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두껍데기껄껄이그물버섯[임시이름]. Leccinum albellum. 영어속명은 없다. 아주 엷은 분홍색이 섞여 있는 회갈색 갓 위에 호두 껍데기 모양 홈이 패어있고[pitted], 포자 나오는 그물부분은 처음에 흰색이다가 시간이 갈수록 차츰 엷은 갈색이 된다. 줄기는 길고 갓과 같은 색인데 우툴두툴하고 꺼끌꺼끌한 줄무늬가 있다. 포자색은 갈색에서 올리브 갈색이다. 여름-가을에 활엽수 밑 땅위에 돋고 식용불명이다. 어쩌면 한국 미기록종인 듯하다.)
|
(자주쓴맛그물버섯. Tylopilus plumbeoviolaceus. 영어속명은 Violet-gray Bolete. 갓은 처음에 자색이다가 암회자색을 거쳐 갈색이 된다. 살은 흰색이지만 뒤에 퇴색하고 그 맛이 몹시 써서 식용할 수 없다. 버섯 옆에 하얀 실 같은 균사를 볼 수 있다. 많이 썩은 낙엽 속에 실처럼 길게 뻗어가고 있다.)
버섯은 곰팡이류의 "꽃"이나 “열매(fruit)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버섯을 채취하는 것은 마치 사과나 딸기를 따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채취하면 버섯에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사과를 딸 때 함부로 따서 그 나뭇가지를 많이 부러뜨린다면 사과나무에 해가 되는 것처럼, 버섯을 채취할 때에도 그 버섯이 돋은 주변 환경을 마구 파 해친다면 버섯의 균사를 방해하여 해로울 것이다. 허지만 버섯을 가려가며 조심스럽게 채취하면 버섯의 생식에 그다지 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버섯 균사에 적당히 자극을 주어 좀 더 많은 버섯을 돋아나게 해 준다. 꽃을 꺾으면 아직 씨가 맺기 전이기 때문에 생식에 지장을 주지만, 갓이 피어난 버섯은 채취할 때쯤이면 이미 포자를 많이 퍼뜨린 뒤여서 그다지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버섯은 베어낸 뒤에도 계속 포자를 퍼뜨리고 있다. 그래서 버섯을 담아 온 소쿠리나 상자에 하얀 포자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자주색솔점균의 갈색포자가 마치 코코아 가루를 뿌려 놓은 듯 죽은 나무 위에 많이 묻어 있다. 이렇게 엄청난 양의 포자를 방출하여 바람에 날려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도 버섯을 관찰하기 위하여 한 두 송이 채취하고 잘 관찰한 다음에 그 버섯을 있던 자리에 심어주거나 주름이 아래를 향하도록 갓을 놓아두어 계속 포자를 퍼뜨리도록 해준다. 버섯 나름대로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거나 파 해치지 않는다. 버섯이 돋아 있는 주변을 잘 보존하기 위하여 건드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버섯만 채취하면 땅 속이나 썩은 나무 속에 있는 버섯의 균사는 오래 살아 있기 때문에 버섯을 채취한다 해도 계속 살아남아서 정기적으로 버섯을 돋아나게 한다. 그래서 버섯 돋는 곳을 기억해 두면 여러 해를 두고두고 같은 버섯을 채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채취한 뒤에도 포자를 퍼뜨리기 때문에 뽕나무버섯처럼 기생하기도 하는 버섯은 채취한 뒤 함부로 이곳 저것으로 가지고 다녀서는 안 된다. 잘못하면 나무 숲에 기생균을 퍼뜨려서 나무에게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
(노란 뽕나무버섯이 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많이 돋아 있다. 때때로 이 뽕나무버섯은 산 나무의 뿌리를 상하게 하는 부생균이자 기생균이기도 하다. 그래서 채취한 다음 이 공원 저 공원으로 이동해 다니는 것을 삼가야 한다.)
그런데 근자에 북부 캘리포니아나 미 서북부 지역에서 상업적으로 야생버섯을 대량 채취하고 있다 한다. 1993년 6월 30일자 미주 조선일보에 보면 블루 마운틴 지역의 버섯 캐기가 대형 산업화로 탈바꿈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 국립산림청(The National Forest Service)에 따르면 8천여 명의 상업적 버섯채집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연 4천만 불의 규모로 제 2의 골드 러시를 방불케 하여 멕시코나 동남아 이민자들과 실직 벌목꾼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다. 그래서 산림청은 버섯 채집을 규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무분별한 버섯 채집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채집한 버섯은 비싼 값으로 아시아, 유럽 시장과 미식가들을 위해 미국내 식당으로 공급된다.
그래서 버섯이 멸종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은 상업적 버섯채취를 어떻게든 규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허지만 버섯이 멸종위기를 맞아 실제로 멸종되어가고 있는지는 그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마구잡이식의 버섯 채집자들이 버섯의 생태계를 짓밟아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상업적 버섯 채집자나 취미로 버섯을 찾는 사람들 모두가 채취할 수 있을 만큼 버섯은 넉넉하게 돋는다. 그러나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버섯채취야 말로 자연과 생태계를 망치게 하는 인간행위 가운데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다. 버섯은 언제나 새롭게 돋고 또 돋는다. 버섯을 멸종시키는 길은 버섯의 서식지와 그 환경을 없애버리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버섯을 위한 생태계의 보존이야말로 더욱 필요하고 귀중한 일이다. 그러므로 버섯 채취에 대하여 죄책의식을 갖는 것보다 필요 이상으로 채취하지 않는 것이 최선책이며 버섯을 위한 자연환경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
(큰눈물버섯[Psathyrella velutina]이다. 영어속명은 Weeping Widow 또는 Velvety Psathyrella. 갈색-황갈색 갓이 아주 dry하고 섬유상 비늘조각이 마치 비로드 같아서 영어 속명 Velvety Psathyrella라고 한다. 자갈색 포자를 가진 식용버섯이지만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해마다 가을에 공원 피크닉 테이블 곁에 많이 돋아나고 있다.)
참고삼아 말씀드릴 것은 미국 공원에 있는 다른 식물들은 건드리면 안 되는데 버섯에 대한 규제는 어떠한가 하는 점이다. 버섯은 곰팡이류(fungus)에 속하기 때문에 뉴저지, 펜실바니아, 메릴랜드 주에서는 버섯에 대한 규제가 없다. 미국 전역에 걸쳐 버섯동호인 모임들이 있는 것을 보면 특별한 지역을 제외하고 대체로 버섯에 대한 규제는 가볍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공원이나 주립산림보호지역(State Forest), 또는 사냥지역(Game Land)에 따라 식용할 수 있는 나무 열매나 식물을 한 가정이 소비할 만큼 채취해가도록 허용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식물을 채취하려면 먼저 그 곳의 규제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읽어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지역 곳곳마다 규칙을 게시해 놓고 있다. 주립공원이나 국립공원에서 버섯을 관찰하고 채취하려면 제일 먼저 해당 공원 사무실을 찾아 공원 지도도 한 장 얻고 또 법규에 대하여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다.
90년대 초 10월 하순 어느 날 뉴져지버섯클럽(New Jersey Mycological Association)회원 들과 뉴져지주의 수도 Trenton 근방 Washington Crossing State Park으로 버섯을 관찰하러 갔을 때 일이다. 공원순찰원(park ranger)이 우리를 보더니 당신들 모임의 회장이 어디 있느냐 묻는다. 그래서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우리는 아침 10시에 한 곳에 모였지만 곧 각자 버섯을 채취하기 위하여 이렇게 흩어져 있다고 하였다. 얼마 뒤 다시 그 순찰원을 만났다. 역시 회장을 찾는다. 그래서 왜 그 분을 그렇게 열심히 찾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순찰원 말이 만일 독버섯을 채취하여 혹시라도 사고가 날지 모르니 각 회원들에게 잘 일러달라고 부탁하려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관리하는 지역에서 혹시라도 독버섯 중독사고가 날 것을 염려한 것이다. 이 사람도 다른 공원에서 여러 번 공원 순찰원들을 만났지만 버섯을 채취하지 말라는 말 보다 나의 안전을 먼저 걱정하는 말을 해 준다.
그러면 버섯채취는 사람에게 해로운가요?
|
(무당버섯[일명 냄새무당버섯]이다. Russula emetica. 먹으면 구토와 설사 같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독버섯이다. 그래서 영어속명이 Emetic Russula이다. 그 맛이 몹시 맵고 아리다.)
해롭지 않다. 야생버섯을 취급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광대버섯을 많이 만졌다면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좋다. 독버섯은 오직 먹었을 때에만 해롭다. 버섯을 식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그 버섯을 아주 조금 한 조각 떼어내어 앞니로 조근 조근 씹어 맛을 보는 것인데, 맛을 본 뒤에는 즉시 침을 몇 번 뱉어 낸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서 숲속 땅위에 많이 돋는 색깔이 빨간 (냄새)무당버섯(Russula emetica)은 작은 조각을 떼어내어 맛을 보면 매운 맛이 있다. 침을 여러 번 뱉어내도 한 동안 입안이 아리고 맵다. 물론 치명적인 독성이 있는 광대버섯 종류는 절대로 입에 대어서도 맛을 보아서도 안 된다는 것을 거듭 말씀드린다.
|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임시이름]과 Poison Ivy. 이 버섯 바로 왼편에 있는 세 잎으로 된 식물이 독 넝쿨인 Poison Ivy이다. 피부에 스치면 옻 오른 것처럼 피부가 가려워 잠을 못 잘 정도로 한 일주일 고생하게 된다. 가장 왼편에 있는 두 잎은 다른 식물의 잎이다.)
버섯채취 자체는 해가 안 되지만 버섯을 채취하기 위하여 풀숲을 뒤지며 찾는 동안 뱀을 만난다든지 포이슨 아이비(poison ivy)나 포이슨 오크(poison oak)처럼 피부병을 일으키는 독풀을 만나는 것이 위험하다. 물론 라임병(Lime disease)을 옮기는 사슴 진드기(ticks) 만나는 것도 무섭다. 2004년 8월초에 동충하초를 캐다가 방울뱀(rattlesnake)을 처음으로 만난 적이 있다. 한 2m 전방에서 뱀이 꼬리를 바짝 쳐들고 흔들어 접근금지 경고를 보내오는 바람에 혼비백산 놀랐다. 그 지역 산책로 이름도 하필이면 “Rattlesnake Trail"이었다! 진드기는 여러 번 여러 마리를 몸에서 떼어낸 적이 있는데 천만 다행 라임병은 걸리지 않았다. 한 번은 몸에 네 군데나 진드기가 붙어 있었다. 겁이 왈칵 들어 가정 의사에게 갔더니 걱정 말라고 하면서 진드기 가운데 라임병을 옮기는 것은 크기가 아주 작고 전체 진드기 가운데 약 4% 밖에 안 된다고 일러준다. 진드기 물린 자리가 원을 그리면서 5전짜리 동전 이상으로 점 점 커지면 당장 병원으로 가서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한다. 사후 약방문보다 예방이 우선이니 산에 갈 때 등산용 지팡이나 모기나 진드기 쫓는 스프레이를 반드시 지참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 노래 가운데 “뱀 딸기 있는 곳엔 뱀이 있다고....” 하는 노래 말이 있는 것처럼, 서양에는 방울뱀이 버섯 중에도 커다란 왕그물버섯(Boletus edulis, King Bolete) 근처에 숨어서 기다린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왕그물버섯을 따러 다니는 사람들은 반드시 지팡이를 가지고 다닌다. 사실이 그런지는 몰라도 이 말에는 혹시 왕그물버섯을 따가지 못하게 막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같은데, 어쨌든 버섯을 채취하는 것은 사람에게 해롭지 않지만 뱀이나 독풀을 경계하고 항상 조심하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
(식용하기에 좋아 보이는 베지색그물버섯[임시이름], 학명은 Boletus stramineum인데 식용불명이다. 7월에서 9월에 걸쳐 미국 동남부지방에서 소나무와 참나무 혼합림 땅위 공터나 풀밭 위에 돋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펜실바니아 중남부 메리랜드 접경지역에서 발견한 것이다. 갓이나 버섯 전체가 대체로 흰색에 가까운 베지색이며 줄기에 망목형 무늬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미국에서도 드문 모양으로 그 어느 책에도 언급조차 없으며 오직 한 책 Roger Philips, Mushrooms of North America 1991판에만 나와 있다. 물론 한국 미기록종이다.)
이렇게 뱀은 물론이지만 다른 동물들도 가끔씩 만나는데, 노루가 갑자기 뛰어 달아나는 바람에 혼비백산 놀란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리고 미국 펜실바니아 동북쪽에 있는 스크랜턴(Scranton, Pa.) 지역에서는 산에서 곰을 만날 가 보아 염려한 적이 많았다. 혼자 산에 들어가 두 서너 시간씩 안 나오는 때가 많아서 워키토키를 사가지고 주차장 근처에 있는 집사람과 30분에 한 번 정도 안부교신을 하기도 하였다. 만일의 경우 휴대전화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 밖에도 등산로가 없는 곳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등산로를 따라 걸을 때에도 울퉁불퉁하게 돌이 많기 때문에 걸려 넘어지는 수가 많고, 특히 비가 솔솔 뿌려 젖은 길은 더 미끄럽기에 넘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튼튼한 등산화를 신는 것과 두꺼운 바지를 입는 것도 필수적인 일이다. 이 사람도 각별히 조심하는데도 몇 번 넘어진 적이 있다. 한 번은 부러져 넘어진 나무 가지를 건너 넘다가 발에 걸려 산에서 뒹굴었는데 다행히 소쿠리에 들어 있는 버섯들만 쏟아내었을 뿐이다. 그리고 한 번은 쓸어져 죽은 아름드리나무 위에 느타리버섯과 팽나무버섯이 많이 돋아 있어서 사진을 찍다가 내 가벼운 몸 정도는 받쳐줄 수 있겠다 싶은 제법 굵은 나무 가지를 밟았는데 그것이 썩은 가지라 부러지는 바람에 고스란히 약 일 미터 높이에서 떨어졌다. 운 좋게도 등을 풀밭 땅 위에 반듯하게 대고 떨어져서 무사한 적이 있었지만 놀란 가슴이 한동안 두근거렸다. 또 한 가지 주의해야 하는 것은 산 속에는 죽은 나무가 산 나무에 기대어 있어서 바람이 불 때마다 윙윙 소리를 내기도 하여 오싹하는 수가 있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경우 그 나무가 넘어지는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안전이 제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되도록 여럿이서 산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최선책일 것이다.
|
(바로 이 팽나무버섯의 사진을 찍다가 올라섰던 나무가 부러지는 바람에 땅 위에 떨어졌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3.16 07:57
<저작권자 © 자닮,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종수#버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