4시간 동안만 살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하와이에서 "여성의 버섯"이라고 알려진 이 망태말뚝버섯은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하였을 때 분비되는 물질과 거의 같거나 아주 근사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 아직 그 이름이 없는 이 성분은 성적 흥분을 높여주어 오르가즘에 이르도록 하는데 여성이 분비하는 것보다 몇 백만 배나 더 강한 성분이라고 한다. 여성이 이 성분의 냄새를 맡으면 즉각 격렬한 오르가즘이 몇 번씩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설은 과연 사실일까?
망태버섯 Dictyopora indusiata(Vent.: Pers.) E. Fischer 영어속명 Netted Stinkhorn 이 귀한 사진은 밀가부리 윤성진님이 빌려 주셨다. |
현재 하와이 힐로(Hilo) 섬에서는 세 종류의 망태말뚝버섯이 돋는데 망태말뚝버섯의 망태의 색깔에 따라 각각 그 학명이 다르다. 주황색에 가까운 망태를 가진 것은 Phallus cinnabarina라고 부르며, 허옇고 누르스름한 망태를 가진 것은 Phallus multicolor, 그리고 하얀 망태를 가진 것은 Phallus atrovolvatus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망태말뚝버섯들은 하와이 원산이 아니고 모두 외지에서 들어 온 것으로 외지에서 들여 온 지저깨비 멀치(wood chip mulch)나 정원 장식용 식물과 사탕수수와 같은 식물에 묻어 온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면 이 망태말뚝버섯과 관련하여 생겨난 옛 전설이라고 하는 것은 그 근거가 없는 낭설일 가능성이 더 높다.
흰 망태말뚝버섯의 노균이다. 두부의 초록색 점액질은 파리가 다 빨아 먹고 흰 망태도 흔적만 남았다. |
John Holliday와 Noah Soule이라는 두 분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Journal of International Medicinal Mushroom이라는 잡지에 "새로 발견된 열대 망태버섯속 버섯의 냄새로 말미암아 촉발된 자발적인 여성 오르가즘"이라는 논문에서 하와이의 전설이 사실임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하와이의 저명한 민속학자나 버섯학자들은 그러한 전설이 하와이에 존재하지도 않고 실제 망태버섯속(최근 Dictyophora 망태버섯속은 Phallus 말뚝버섯속으로 바뀌었다.) 버섯의 냄새가 여성의 성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뚝버섯에는 여성 최음제 성분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 동부지역 말뚝버섯 Phallus ravenelii Berk. & Curt. 영어속명 Ravenel's Stinkhorn |
여성 최음제에 대한 속설은 송로버섯(truffle)에 관련된 이야기에도 전해 오고 있다. 이른 바 남성 정력에 좋다고 하는 송로버섯은 땅 속에서 돋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돼지를 이용하여 그 버섯을 찾는다.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실제로 돼지를 몰고 다니며 송로버섯을 찾는 장면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오직 암퇘지만이 송로버섯을 찾을 수 있는데 송로버섯에서 수퇘지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허지만 돼지는 아주 영리한 동물이다. 그렇다고 하면 암퇘지는 땅 속에 묻힌 먹을거리를 찾는 것이지 버섯에서 풍기는 수퇘지의 성적 매력에 빠진다고 볼 수 있을까? 의문이다. 왜냐하면 수퇘지도 송로버섯을 찾을 뿐만 아니라 개와 사슴, 다람쥐, 곰, 그 밖의 여러 곤충들도 송로버섯을 찾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수퇘지가 송로버섯을 찾는 것은 송로버섯에서 발정한 암퇘지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런 저런 19금 속설들이 전 세계적으로 유포되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충북 충주호(청풍호) 근방 어느 송이 마을 입구에 힘차게 서 있는 송이 조각품 |
사실 성기능을 개선해 준다는 물질은 전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정력에 좋다는 것들에 대한 속설은 민간 세계 어디서나 존재해 왔다. 중국 사람들은 동충하초(Ophiocordiceps sinensis)를 구하기 위하여 티베트로 달려간다. 균류에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항생제가 개발된 것 외에도 이제는 이 기적 같은 "특효약"(wonder drug)들은 질병 치료를 넘어서서 성적 쾌감이나 정력을 증진시키는 제품 생산 쪽으로 그 방향이 바뀌고 있다. 의학적으로 보아도 40세가 넘은 남성의 48.258%가 발기부전으로 인생의 의미마저 잃고 있다고 하니 그러한 "특효야" 개발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화학 약품들 보다 같은 효과를 지닌 약성분을 자연에서 얻으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말뚝버섯 Phallus impudicus Pers. 영어속명 Stinkhorn 이 귀한 사진은 파랑새 조정호님이 빌려 주셨다. |
옛 사람들은 자연이란 우리가 잘 살펴보기만 하면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 생긴 모양을 보고 그것이 지닌 약효 또한 믿었던 것이다. 예를 들자면 간처럼 생긴 것은 Hepatica라 하여 간 질환에 좋고, 허파처럼 생긴 것은 Pulmonaria라 하여 폐에 좋다는 것이다. 초기의 의약 개발의 기초가 이러하였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남성의 성기처럼 보이는 버섯들은 오랜 세월동안 자연 최음제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말뚝버섯의 학명을 보면 학명 가운데 속명(屬名) Phallus란 그리스어로 젊잖게 표현하여 "장대 또는 막대기"(rod)라는 뜻이지만 실은 "성기 penis, 음경 또는 남근"을 뜻한다. 종명(種名) impudicus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음란한" 이라는 뜻이다. 결국 말뚝버섯의 모양새가 남근 비슷하다는 뜻이다.
붉은뱀버섯Mutinus elegans(Mont.) E. Fischer 영어속명 Elegant Stinkhorn |
또 뱀버섯의 학명 가운데 속명 Mutinus란 priapus 즉 남근, 음경을 뜻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남성 생식력의 신 Priapus를 가리키는 또 다른 라틴어 이름이다. 따라서 "작은 성기, 또는 작은 막대기"를 뜻한다. 종명 caninus란 개를 뜻한다. 그래서 뱀버섯의 영어속명은 Dog Stinkhorn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어느 버섯 책에도 나와 있지는 않으나 뱀버섯의 생김새가 마치 개의 성기처럼 생겼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미국 동부지역에서 돋는 말뚝버섯 여러 송이 |
남근처럼 생긴 모양새와 여러 말뚝버섯류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많은 민간 신앙을 낳게 하였다. 그래서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여러 관심사가 출현하였다. 특히 남성 성(sex)에 관한 희한한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찰스 다윈의 맞 따님은 냄새만 맡고도 말뚝버섯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채취해 온 말뚝버섯을 그리기 위하여 깊고 은밀한 방에 숨어서 그린다음 말뚝버섯을 불태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품행 단정하고 순진한 처녀로서 남근 모양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유럽 일부 지방과 뉴기니에서는 말뚝버섯을 달여 최음제로 만들어 소의 생식력을 높이기 위하여 소에게 먹었다고 한다. 보르네오 섬에서는 말뚝버섯이 영(靈)의 형태로 되돌아 온 죽은 영웅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믿었다. 그 밖에도 말뚝버섯에 대한 여러 전설이나 민담들이 많은데 어떤 이야기는 여성들이 읽기에 낯붉힐 이야기들도 있다.
균핵 Elaphomyces granulatus Fries 영어속명 False Truffle |
둥근머리 균핵동충하초 Elaphocordyceps capitata (Holmsk.) G.H. Sung, J.M. Sung & Spatafora =Cordyceps capitata(Holmskjold:Fries) Link 영어속명 Round-Headed Cordyceps 또는 Head-like Cordyceps |
이렇게 말뚝버섯 뿐만 아니라 아직 갓이 피어나기 전 송이와 균핵동충하초가 기생하는 균핵 Elaphomycs granulatuse(영어이름 Deer Balls, Common Deer Truffle 또는 Ground Nuts)도 자연 최음제라고 생각하였다. 특히 균핵의 경우 교접하는 사슴이 흘린 정액에서 생겨난다고 믿어 최음제라고 여긴 것이다. 1651년 J. Bauhin의 Historia에 보면 이 균핵은 미약(媚藥: 성욕을 일으키는 약)을 조제할 때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속설들은 모두 인간의 성적 욕망을 더욱 부추기려는 욕심의 부산물일 뿐 그 활성기제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연구 입증된 것이 없다고 한다.
귀두속버섯 두 송이 |
이러한 때에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미국 알래스카 숲에서 자연 최음제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Tantric Ecstasy and Inhibited Sexuality라는 잡지에 정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하여 자연에서 얻은 새로운 최음 정력제를 개발하였다는 보고가 실려 있다고 한다. 이 신제품은 알래스카 동남쪽 침엽수 숲속에서 발견되는 버섯을 가지고 만든 것인데 성적 욕망을 증진해 줄 뿐만 아니라 발기부전증 마저 치료해 주는 성분이 있어 이중효과가 있다. 그렇다고 하면 이 최음 정력제는 알코올이나 푸른 알약(이른 바 비타민V 즉 비아그라)과 다르다. 알코올은 성적 욕망은 증진시켜주지만 성기능은 오히려 낮추어 주고, 비아그라는 성기능을 높여 주지만 성적 욕망을 증진시켜 주지는 않는다. 성적 욕망과 성기능 둘 다 증진시켜 주는 이 신제품이야 말로 이중효과를 지닌 바람직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동부지역에서 돋는 말뚝버섯 한 송이가 힘차게 서 있다. |
이 알래스카 버섯은 Alyeska 산 근처 침엽수 숲속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처음에 이 버섯을 발견한 사람들은 이 버섯이 변형된 못버섯속 솜털못버섯(Chroogomphus tomentosus)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버섯을 발견한 사람들은 임시로 Chroogomphus ochraceus var. phallus retorta라고 부르고 현미경적 관찰과 화학적 특징을 포함하여 그 형태적 모습을 설명하였다. 그 뒤 여러 복잡한 실험실 추출과정을 거쳐 이 버섯의 추출물로 주사약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주사약을 성장한 암수컷 쥐에게 주사하였더니, 그 결과가 놀라웠다. 성적 욕망 뿐 아니라 성 기능마저 높여주어 이중 효과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험결과에 따라 투자할 사람과 인체실험에 응할 사람 또한 찾고 있는 중인데, 머지않아 자연에서 얻은 진정한 "특효약"(wonder drug)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인간의 오랜 숙원인 이른 바 "정력에 좋다"는 자연산 특효약을 약방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될까? 다른 것은 몰라도 발기부전증으로 절망에 빠진 많은 남성들을 구원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Debbie Viess, "Sex and the Single Stinkhorn," Mushroom: The Journal of Wild Mushrooming, Fall 2015, pp. 16-21.
Denis R. Benjamin, MD, "Bioprospectors discover the perfect natural aphrodisiac in Alaskan forests," Fungi, Vol. 8:5, Mid-Winter 2016, pp.33-34.
Robert Rogers, The Fungal Pharmacy: The Complete Guide to Medicinal Mushrooms and Lichens of North America, Berkeley, Calif.: North Atlantic Press , 2011, pp. 139, 312-314.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기자,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6.04.29 10:10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종수#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