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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껍질버섯. 학명은 Lenzites betulina. 영어속명은 Gilled Polypore. 갓 크기는 2-13cm로 거의 원형을 이루거나 대체로 부채형, 조개껍질형이며 짧은 털이 비로드처럼 빽빽하게 돋아 있고 회황색, 등갈색, 주황색 등 환문이 있다. 돋은 지 오래된 것은 이끼가 끼어 초록색을 띄운다. 살은 가죽질이다. 겉모양은 꼭 구멍장이버섯과 같으나 단지 주름이 있기 때문에 Gilled Poluypore라는 영어속명이 생겼다. 그리고 학명 가운데 betulina 는 betula, 즉 자작나무 Birch tree 라는 뜻이 들어 있다. 이 버섯 역시 죽은 Black Birch 그루터기에 돋은 것을 찍은 것이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죽은 활엽수 위에 돋는다. 미 동부지역에서 돋는 것은 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주황색 또는 등갈색을 띄우는 것이 특징이며, 한국과 미 서부지역에서 돋는 것은 회갈색을 띄운다. 미 동부지역에서 돋은 이 버섯은 한국의 등갈색미로버섯[또는 띠미로버섯 Daedalea dickinsii]과 혼동하기 쉽다. 이 버섯은 약용, 공업용 버섯으로 수족마비, 관절염에 효능이 있고, 날염이나 탈색 또는 도료제조 등에 이용된다고 한다[박완희]).
생물, 미생물, 무생물을 막론하고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존재의 이유와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여 우리에게 이익 불이익, 해로움을 주느냐 않느냐에 따라 귀하게 여기기도 하고 나쁜 것이라고 이해하기도 한다. 그 존재하는 것들 가운데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농사에 해롭다고, 정원의 아름다움을 해친다고 하여 몹시 귀찮게 여기고, 만나기가 무섭게 뽑아 없애버리려 하며, 때때로 가공할만한 위력을 가진 화학물질을 뿌리기도 한다. 잡초는 그렇게 마구잡이식으로 해코지하여야만 할까?
미 동부지역에서는 햇볕 좋은 4월부터 야외에 온갖 벌레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모기는 아니지만 하루살이처럼 생긴 것들이 많이 날아다니며 사람 몸에 달라붙는데 한 번 물리면 몹시 가렵다. 또 여름 숲속에서 강(强)모기에게 물리면 한 일주일을 두고 가려워서 고생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벌에 쏘이기도 한다. 이렇게 야외에서 독충에 물리거나 쏘였을 때 별다른 약을 소지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응급 처치할 방도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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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의 모습이고, 영어 속명은 Pigweed 라고 부른다)
우선 서너 가지 약초로 사용할 수 있는 풀들을 알아두면 편리하다. 인가 근처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쇠비름과 빈대풀이다. 쇠비름은 길가나 꽃밭, 또는 채마밭 근처 땅위에 기어가듯 돋아나는 흔히 잡초로 분류되는 풀인데, 잎이 작고 동글동글하며 채송화나 돌나물처럼 다육식물이라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우리 어렸을 때 이 풀을 뽑아 그 뿌리를 두 손가락으로 훑어 내리면서 “신랑 방에 불 켜라, 색시 방에 불 켜라” 하면 그 뿌리가 불을 켠 것처럼 빨갛게 되는 풀이다. 벌에 쏘이거나 모기에게 물렸을 때 즉시 이 쇠비름을 찾아 한 줄기 따 낸 다음 손으로 으깨서 그 즙을 내어 독충 쏘인 곳에 바르면 신기하게도 30분 안에 갈아 앉는다.
언젠가 아침 방송에 필라델피아 근처 고속도로에서 꿀벌을 싣고 가던 트럭이 벌통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고 하는 뉴스를 들었다. 마침 일요일이라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사가지고 잠시 피크닉을 하게 되었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벌들이 많이 날아와 음료수 컵 주변에 달라붙는다. 아침 뉴스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점심을 마친 뒤에 자동차 열쇠를 꺼내려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순간, 아차! 호주머니 속으로 기어들어 온 벌이 손가락을 쏘았던 것이다. 어찌나 통증이 심한지 벌에 쐰 손가락이 얼얼하게 아프다. 그 즉시 외쳤다. “자, 쇠비름을 찾아라!” 운 좋게도 피크닉 지역에서 쇠비름을 찾아내어 손으로 으깬 다음 그 즙을 벌에 쏘인 손가락에 발랐다. 언제 벌에 쏘였나 싶게 통증은 즉시 갈아 앉았고 그저 한 이삼일 벌에 쏘인 곳이 조금 근질거리는 정도로 무사할 수가 있었다.
멕시코 유까딴 반도 메리다에 강의하러 갔을 때였다. 강의를 모두 마치고 우리를 초청한 선교사 댁으로 가는 길에 일행 가운데 한 분이 그만 벌에 쏘이게 되었다. 아프다고 야단이다. 강의 장소 근처에서 혹시나 멕시코에도 쇠비름이 있나 살폈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여 차를 내린 다음 주택 근처에는 혹시 하면서 눈을 두리번거리는 내 눈에 쇠비름 비슷한 식물이 눈에 띄었다. 나는 즉시 그 풀을 채취하여 으깬 다음 벌에 쏘인 분의 팔에 발라주었다. 약도 없는 터에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그 뒤 그 분은 벌에 쏘인 곳이 아프다는 말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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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노란 뽕나무버섯과 잎새버섯을 채취할 때 모기에게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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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풀이다. 영어 속명은 Spotted Spurge 이다. 줄기를 끊어내면 흰 젖이 나온다.)
2006년 10월 4일, 이 날은 운이 무척 좋아서 아주 알맞게 자란 노란 뽕나무버섯을 서너 소쿠리 채취한데다가 잎새버섯도 서너 덩이(잎새버섯은 한 덩이가 보통 한 소쿠리는 되게 덩치가 크다)를 채취할 수 있었다. 뽕나무버섯을 신나게 채취하고 있는데 모기들이 달려들어 손가락과 손목을 사정없이 쏘아댔다. 그러나 아무리 근방을 찾아보아도 쇠비름을 찾을 수 없다. 마침 며칠 전 약이 되는 잡초라는 글에서 빈대풀이 독충에 쏘였을 때 그 풀에서 나오는 우유 같은 젖을 내어 독충 물린 곳에 바르면 효험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산 위라 쇠비름은 없지만 혹시 빈대풀은 없나 찾다가 가뭄에 건조하기는 해도 빈대풀이 많이 기어가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빈대풀 줄기를 두어 개 떼어내어 줄기를 끊어내자 줄기에서 솟아 나오는 하얀 젖(유액)을 모기 물린 곳에 여기저기 발랐다. 좀 끈적거리기는 해도 희한하게 가려움증이 가시게 되었다. 이 빈대풀은 인가 근처나 길가에 시멘트 틈새에서도 돋아나 땅위에 아주 납작하게 또 길게 뻗어가는 풀인데 그 잎의 크기가 꼭 빈대만하게 동글동글하게 생겼다. 그 빈대풀을 뽑아 버리려고 사방으로 땅에 납작하게 붙어서 뻗어난 줄기를 훑어 모아 휘여 잡고 잡아당기면 흔히 줄기가 끊어져 하얀 젖을 내는 풀이다. 그 젖이 손에 묻으면 몹시 끈적거린다. 그러나 이 젖이 독충에 물린 곳에 바르면 효험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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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weed. 여러 종류의 Milkweed가 있다. 줄기를 끊어내면 흰 젖이 나온다.)
이 빈대풀의 유액처럼 하얀 젖을 내는 잡초 가운데 영어 속명으로 Milkweed 라는 풀이 있다. 이 풀은 키가 제법 크게 자라 어떤 것은 어른 가슴까지 올라오는 풀이다. 아쉬운 대로 다른 풀을 찾기 어려울 때는 이 풀의 줄기에서 나오는 유액도 독충 물린 데 바르면 효험이 있다. 이 유액도 바르면 끈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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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름은 물봉선이라고 부르는데, 여름에 노란 꽃이 핀다. 영어 속명은 Jewelweed라고 부른다. 줄기가 붉은 것은 주황색 꽃이 핀다. 이 풀이 제일 사용하기도 쉽고 효과도 크다. 키가 큰 것은 1미터 이상 자란다.)
그리고 미국 동부지역 숲 속 물가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풀은 역시 물봉선(영어 속명 Jewelweed)이라고 하는 풀이다. 마치 우리나라 봉선화처럼 이 풀의 씨 주머니를 건드리면 톡 터지면서 씨를 뿜어내기 때문에 Touch-Me-Not이라는 영어 속명도 있다. 어느 곳이나 수분이 많은 낮은 지역 물가에 무성하게 돋는 다육식물인데 그 키가 사람 키를 넘을 때도 있고 줄기도 굵은 것은 엄지손가락 보다 더 굵게 자란다. 여름에 노란 꽃이나 주황색 꽃을 피우는데 가장 흔한 것은 역시 노란 물봉선이다. 버섯을 관찰하려고 숲에 들어가자마자 물가에서 우선 이 풀 한 줄기를 꺾어 버섯 소쿠리에 담아가지고 다닌다. 물론 모기 쫓는 스프레이를 몸에 뿌렸지만 일단 모기에게 물리면 응급처치하기 위함이다. 이 풀을 좀 채취하여 물을 약간 넣고 푹 끓여내면 노란 액이 나오는데 그 액을 냉장실에 넣어두고 모기 물렸을 때 발라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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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꽃이 핀 물봉선의 모습.)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면서 귀찮아 여기는 풀들이 이렇게 훌륭한 약이 된다는 사실은 자연 만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많이 반성하도록 해 준다. 그래서 어느 분은 감옥에 억울하게 갇혀 있는 동안 이른 바 “잡초”를 많이 길러 꽃밭을 만들고 또 그 잡초들을 많이 관찰한 끝에 그 풀들을 잡초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황대권, 야생초 편지 참고).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3.2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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