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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불로초가 주-욱 돋아 있는 나무)
버섯의 용도도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물론 식용으로 사용해 온 역사는 멀리 이집트나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섯은 맛으로 먹는 것도 있고, 그 향기 때문에 음식에 넣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그 혀에 닿는 감촉 때문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주로 잡채에 넣는 목이버섯은 그 씹는 감촉이 식욕을 자극한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표고의 경우 생 표고도 맛이 좋고 용도가 많지만 일단 말려두었다가 물에 잘 불려서 조리하면 향과 맛과 씹는 감촉이 고기 같아서 더욱 인기가 있다. 마늘냄새가 나는 버섯과 매운 맛이 있는 것은 식용버섯은 아니지만 양념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항간에 알려진 전설 같은 이야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싼 버섯 요리도 있다. 예를 들자면 땅 속에서 돋는 거친 감자처럼 생긴 트러플(Truffle)이라는 버섯은 암퇘지가 발정할 때 풍기는 냄새를 내기 때문에 돼지들이 찾아서 캐 먹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돼지나 또는 냄새훈련을 시킨 개를 이용하여 캐서 시중에 공급하게 되는데, 그 값이 엄청나게 비싸서 미국 돈으로 하면 한 파운드(450g)에 500불-1000불이나 간다고 하니 그야말로 금값이다. 이른바 그 버섯요리는 정력에 좋다는 것이다!
1995년 이 정력에 좋다는 버섯을 찾아내는 탐지기가 발명되어 950불에 팔린다고 한다. 이 탐지기는 마치 금속 탐지기처럼 트러플 버섯 냄새를 탐지하면 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 농부들은 이 희한한 버섯 탐지기를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탐지기를 사용하여 버섯을 찾는다는 것은 마치 인생에서 시(詩)를 제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 농부는 그 실용성문제에 관하여 이렇게 논평하였다고 한다. “저는 농장에서 돼지를 키운답니다. 한 마리당 90불씩 지불하죠. 그러면 돼지는 40-50kg의 트러플 버섯을 찾아냅니다. 일 년 뒤에 저는 그 돼지를 잡아먹습니다. 버섯 탐지기는 그렇게 할 수 없지요. 제 말이 틀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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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와 똑같이 생긴 쓰가불로초. 전에 남부뉴져지 체리힐에 살 때나 동북펜실바니아 스크랜톤에 살 때는 진짜 영지버섯 Ganoderma lucidum을 제법 많이 채취할 수 있었는데, 메리랜드로 이사 와서는 지난 4년 동안 근방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
우리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버섯을 약용으로 사용하였다. 그 가운데 영지버섯(불로초)이야 말로 옛날 중국 진시황이 사람들을 전 세계로 보내서 구해 오도록 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버섯이다. 그 약효가 좋아서 항암작용, 간을 깨끗하게 하는 청간작용(淸肝作用), 피를 깨끗하게 하고 어혈(瘀血)을 풀어주며 혈중에 콜레스톨을 낮추어주는 청혈작용(淸血作用), 그 밖에도 몸의 면역성을 높여주고 원기를 돋아주는 강장작용(强壯作用) 등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다. 그 영지버섯이 미국 동북부지역에 종종 야생하기 때문에 해마다 7월, 8월 건조하고 무더운 때에 채취하여 말려두고 일 년 내내 달여 먹고 있다. 처남은 삼 개월 가량 장복한 결과 당뇨병을 고쳤고(피 검사해 보니 혈당이 평균치 보다 조금 낮게 나왔음), 집사람은 콜레스톨이 낮아졌으며, 친구 한 분은 얼굴에 심하게 돋은 알레르기 증상을 치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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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불로초가 많이 돋는 펜실바니아 주 나무인 Eastern Hemlock은 사진에서 보시는 대로 침엽수다. 학명이 Tsuga canadensis이기 때문에 그 나무에 돋는 영지를 쓰가불로초라 한다. 전에 미국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이 나무의 껍질을 벗겨 모피의 털과 기름을 뽑고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무두질[tanning] 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 이 나무의 잎은 향기가 좋아 음료수 Root Beer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 발견한 사실은 단풍나무나 참나무 같은 활엽수(闊葉樹, 넓은잎나무)에 돋은 영지버섯(Ganoderma lucidum)은 그 맛이 몹시 쓴 데 비하여, 침엽수(針葉樹, 바늘잎나무)에 돋은 영지버섯(Ganoderma tsugae, 쓰가 불로초)은 그 크기도 훨씬 더 크고 색깔도 더 짙은 검붉은 색에다가 그 맛이 쓰지 않다는 사실이다. 책에 보면 이 “쓰가 불로초”도 일반 영지와 약효가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한다. 본래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에는 송진이 있기 때문에 좀처럼 버섯이 잘 붙지 않는데,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州)나무인 이스턴 햄락(Eastern Hemlock)이라는 전나무처럼 생긴 침엽수에는 영지가 많이 돋는다. 어느 공원에 가니까 오륙백 년 이상 된 이 나무가 여기 저기 많이 쓰러져 죽어 있었는데, 그 나무 위에 수십 송이씩 무수히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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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버섯. 이 버섯을 말려서 바늘을 꽂아두는 것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어린 것은 식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체로 질겨서 먹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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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굽버섯의 일종)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1991년 이탈리아 쪽 알프스 산꼭대기에서 5,300년 전 빙하 석기시대의 인간으로 추측되는 냉동인간의 미이라가 발견되었는데, 그 사람의 손 주머니에서 말린 버섯 쪼가리들이 나왔다고 한다. 그 버섯은 말굽버섯(Fomes fomentarius)인데 차로 달여 마시거나, 부싯돌 밥으로 사용하거나 또는 가루를 내어 지혈제로 사용해 오고 있는 버섯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냉동 인간이 생존에 필요한 불을 만들기 위하여 그 버섯을 부싯돌 밥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이 버섯은 성냥이 발명되기 전까지 부싯돌 밥으로 사용해 온 것은 물론 한 번 불이 붙으면 꺼지지 않기 때문에 옛날 불을 보관하거나 불을 이동할 때 또는 불쏘시개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용도는 잘 알 수 없지만 그 냉동인간도 아마 그 버섯을 약으로 사용한 것 같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쨌든 이 냉동 인간이 발견됨으로써 인간은 적어도 주전 5000여 년 전 석기시대 때부터 버섯을 사용해 왔다는 증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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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면버섯, 학명은 Phaeolus schweinitzii, 이 버섯을 물감으로 사용한다하여 영어속명은 Dyer's Polypore라고 한다. 털실에 노란색, 주황색, 황금색, 갈색 물을 들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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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좋은 먹물버섯이다. 갓 표면에 거스러미 같은 인편이 많이 붙어있는 모습이 마치 옛날 영국 남자귀족들이 쓰던 가발모습과 비슷하여 영어속명은 Shaggy Mane이다. 갓이 핀 것은 이미 시꺼먼 먹물로 액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버섯은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옷감이나 털실에 물을 들이기 위해서 염료(染料)로 쓰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먹물버섯은 물론 그 밖의 다른 버섯으로부터 글 쓸 때 사용하는 잉크를 만들어 사용할 것을 권유한 일이 이미 100여 년 전 일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죠지 워싱턴 시대 때 먹물버섯의 먹물을 잉크로 사용하였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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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s Conk. 범사에 감사하라.)
그리고 말린 버섯으로 집장식이나 꽃꽂이에 이용하기도 하고, 영지버섯의 일종인 잔나비걸상 또는 잔나비불로초(Ganoderma applanatum, 영어 속명 Artist's Conk)에 그림을 그려 두기도하여 영어 속명이 일러주는 대로 화가의 버섯이다. 또 위에 사진에서 보시는 자작나무(말굽)버섯은 말려서 바늘을 꽂아두는 데 이용하기도 하고, 그 조직이 가죽모양 질겨서 이발사가 면도날을 날카롭게 하는 데에도 사용하였다고 한다. 요새 젊은이들 사이에 마약 사용이 성행하는데, 소나 말의 분뇨 위에 돋는 말똥버섯은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독버섯이지만 본드대신 악용하기도 한다. 물론 위험한 일인데, 버섯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마구 채취하여 말려서 팔기 때문에, 그 가운데 치명적인 독버섯이 섞여있는 것을 모르고 먹다가 중독되었다는 보고들이 있다.
요즈음은 화학 독극물로 말미암아 공해가 심하다. 그런데 버섯은 이러한 독극물을 흡수하여 집약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사람 몸에 해로운 독극물을 제거하는 데 버섯을 이용할 수 있다. 쓰레기 처리장이나 오염된 하수에 어떤 종류의 버섯을 증식시키면 독극물을 흡수시켜서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영지버섯은 주변 환경에서 방사선 물질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영지버섯으로 주변 환경의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버섯의 이러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오염된 환경에서 돋아난 버섯은 그것이 비록 식용이라 할지라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어느 분이 늘 채취하여 먹던 버섯이 묘지 잔디밭 위에 많이 돋아 있기에 채취하여 식용하였는데, 그 날 저녁 중독증상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튿날 묘지에 가서 알아 본 결과 며칠 전에 화학 비료와 잡초와 벌레를 제거하는 제초제와 살충제를 살포하였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독버섯인지 아닌지 어떤(what) 종류의 버섯이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버섯을 어디에서(where)에서 채취하였느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늘 식용하는 야생버섯이 함유하고 있는 중금속을 분석해 본 결과 카드뮴이나 수은 또는 납 성분 같은 중금속 함유량이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고 어느 경우에는 세계보건기구의 허용량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버섯의 용도는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 앞으로 불치의 병을 고치고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하며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등 광범위하게 그 용도가 개발 연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7.12.0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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