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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빛이 번뜩이는 곳야생버섯의 신비(59)

 

www.jadam.kr 2009-06-20 [ 최종수 ]
털작은입술잔버섯

 

(털작은입술잔버섯 Microstoma floccosa(Schwein.) Raitv. 영어속명 Shaggy Scarlet Cup. 자실체는 붉은색을 가진 컵 모양으로 컵의 크기는 너비 0.5-0.8cm, 높이는 약 1cm 정도. 컵 겉에 하얀 털이 무수히 돋아 있고 컵 안쪽은 붉은색이다. 대는 3-5cm높이의 역시 가는 흰털로 덮여있다. 늦봄에서 여름에 걸쳐 활엽수림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 위에 속생한다. 비 많이 온 다음 날 2009년 6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Camp David]이 있는 매리랜드 캐톡틴 산 Catoctin Mt.에서 긴대술잔버섯[필지의 임시이름] Sarcocypha occidentalis, 영어속명 Stalked Scarlet Cup과 함께 많이 돋은 것을 발견하였다. 미국 동남부에 흔하게 돋는다고 한다.)

 

낯익은 풀들로 가득한 숲속을 그리움에 가득한 눈길을 던지며 걷는다.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려나. 설레는 가슴을 안고 걷는다. 그리움에 설레는 가슴 없이 사랑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처럼 떼어 놓는 발걸음 마다 가슴 깊이 몰려오는 벅참에 오늘도 맥박이 고동친다. 생명에 대한 그리움의 실체, 드디어 새로운 생명체를 만날 때, 아무도 없는 적막한 산 속에서 저 모든 낯익은 풀들을 향하여 환호의 소리를 지른다. 기쁨이 몰려와 가슴에 안긴다. 생전 처음 만나는 생명체들 앞에 탄성이 숨죽이면 그건 기도가 된다. 버섯 한 송이 만나는 일도 인연이다. 생명과 생명이 교감하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다. 숲에는 버섯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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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술잔버섯(임시이름)

 

(주홍술잔버섯[필자의 임시이름] Sarcoscypha austriaca(O. Beck ex Sacc.) Boud. 영어속명 Scarlet Cup. 2-5cm 크기의 컵처럼 생긴 버섯으로 이른 봄에 가장 먼저 돋는 버섯들 가운데 하나로 자실체 컵 안쪽은 주홍색으로 아주 밝고 빨간 예쁜 버섯이다. 컵 바깥쪽은 흰색에서 약간 분홍색을 띠기도 한다. 대는 길지는 않으나 분명하고 때때로 낙엽 속에 묻혀 있어서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컵 바깥의 색깔과 같은 색이다. 살은 얇지만 부서지지 않는다. 냄새와 맛은 별로 특이한 것이 없다. 습기가 많고 질퍽한 혼합림 땅위에 떨어진 나뭇가지에서 돋는 부생균이며 대체로 낙엽에 묻혀있기 때문에 발견하기 쉽지 않다. 역시 캐톡틴 산 속 앉은부채의 일종인 스컹크 케비지 Skunk Cabbage 가 많이 돋는 주변에서 발견하였다. 학명 austriaca란 “오스트리아로부터 온 것”이라는 뜻으로 이 버섯이 오스트리아에 광범위하게 많이 돋는다고 한다. 이 주홍술잔버섯과 아주 흡사하나 그 크기가 주홍술잔버섯보다 좀 더 작은 한국의 술잔버섯[S. coccinea]은 미 서북부 태평양 연안 지방에서 발견되지만 미 동부지역에는 없다고 한다. )

 

그 그리움의 실체가 보여주는 순간을 포착해 둔다.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으며 그 순간의 아름다운 모습 또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어져 내려오는 생명, 그 생명의 이음만이 남는다. 이곳은 별천지 새 땅이다. 단 한 번뿐인 순간의 생명의 빛이 번뜩이는 곳은 언제나 새 땅이다. 아름답고 신선한 생명의 경이로움으로 가득한 이곳은 언제나 새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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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술잔버섯

 

(주홍술잔버섯 여러 송이의 아주 밝은 주홍색이 초록색 잔디와 대조되어 무척 밝고 아름답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오랜 기다림으로 피어난다. 소리 없는 생명으로 피어난다. 때로 해를 넘기는 기다림, 안타깝도록 오랜 기다림, 그 기다림 없이 한 송이의 버섯도 돋아나지 않는다. 오랜 기다림이 그리움 되어 뭉치면 다발로 무리지어 피어나기도 한다. 어김없는 생명을 이어가려고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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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술잔버섯

 

(위에서 본 주홍술잔버섯과 흡사한 긴대를 가진 붉은술잔버섯[Sarcoscypha occidentalis]은 대가 길어 영어속명으로 Stalked Scarlet Cup이라고 부른다. 비교적 긴대 위에 있는 자실체는 오목한 접시처럼 생겼고 자실체 안쪽은 주홍색이고 바깥쪽은 흰색과 분홍색을 띄고 있다. 대가 긴 것은 1-3cm나 되며 아래 위 긁기가 같고 희거나 분홍색을 가지고 있다. 살은 질기고 단단한 편으로 부서지지 않고 냄새나 맛도 별 특이한 것이 없다. 봄에서 여름에 걸쳐 습한 활엽수림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 위에 단생 또는 무리지어 돋는다. 위에서 본 주홍술잔버섯 보다 그 크기가 작고 덜 오목하며 돋는 시기도 주홍술잔보다 좀 늦게 돋는다. 주홍술잔버섯은 2009년 4월 18일에 처음 발견하였는데 긴대술잔버섯은 6월 18일에 처음 발견하였다. 역시 캐톡틴 산에서 발견하였다.)

 

한 송이 버섯이 피어나니 그 곳에 생명 길이 열린다. 한 송이 버섯이 피어난 곳은 공기가 맑고, 습기 넉넉한 온기가 있으며, 생명을 피어내는 양분이 있다. 바로 그 곳은 모든 생물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곳, 생명의 길이 뚫려있음을 보여주는 곳이다. 한 송이 버섯이 피어난 곳은 모든 생명체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곳임을 알려준다. 물이 있어야 버섯이 돋는다. 습기가 없으면 몇 년이라도 끈질기게 기다린다. 영원히 다시 돋지 않을 수도 있다. 물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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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불로초

 

(쓰가불로초가 잔뜩 흐린 날 어두운 숲속을 환하게 밝혀 주는 것 같다. 쓰가불로초는 해갈이하여 짝수 해인 작년 2008년에는 많이 돋지 않았는데 홀수 해인 금년 2009년에 어디가나 홀수 해였던 재작년 2007년에 많이 돋았던 죽은 나무마다 참 많이 돋았다.)

 

한 이틀 짙은 어둠이 깔려 있고 대낮에도 구름이 끼어 숲 속은 어둡고 개울물 소리만 들린다. 단지 초여름 인동넝쿨이 한창 꽃을 피어 그 향기가 진동한다. 어둡지만 숲속은 향기롭다. 모든 초목이 무성하여 초여름 길을 막으며 젖어 있어 옷과 신발을 적신다. 그러나 거기 어두운 숲속에 불빛처럼 환하게 피어난 생명체들이 있다. 죽은 나무에서 돋아나고 있는 버섯들.....어두운 숲속은 저 소리 없는 생명체들의 몸짓으로 더욱 살아 있고 음산한 어둠을 밝게 밝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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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점균

 

(산호점균 Ceratiomyxa fruticulosa(Muell.) Mac. 영어속명 Coral Slime. 초여름 6월부터 가을 10월에 걸쳐 썩은나무나 나뭇잎, 나무 그루터기 위에 군생하는 투명하고 하얀 눈이나 얼음 결정체 같이 생긴 점균이다. 너비가 0.5-1mm, 높이 1cm정도의 아주 작은 점균이다. 때 아닌 눈이 와서 덮인듯 숲속이 환하게 느껴진다. 펜실베이니아 Michaux State Forest를 뚫고 지나가는 아팔라시안 등산로에서 발견하였다.)

 

숲에는 버섯이 있다. 버섯이 없으면 나무도 없고 숲도 없다. 모든 것이 "더불어 숲"(신영복)을 이루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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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점균 Arcyria denudata

 

(부들점균. Arcyria denudata(L.) Wett. 영어속명 Carnival Candy Slime. 한국어 이름처럼 부들같이 생긴 자실체는 처음에 흰색이다가 담홍색을 거쳐 노균이 되면 붉은색이 노란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는 아주 작은 점균이다. 너비 0.5-1mm의 타원형 또는 꼬챙이에 낀 핫도그처럼 원통형으로 생겼고 짧은 대를 가지고 있다. 초여름 6월부터 가을 11월에 걸쳐 활엽수 죽은 나무에 무수히 돋는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6.2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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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댓글과 답글 3
    • 숨결 2009-06-21 16:11:22

      사진이 점점 더..
      좋아집니다. ㅎㅎ
      잘계시죠? 감사합니다. 깊고 깊은 글 잘읽고 있습니다.
       

      • 숨결 2009-06-21 16:30:15

        마이크로렌즈의 경우는
        iso를 수치는 올리고
        조리개수치를 11이상으로 높여주면 이미지의 심도가
        깊어집니다. 그러면 세밀하게되면서 전체이미지도 선명한 것을 얻을 수 있죠.
        ^^ 지금처럼 찍으시면 특정부분을 강조하는 효과도 있는 거구요.
         

        • 겨울나무 2009-06-22 11:59:09

          아직 사진 기술이 미숙해서
          제가 아직 사진기를 다룰 줄 몰라요. 누구 한테 배워서 실습을 해야할텐데..
          사진이 좋아진 것이 아니고 사 주신 마이크로렌즈가 좋아서 그나마 그 정도 나온거구요.사실은 숨결님 가르쳐주신 것을 활용해야 할텐데.. 제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거거든요. 이미지 심도를 높여 보려고 이틀이나 가서 50여장을 찍으면서 시도해 보았으나 마음에 안드니, 바로 그 심도를 높일 줄 몰라서 그래요. 계속 지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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