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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 갑자기 둥그렇게 균환(菌環 ring)을 이루고 돋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여러 세기를 두고 이는 필시 어떤 어두운 세력, 아니면 어떤 무서운 힘의 작용이라고 믿었다. 운석(隕石)이나 유성(流星), 지면의 수증기, 마귀할멈의 소행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균환을 가리켜 마술사의 고리라고 하였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마귀할멈의 고리라고 하였다. 오스트리아 서부와 이탈리아 북부의 중앙 알프스의 산악지대인 티롤 지방 사람들의 전설에 의하면 불타는 용의 꼬리가 땅을 태워서 생긴 것이 균환이라고 한다. 홀랜드에서는 마귀가 버터를 만드는 큰 양철통을 놓아 둔 표시가 균환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거의 19세기까지 버섯 자체가 악령의 소행 또는 마귀할멈의 소행으로 돋는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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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버섯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돋은 균환을 가리켜 fairy ring이라고 부른다. 영국에서는 그 이름 그대로 밤에 요정들이 나타나 둥그렇게 손잡고 춤을 추던 곳이라고 한다. 둥그런 원을 그리며 돋아난 버섯들은 요정들이 춤추고 난 다음 앉아 쉬는 자리라는 것이다. 특히 영국에 사는 시골사람들은 20세기가 시작되는 최근까지도 요정들이 둥그렇게 원을 이루며 춤추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전승(傳承)들 가운데 한 가지 공통된 주제는 어느 누구든 어리석게도 그 균환 속으로 들어가면 몹시 나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눈이 먼다든가 발을 저는 장애를 갖게 되고 심지어 순식간에 사라져서 요정들이 사는 지하세계의 노예가 된다고 한다. 웨일스에서는 균환이 생식력과 파멸과 관련되어 어느 누구든지 어리석게 균환을 이루고 버섯이 돋은 땅을 갈아엎으면 요정들의 분노를 사게 된다고 하다. 뿐만 아니라 가축이 균환 안쪽에서 풀을 뜯어 먹으면 그 가축의 젖이 부패한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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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균환에 대한 미신적인 믿음에는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버섯이 균환을 이루고 돋은 땅에 집을 지으면 행운이 온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승에 보면 균환은 보물이 묻힌 자리인데 오직 요정이나 마귀할멈이 도와주어야 그 보물을 캘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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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 어떻게 생겨나는 지 그 기원에 대하여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각양각색의 희한하고 괴상한 속설들을 들을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버섯이란 죽은 자의 영혼 또는 인간의 영혼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유럽 중부 실레지아(Silesia)지방에서는 특히 곰보버섯이 악마의 소행으로 생긴다고 믿었다. 또 중미의 어린이 전설에 따르면 버섯은 숲의 영들이 비를 피하기 위하여 가지고 다니는 우산이라고 믿는다. 이 숲의 영들이 새벽에 지하 세계로 돌아갈 때가 되어 남겨두고 간 우산이 바로 버섯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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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버섯은 많은 미신적 믿음과 전승의 초점이 되고 있다. 미국 뉴잉글랜드 민담에 따르면 버섯이란 뜰에서 자라는 "죽은 아기"(death baby)로 그 가정에 독 죽음이 닥치게 될 조짐이라고 한다. 스웨덴 노를란드(Norrland)지역에서는 6월 23일 한 여름 밤에 악령들을 쫓기 위하여 모닥불에 독버섯을 던져 넣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우리 한국에서는 버섯과 관련하여 어떤 미신적 또는 전설적 이야기들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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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글은 "Fairy Rings and Fungal Superstitions," Virtual Museum of Canada via Mycolog, Humbolt BAy Mycological Society, April, 2013 에 실린 이야기를 거의 번역한 것이다. 위의 원문 이야기는 NJMAnews: The Official Newsletter of the New Jersey Mycological Association, Vol.43-3, July-August, 2013, pp.23f. 에 다시 인용된 것을 사용하였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4.01.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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