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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4월 한국 대전 근교 장태산에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발견되었다고 하는 이끼도룡뇽 Plethodontid salamander의 미국 4촌인 미주 도룡뇽. 영어속명은 허파가 없이 피부로 숨을 쉬기 때문에 Lungless Salamander라고 부른다. 긴대술잔버섯[필자의 임시이름]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낙엽을 치우는 순간 도룡뇽 한 마리가 그 밑에 있었다.)
미국 동부지역에서 버섯을 채취할 때면 버섯 근처에서는 물론 버섯 줄기나 갓 속에서 흔히 여러 종류의 곤충이나 벌레 또는 애벌레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가끔 버섯 주변에서 희한하게 생긴 것을 만나게 되어 섬찟 놀라는 때가 많았다. 거머리처럼 표면이 습기로 번쩍이는 것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잽싸게 빠져 달아나는 것을 보면서 징그럽게 느끼기도 하였다. 네 다리가 있고 꼬리가 길어서 처음에는 도마뱀인 줄 알았고, 미국에는 참 별나게 생긴 도마뱀도 있구나 싶었다. 그러한 때에 2008년 KBS-1TV 환경스페셜, "최초보고-이끼도룡뇽, 원시의 신비를 벗다"[2008년 9월 24일 수요일 밤 방영]를 시청하고 나서, 이것이 도마뱀이 아니라 도룡뇽의 일종임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허파가 없기 때문에 피부로 호흡한다는 것도 알게 되어 한편 놀라고 한편 신기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이 도룡뇽을 만나면 징그럽다는 생각보다 반갑고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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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버섯을 채취하기 위하여 칼로 버섯을 베자 버섯 사이에서 도룡뇽 한 마리가 나타났다.)
본래 이 도룡뇽은 미국에 주로 많이 살고 있고 중미나 남미 일부와 남부 유럽에서나 발견되는 것인데 아시아에서는 유독 한국에서 발견되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미 모두들 알고 계시지만 한국에서 발견된 경위는 이러하다. 2003년 4월 기독교 계통 국제학교의 미국인 과학 교사인 스티븐 카슨(Stephen J. Karson) 선생이 대전 근교 장태산으로 학생들과 자연학습을 나가서 바위 돌 밑에 어떤 생물들이 서식하는지 관찰하는 동안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분은 이 도룡뇽이 물속에 살고 있는 다른 도룡뇽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자기의 은사인 남일리노이 대학교의 로날드 브랜돈(Ronald Brendon)박사에게 알렸고, 이어서 도룡뇽 전문가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웨이크(David W. Wake)박사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마침내 이 사실이 2005년 5월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쳐(Nature)지에 발표됨으로써 전 세계의 생물학계를 놀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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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대륙에서 주로 발견되고 남부 유럽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도룡뇽이 어떻게 한국에서도 발견되느냐 하는 대륙이동의 가능성과 생물 지리학적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진화론의 신비와 판구조론 및 양서류의 유전학을 새롭게 연구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일찍이 어느 과학자도 이 도룡뇽이 아시아 대륙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 도룡뇽을 발견하게 된 것은 놀랍고 흥분된 사건이었다. 이 도룡뇽의 한국 이름은 “이끼도룡뇽”이라 명명되었고 학명도 발견자의 이름과 발견된 곳의 지명을 따서 Karsena koreana라고 부르게 되었다.(이 글에서 말하는 이끼도룡뇽은 미국 동부지역에서 발견되는 허파 없는 도룡뇽 lungless salamanders으로 편의상 모두 한국 이름 이끼도룡뇽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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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버섯 주변에서 이끼도룡뇽을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특히 크기가 큰 잎새버섯이나 다발로 많이 돋는 뽕나무버섯 주변에서 이끼도룡뇽을 주로 만나게 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버섯을 즐겨 먹는 때문일까 이끼도룡뇽이 버섯을 먹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끼도룡뇽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그 이유를 쉽게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우선 이끼도룡뇽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허파가 없기 때문에 피부를 통해 호흡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산소 흡수를 위해 그 피부를 습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쓰러진 나무토막 밑이나 습한 굴속과 젖은 돌 밑 또는 축축한 낙엽 밑에 서식한다. 밖으로 나오는 일도 있으나 공기 가운데 습기가 많은 날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특히 다발로 많이 돋는 버섯 주변에 이끼도룡뇽이 있다고 하는 것은 그 습기 때문이다. 잘 아시는 대로 버섯은 그 주성분이 수분이다. 느타리버섯이나 잎새버섯 등 버섯을 채취하여 종이 봉지에 담아 들고 오는데 종이봉지가 버섯의 수분 때문에 많이 젖어있고 잘못하면 종이봉지가 찢어지는 수가 많다. 허지만 단순히 습기 때문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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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허파 없는 이끼도룡뇽의 먹이를 살펴보면 톡토기류(collembola)와 같은 아주 작아서 다른 포식자가 먹을 수 없는 것, 아주 작거나 등뼈가 없는(invertebrates) 갑각류(crustaceans) 곧 가제나 새우 같은 물속에 사는 것, 그리고 곤충이나 벌레류(worms)와 진드기류(mites)를 먹는다고 한다. 크기가 큰 이끼도룡뇽은 다른 도룡뇽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이렇게 이끼도룡뇽의 먹이를 살펴보면 왜 이끼도룡뇽이 버섯 주변에서 자주 발견되는지 그 이유를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버섯 주변에는 언제나 이끼도룡뇽이 좋아하는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버섯 주변에서 발견되는 것은 딱정벌레처럼 껍질이 딱딱한 것을 서너종을 볼 수 있고, 민달팽이는 어느 버섯에나 큰 것 작은 것 말할 것 없이 언제나 많으며, 지네와 노래기도 많다. 이 사람 생각에 이끼도룡뇽이 가장 좋아할 먹이는 그 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으나 구더기처럼 생긴 애벌레이다. 모든 버섯, 특히 식용버섯 가운데 느타리나 뽕나무버섯을 채취하기 위하여 칼로 베면 그 단면에 수 없는 작은 구멍이 보이는데 모두 구더기 같은 애벌레가 버섯 대 밑에서부터 파고 들어간 흔적이다. 이렇게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이끼도룡뇽이 버섯 주변에 모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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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버섯은 그 덩치도 크고 잎사귀처럼 생긴 자실체가 줄기줄기 달려 있기 때문에 이끼도룡뇽이 그 사이사이에 숨기도 좋고 습하고 먹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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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다발로 돋은 뽕나무버섯 사이사이에도 이끼도룡뇽이 모이게 마련이다.)
그러면 미국이나 중남미 또는 유럽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이끼도룡뇽이 어떻게 한국에서 발견되는 것일까 수억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대륙이 이동하면서 아시아와 북미대륙이 붙었다가 떨어지는 과정 가운데 허파 없는 도룡뇽의 일부가 아시아에도 정착 진화해 온 것 아닐까 하는 생물 지리학적 추측이 있다. 그리고 그 반대로 허파로 호흡하는 도룡뇽이 세계 어디에나 있었으나 오직 아시아에서만 살아남고 북미나 유럽에서는 멸종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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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잘린 이 이끼도룡뇽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자신의 꼬리를 자른 것이다.)
그런데 이끼도룡뇽에 대한 생물 지리학적 추측은 조덕현 박사의 “한국 버섯의 지리적 격리 분포”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단순한 추측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목련속, 풍년화속, 연영초속에 속하는 고등식물이 예부터 한국과 미국 동부지역에 동시 자생하고 있고, 이 나무들과 함께 돋는 그물버섯류 가운데 특히 털밤그물버섯(Bolletellus russellii, 영어속명 Russell's Bolete)과 수원그물버섯(Boletus auripes, 영어속명 Butter-foot Bolete) 역시 한국과 미국 동부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이것은 버섯이 산림의 나무와 함께 격리 진화되어 온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지구의 지각 변동 과정에서 제 3기의 극온대 식물군이 제 4기의 빙하 시대에 남극에서 분리되었다가 빙하가 후퇴한 뒤에 다시 북상하여 현재와 같이 동아시아와 북아메리카로 되었기 때문”이고, “이는 두 지역의 생성이 동일한 기원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아시아와 미국 동부지역이 비록 록키산맥과 태평양으로 말미암아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으나 식물들은 생성된 그대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조덕현, 원색 한국의 버섯, 서울: 아카데미서적, 2003, 418쪽) 이러한 설명을 들어 보면 이끼도룡뇽이 한국과 특히 미 동부지역에 함께 분포되어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미국 동부지역에 자생하는 버섯은 물론 많은 식물들이 한국의 그것과 똑같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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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는 최초 발견이라는 놀라운 소식과 함께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저 귀중한 이끼도룡뇽을 어떻게 잘 보존하느냐는 문제는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몫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구리와 두꺼비를 포함한 모든 양서류와 마찬가지로 도룡뇽의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고 어떤 종류는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한다. 오랜 세월 서서히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에 잘 적응 생존해 온 도룡뇽이 최근 급격한 지구온난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그 개체수가 격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Radical global warming threatens lungless salamanders by David Perlwan, Chronicle Science Editor, Nov. 27, 2007). 한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 충북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의 양서류에 대하여 3년 여 연구해 온 강원대 박대식 교수 등 연구팀은 이끼도룡뇽, 무당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등 10여 종 양서류의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 든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양서류는 기온 변화에 다른 생물보다 민감하다” 하면서 습도나 강수량 지형 등 다른 변수도 있겠지만 기온과 양서류 개체수 변동 사이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끼도룡뇽과 버섯이 사이좋게 함께 서식하는 모습을 오래 오래 두고 볼 수 있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분명해 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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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끼도룡뇽도 버섯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7.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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