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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pa bohemica 또는 Ptychoverpa bohemica, 그리고 Morchella bispora라고도 부른다. 영어속명은 주름진 서양 골무처럼 생겼다 하여 Wrinkled Thimble-cap 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이름은 없는 듯(?)하며 "서양골무곰보버섯"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그러나 이 버섯은 곰보버섯과 흡사한 유사곰보버섯이며 참 곰보버섯은 아니다. 황갈색의 주름(골)진 갓을 가지고 있고 대는 흰색인데 속은 완전 비어있지 않고 솜 같은 것이 들어 있다. 갓과 대 사이가 갓 꼭대기까지 떨어져 있다. 미국에서는 전역에 걸쳐 3월말에서 5월초까지 일반 곰보버섯보다 먼저 습하고 질퍽한 골자기 낮은 혼합림 숲속 땅위에 돋는다고 한다. 식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나 많이 먹거나 연일 섭취하면 근육운동장애나 위장장애를 일으키며 특히 날 것을 먹으면 중독증상이 더 심하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인간의 욕망 가운데 식욕은 생존 본능에 속한다. 그래서 사람은 하루 세끼 음식을 먹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세끼 먹는 것을 거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세끼 모두 제대로 먹지 못하는 굶주림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먹는 일은 식욕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의 일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또 식탐(食耽)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욕심에 속한다고 하겠다. 놀랍게도 식탐은 인간의 명예욕이나 권력욕 못지않게 강렬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것저것 먹어치우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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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샐러드 바에 가면 흔히 얇게 썰어놓은 생(生) 양송이를 볼 수 있고 거의 누구나 조금씩 가져다 먹는다. 향기도 좋고 씹는 감촉도 나쁘지 않으며 맛도 괜찮은 편이다. 많이 먹지 않고 몇 조각씩 조금만 가져다 먹는 관계로 이렇다 할 언짢은 느낌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 구이나 오리고기 구이를 먹을 때는 물론 버섯 샤브샤브를 먹을 때 보면 새송이나 팽나무버섯, 느타리버섯 등 여러 종류의 버섯을 거의 날것으로 먹다시피 살짝 익혀 먹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허지만 어떤 버섯이든지 날것으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아마 버섯을 재배하시는 분들은 무슨 말이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버섯이든지 생으로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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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버섯. 시중에서 파는 노란 콩나물처럼 생긴 팽나무버섯은 바로 이 버섯을 인공재배한 것으로 본래 팽나무버섯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 색깔이 주황색으로 곱다. 죽은 활엽수 위에 또는 그 그루터기에 이른 봄 또는 늦가을에 많이 돋는다. 습기가 있으면 몹시 끈적거린다.)
전혀 익히지 않고 우리가 생식하는 버섯은 주로 아가리쿠스 버섯의 일종인 양송이(Agaricus bisporus)인데 대체로 아가리쿠스 버섯 종류에는 아가리틴(agaritine)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고, 이 아가리틴은 대사 작용에 의하여 쉽게 히드라진(hydrazine)으로 변화되는데, 이 히드라진이라는 성분은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 히드라진 성분은 여러 다른 종류의 식용버섯에도 들어 있지만 잘 익혀 먹으면 어느 정도 또는 모두 다 파괴된다. 그러나 버섯을 조리할 때 뿜어 나오는 증기를 들여 마신 요리사들을 병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생 양송이를 쥐에게 먹여본 결과 종양(암)이 발생하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똑같은 암 발생 현상이 인간에게도 일어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어떤 버섯이든지 날것으로 먹는다는 것은 발암물질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버섯을 잘 익혀 먹으면 그만큼 암 발생의 위험부담을 줄이는 것이 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버섯을 생식할 때의 맛과 잘 익혀 조리된 버섯의 맛은 비교가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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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느타리버섯의 유균인데 그 색깔이 너무 깨끗하여 날것으로 먹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버섯을 생식하는 것이 좋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버섯의 세포벽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섬유소의 파생물질인 키틴질(chitin)인데 인간은 이것을 소화할 수 있는 소화효소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버섯을 생식하였을 경우 사람의 몸은 이 소화되지 않은 키틴질을 토해내거나 설사를 통하여 몸 밖으로 배출하게 된다. 생 버섯을 조금만 먹었다면 다른 음식과 더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을 통과하겠지만, 장에 머문 키틴질에 박테리아가 생겨서 가스를 발생하거나 헛배가 불러 불쾌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버섯을 익혀먹으면 키틴질을 모두 파괴하지는 못해도 그 역효과를 많이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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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양골무곰보버섯"[임시 이름] Verpa bohemica는 곰보버섯 가운데 Morchella semilibera, 영어속명으로 Half-free Morel과 아주 흡사하게 생겨서 혼동을 일으키기 쉽다. 그러나 서양골무곰보버섯은 곰보버섯이 아니며 갓과 대 사이가 갓 꼭대기까지 떨어져 있고 대 속에 솜 같은 것이 반쯤 채워져 있는데 비하여, Half-free Morel은 곰보버섯으로 갓과 대 사이가 반만 떨어져 있고 대 속이 완전 텅 비어있어서 구분된다. 아래 사진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양송이를 늘 생식하던 버릇이 습관이 되어 자연히 다른 버섯도 생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따라서 철저히 익혀 조리되지 아니한 버섯은 여러 증상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미국 오리건 주 독극물센터에 보고된 사례 가운데 어느 여성이 점심 먹을 때 재배한 느타리버섯을 생식한 뒤 구역질과 구토 및 설사를 경험하였다고 한다. 물론 일반 배탈과 같이 심각한 건강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버섯을 잘 익혀 먹었더라면 얼마든지 피할 수도 있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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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free Morel은 영어속명 그대로 갓이 대에 반만 붙어 있다. 잘 익혀 먹어야하는 식용버섯이다.)
호텔이나 식당의 조리사들은 버섯을 날 것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조리하지 않은 생 버섯을 손님들에게 내놓지 않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 않으니까 문제다. 10년 전 6월 캐나다 밴쿠버의 큰 연회장에서 70여명의 손님들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켰는데, 생 곰보버섯과 그 밖의 다른 생 버섯들이 샐러드 바에 제공된 때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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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곰보버섯의 영어속명은 이 버섯이 침엽수 밑에 돋고 진짜 곰보버섯이 아니기 때문에 Conifer False Morel이라고 하며, 그 밖에도 두부 모양이 뇌처럼 생겨서 Brain Mushroom, 또는 색깔이 붉어서 Beefsteak Morel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뇌를 일그러뜨린 것처럼 생긴 두부의 어릴 때는 황갈색이지만 차츰 성숙해 감에 따라 갈색을 거쳐 흑갈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두부를 반 갈라보면 속이 텅 비어있지 않고 각방으로 나뉘어 막혀 있어서 속이 텅 비어있는 곰보버섯과 구별된다. 살은 잘 부서지며, 대를 반 갈라보면 처음에는 솜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으나 차츰 비게 된다. 전체적으로 그 모양새가 부정형으로 불규칙하게 생겼다. 봄에 미국 전역에 돋지만 특히 서부지역 침엽수 밑 땅위에 돋는다고 한다. 유럽이나 미국 서부지역에서 혹시 식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마귀곰보버섯에는 모노메칠히드라진(Monomethylhydrazine)이라는 독성을 가지고 있는데 철저하게 익히면 그 독성이 감소된다고 하지만 익힐 때 그 증기를 들여 마시면 중독된다고 한다. 그 독성이 강하여 적혈구를 파괴하고 간 기능을 저해하여 사망하는 수도 있다. 학명 esculenta란 "먹을 수 있는" [edible]이라는 뜻인데 몇 번 잘 끓이면 그 독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 독성을 완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치명적일 수도 있어서 식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그 돋는 지역에 따라 독성이 달라서 독버섯으로 취급하고 있다.)
특히 봄에 많이 돋는 곰보버섯과 또 유사 곰보버섯인 Verpa bohemica 라고 하는 버섯, 그리고 마귀곰보버섯(Gyromitra esculenta)은 생식하면 중독되기 때문에 절대로 생식하면 안 된다. 더욱이 Verpa나 특히 마귀곰보버섯에는 발암불질인 11종류의 히드라진이 들어 있다고 한다. 어쨌든 Verpa와 마귀곰보버섯을 익혀서 먹으면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특히 유럽에서는 마귀곰보버섯을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팔기도 한다는데,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Verpa나 마귀곰보버섯을 위험한 독버섯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익혀서 먹으면 괜찮다고 하는 생각마저 버려야 한다. 말린다든가 달걀 오믈렛 만들 때 살짝 익힌 것이나 또는 뜨거운 식초를 뿌리거나 양념을 친다고 하여 괜찮은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모든 버섯은 먹기 전에 철저히 익혀서 조금만 적당량 식용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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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어김없이 참나무나 그 밖의 활엽수 그루터기에 다량 돋는 뽕나무버섯도 생으로 먹으면 중독되는 식용버섯이다. 먼저 잘 삶아서 양파를 듬뿍 썰어 넣고 기름을 둘러 볶아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버섯을 생으로 먹는 것을 식탐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잘 조리해 먹는 것보다 맛도 덜한데 구태여 생으로 먹을 필요가 있을까 여러 음식을 맛보며 먹는 일을 도락으로 삼아 맛을 즐기는 식도락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잘못하면 몸에도 해롭고 영양상 우리 몸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버섯 생식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참고문헌:
"Agaricus-Raw Button Mushrooms and Cancer" from Kondo K, Watanabe A, Aldyama H, Maitani T. The Metabolisms of agaritine, a mushroom hydrazine in mice, Food Chem Toxicol. 2008, Mar. 46(3): 854-62(인터넷 자료)
Denis R. Benjamin, Mushroom: Poisons and Panaceas, New York: W. H. Freeman and Co., 1995, 127f.
Janet Lindgren, "Eating Raw Mushrooms Causes Problems," in MushRummors, March-April, 1997, Oregon Mycological Society. Quoted in NJMAnews, vol. 32 #5, September-October, 2002, p. 8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5.1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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