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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타리버섯의 주름부분이 희한하게 보인다. 아래에 이 글과 함께 실린 버섯들은 모두 인공재배 할 수 있는 버섯이다.)
하루는 필라델피아 서쪽 교외 지역인 해버타운(Havertown, Pa.) 어느 집 옆을 지나가다가 보니까 그 집 울타리 안에 서 있는 죽은 나무에 느타리버섯이 밑에서부터 저 위까지 함빡 돋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즉시 집 주인에게 그 버섯을 좀 채취해 가도 좋으냐고 물었다. 그 집 주인 할머니는 따가도록 허락해 줄 뿐만 아니라 작은 사다리까지 내어다 주신다. 작은 접시만한 느타리버섯이 얼마나 많이 돋았는지 커다란 백화점 쇼핑 백 두 개에 하나 가득 채취하였다. 그런데 얼마 뒤에 보니까 나무 자르는 사람들이 와서 그 죽은 나무를 베어낸 다음 토막을 내어 싣고 가려던 참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그 나무토막 두 개만 달라고 하니까 얼른 내어준다. 왜냐하면 사실 그 사람들은 그 베어낸 나무를 가져다 버리려면 처치곤란하기 때문이다. 그 느타리버섯 종균이 먹은 나무토막을 집에 가져와 뒤뜰 한 구석 나무 그늘 밑의 땅을 조금 파고 밑바닥이 좀 묻히도록 묻어 둔 다음 물을 조금씩 뿌려주기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때가 되면 느타리버섯이 돋아나는 것이 아닌가! 그 나무토막에 느타리버섯이 돋기 시작하면 나는 그것을 신호로 하여 늘 다니는 공원으로 가서 느타리버섯이 돋던 나무들을 다시 찾아 한 바퀴 돌면서 한 소쿠리씩 채취하곤 하였다. 집에 있는 나무토막이 느타리버섯 돋는 때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느타리버섯을 집에서도 반 인공재배(半 人工栽培)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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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타리버섯과 팽이버섯이 함께 돋았다.)
그리고 집에서 한 번 시도해 볼만한 재배방법이 있다. 혹시 버드나무, 포플러나무, 미국에서는 Aspen이나 Tulip Poplar나무 벤 것을 구하여 나무 벤 단면 위에다 신선한 느타리버섯을 올려놓아 포자가 떨어지게 하면 몇 달 뒤 느타리버섯이 돋아나게 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두어 번 빗물이나 증류수(수도물도 되지만 수도물이나 경수는 화학성분이 많아서 혹시 포자 발아증식을 저해할 수 있다)를 뿌려주어 포자가 일단 발아하여 그 나무에 퍼지면 일년에 봄 가을로 두 번씩 느타리버섯을 채취할 수 있다. 일단 그 나무에 종균이 발아하여 퍼져있으면 몇 년 동안 버섯을 채취하여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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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버섯이 죽은 참나무 그루터기 위에 돋았다. 이 잎새버섯은 야생하는 것을 찍은 것이지만 인공재배가 가능하다. 뉴욕 주 로체스터에 본사가 있는 Wegman이라는 수퍼마켓에서 인공재배한 잎새버섯을 한파운드[450g]에 $39.99 씩 판매하는 것을 보았다.)
버섯을 인공재배 해 온 역사는 매우 오래다. 일설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표고버섯을 약 800년 전부터 재배해 왔다고 하며, 어지간한 조건을 갖춘 집에서는 저마다 집에서 표고를 재배하여 식용한다고 한다. 어지간한 버섯재배 조건이라야 참나무와 그늘, 그리고 종균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4600여 년 전 이집트에서는 버섯을 “불멸의 식물”(the plant of immortality)라고 하여 신성하게 여겼을 뿐만 아니라, 그 맛 좋은 향기 때문에 일반 평민들은 먹을 수 없었고 오직 파라오 왕만이 먹는 궁중음식으로 생각하였다. 그 밖에도 중국이나 러시아, 그리스, 멕시코, 남미 지방에서는 버섯이 초인적 힘을 가진 것으로 믿어 버섯의례(儀禮)를 통하여 강신(降神)과 신적 접촉의 매개물로 사용하였다는 것은 이미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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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궁둥이버섯인데 그 털이 짧은 것이다.)
서양에서 버섯을 인공재배 해 온 역사는 프랑스 루이 14세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파리 근교 동굴에서 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하였고, 곧 영국에도 알려져 손쉽게 재배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신문 잡지를 통하여 점점 인기를 끌게 되었고 종균배양 기술도 늘어났다고 한다. 19세기 말 이 버섯재배 기술이 미국에 전해졌고 특히 미국 동부지역에서 호기심 많은 정원애호가들이 재배를 시도했으나 영국에서 종균을 가져오는 관계로 그 종균이 미국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그 질이 떨어져 재미를 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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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에 돋는 곰보버섯이다. 특히 색깔이 검고 세모난 것이 검은곰보버섯[필자명명] Morchella elata. 영어속명은 Black Morel이다. 한국 미기록종인 듯하다. 맛 좋은 식용버섯이지만 날로 먹거나 알코올음료와 함께 먹으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곰보버섯도 인공재배가 가능하다.)
1891년 뉴욕 롱 아일랜드에 사는 William Falconer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버섯재배법 책을 출판하였고, 1903년에 가서야 미 농림성에서 우수한 순수 버섯종균배양에 성공, 영국 종균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1914년경에 이르면 버섯재배가 미국 주요산업의 하나로 각광받기 시작하고, 드디어 1924년에 이르러서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버섯의 85%가 펜실바니아주 동남부 지역에서 나오게 된다. 1930년 미국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버섯재배업자 516명 가운데 350명이 펜실바니아주 체스터 카운티(Chester Co.)에 있게 된다. 특히 1970년대와 80년대에 펜실바니아 주립대학교에서 버섯재배기술 향상과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로 말미암아 명실 공히 동남부 펜실바니아 지역을 세계의 버섯중심지(the mushroom center of the world)로 만들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지역에 사시는 한인동포들이라면 잘 아시는 Kenneth Square에 있는 저 유명한 식물원 롱우드 가든(Longwood Garden)으로 들어가는 길 바로 왼편에 버섯 뮤지엄에 들르시면 버섯 재배의 역사뿐만 아니라 재배과정을 한눈으로 보실 수 있고, 또 싱싱한 버섯도 구입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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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덕다리버섯.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초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어디를 가나 참 많이 돋는다. 미국인 인종배경에 따라 이 버섯을 즐겨 식용한다. 닭고기 튀겨먹듯 튀겨 먹으면 꼭 닭고기 튀긴 것과 같다고 한다. 주로 어린 것이 연하고 반드시 익혀먹어야 한다.)
위의 버섯재배 이야기는 주로 양송이버섯(Agaricus bisporus) 재배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은 이른바 exotic mushrooms라고 하여 표고, 느타리버섯, 잎새버섯, 팽나무버섯, 곰보버섯, 붉은덕다리버섯, 노루궁뎅이버섯은 물론 약용버섯인 영지와 상황버섯, 운지, 아가리쿠스버섯까지 여러 다양한 버섯들을 인공재배하고 있다. 특히 버섯을 좋아하는 일본사람들 때문에 이러한 버섯들의 이름이 현재 미국에서 모두 일본말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은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라고 본다. 우리들만이라도 우리 고유의 버섯이름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름으로 불러야 하고, 일본 이름은 단지 어떤 버섯을 지칭하는 것인지 참고하는 정도로 끝나면 좋을 듯하다. 참고삼아 말씀드리면 shiitake(표고버섯), enokitake(팽나무버섯), maetake(잎새버섯), hiratake(느타리버섯), 그 밖에도 여러 종류의 버섯을 인공 재배하여 일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다만 일본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matsutake(송이버섯)은 아직까지 인공재배가 불가능하다. 아마도 이 버섯의 생장 환경조건이 까다로운 때문인 것 같다. 모두 다 잘 아시는 대로 송이버섯은 소나무와 공생관계에 있는 버섯인데, 소나무 가운데서도 최소 15년 이상 25년 된 늙은 적송(赤松)과 공생관계에 있고, 적송의 잔뿌리가 뻗어가는 9월에 그 잔뿌리 주변에만 돋기 때문인 것 같다. 오직 한국 춘천 강원대학교에 계신 성재모 교수가 개발 시험 가운데 있는 방법으로 송이버섯의 액체종균을 베양하여 송이버섯이 돋는 주변에 뿌려서 더 잘 더 많이 돋게 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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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지[雲芝 구름버섯])
우리 한국에서도 여러 다양한 식용, 약용버섯들을 재배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2년 조국방문 때 하동에서 처음으로 새송이버섯을 먹어보게 되었다. 그 때 야생버섯 가운데 어떤 것을 인공 재배한 것이 새송이버섯인지 몹시 궁금하였다. 마침 2006년 12월 13일 한국 KBS 1TV “6시 내 고향” 프로그램 가운데 새송이버섯의 대표 브랜드인 머쉬하트(www.mushheart.co.kr 김금희 사장) 버섯재배단지 방문 이야기를 시청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곳으로 새송이버섯의 학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문의한 결과 새송이는 느타리버섯과(科) 느타리버섯속(屬)에 속하는 버섯으로 그 학명이 “Pleurotus eryngii”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이 버섯은 유럽남부,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및 러시아 남부 등의 아열대지방의 건조성 초원지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아직 한국에서는 야생으로 채집된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그 학명을 가지고 미국 버섯 책을 뒤져 보았으나, 단지 새송이와 비슷한 버섯 (Pleurotus dryinus, 영어속명 Veiled Oyster Mushroom)밖에는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미국에서도 채집된 적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 혹시 비슷한 기후를 가진 미국 남부지방이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자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1997년경부터 인공 재배되어 “새송이”라는 상품 이름으로 시판되기 시작하였고, 비록 일본에서 인공 재배하기 시작하였으나 상품화와 그 가치는 한국에서 다듬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새송이의 특징은 그 육질이 치밀하여 자연송이와 씹는 맛이 비슷하고, 일반 느타리버섯에 비교하여 대가 굵고 길며 그 저장성이 높아서 인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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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운지[구름버섯]이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다른 버섯은 몰라도 다만 표고버섯을 참나무 원목재배한 적이 있고, 다른 세 분들에게 재배 경험담을 들려주고 그 방법을 가르쳐줌으로써 모두 표고버섯 재배에 성공한 사례를 가지고 있다. 혹시 미국에 사시는 한인 동포들 가운데 표고버섯이나 다른 버섯들을 집에서 재배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면 www.fungi.com에 들어가 보시든가 info@fungi.com에 문의하시기 바란다. 그 밖에도 검색어 mushroom cultivation으로 검색하시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연락주시면 경험담을 말씀드리고 안내해 드릴 수도 있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4.1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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