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버섯 4 송이)
나무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고 야생화가 피어날 즈음 이 세상 모든 만물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듯, 생명력이 솟구쳐서인가 많은 사람들이 숲속으로 달려간다. 아직 나무에 잎이 피어나기 전, 오직 생강나무 꽃이 지고 그 잎이 돋기 시작할 때라 숲속 저 멀리까지 보이게 마련인데 사람들의 느린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숙이고 닭이 모이를 찾는 것처럼 순간순간 허리를 굽혀 무엇을 줍는 듯 보인다. 곰보버섯을 따고 있는 것이다. 땅위를 자세히 보면 아직 누런 낙엽들뿐이지만 낙엽사이로 우스꽝스럽게 생긴 노오란 것이 배꼼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 주변에는 천남성이 새싹을 내고 있다.
(튤립곰보버섯[임시이름] 두 송이와 천남성. 천남성이 싹을 내어 자라기 시작하고 참나무의 새 잎이 다람쥐 귀 크기 만 하게 움텄을 때가 곰보버섯 철임을 알려준다. 특히 튤립포플러 나무 숲 땅위에 많이 돋기 때문에 일명 Tulip Morel이라고 부르는데 대체로 크기가 일반 노란 곰보버섯보다 작고 가는 편이다.)
빨리 걸으면서 곰보버섯을 찾으면 결코 보이지 않는다. 대체로 곰보버섯은 그 돋아난 주변 환경이나 배경과 비슷하게 섞여 있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한 송이가 눈에 띄면 희한하게도 멀었던 눈이 개안한 뒤 모든 사물이 보이듯 그렇게 곰보버섯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기 시작한다. 숲속 땅위에는 작년 가을에 익어 떨어진 튤립포플러 씨를 담고 있는 솔방울 같이 생긴 것들이 무수히 널려있다. 날개를 가진 튤립포플러 씨들이 바람에 날려 온 땅을 덥고 있다. 곰보버섯 사냥은 그야말로 숨바꼭질이다. 술래가 한 사람 한 사람 발견하듯 줄줄이 찾아내게 된다. 어느 새 저마다 들고 있는 비닐봉지가 묵직하게 내려앉기 시작한다.
(곰보버섯 두 송이와 튤립포플러 씨앗봉오리. 씨앗들이 흩어져 있다. 이렇게 튤립 포플러나무가 많은 곳에 곰보버섯이 많이 돋는다.)
주중에도 그렇지만 주말에도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길가 여기 저기 주차해 놓은 차량으로 붐빈다. 이렇게 곰보버섯 숨바꼭질이 시작되면 저마다 자기만 아는 비밀 장소를 찾아가기 마련이고, 그 장소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 초보자가 어디서 그렇게 많은 곰보버섯을 채취하였느냐고 묻는 것은 그야말로 "에티켓이 아니다!" 또 어디서 채취하였다고 일러주는 장소를 고대로 믿는 순진함도 어리석은 짓이다. 멀리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기 전에는 결코 곰보버섯이 많이 돋는 곳을 가르쳐주기 않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이를테면 미네소타 주에서는 곰보버섯을 주버섯(state mushroom)으로 선포하였다 하며, 미국 미시간 주 Boyne City에서는 5월에 곰보버섯 축제나 곰보버섯 채취대회를 열어 가장 많이 채취한 사람에게 상을 준다고 한다. 출발 총포 소리와 함께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사방 숲속으로 흩어져 뛰어 들어 간다. 한 시간 반 동안 될 수 있는 한 많은 곰보버섯을 채취한다. 최고기록 보유자는 900송이를 채취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게 대회를 열어 가면서까지 곰보버섯을 많이 채취한다면 해마다 곰보버섯이 줄어들지 않을까 아니다. 조물주가 풍성하신 탓일까, 노련한 버섯애호가의 말에 따르면 오히려 더 많이 돋는다는 것이다. 허지만 대체로 봄 전체 곰보버섯 철을 통하여 10여 송이만 발견하여도 넉넉한 상품을 얻는 것과 같다하니, 이 사람은 금년 봄 단 이틀 동안에 크기도 크고 질 좋은 것 100여 송이를 채취하였으니 무척 운이 좋았던 것이다.
(곰보버섯 한소쿠리)
그러면 곰보버섯을 어디서 찾아낼 수 있을까 곰보버섯이 돋는 장소에 대한 비밀이 많아서일까, 어디에 많이 돋는다는 말도 가지가지다. 사실 이 사람도 버섯공부 23년 만에 금년(2008년) 봄 처음으로 많이 채취할 수 있었다. 찾기 쉽지 않은 버섯으로 치부한지 오래였다. 이른 봄에 돋기 때문에 다른 산나물 채취에 밀려 곰보버섯은 도외시한 탓인가 사실 그렇기도 하였다. 곰보버섯은 포플러, 소나무, 벚나무, 검은 호두나무, 야생사과나무 주변에 많이 돋는다고 하지만, 어디서나 그 나무들 주변에 돋는 것은 아니다. 펜실베이니아 중동부 지역에서는 옛 사과 과수원의 사과나무나 죽어가는 느릅나무, 또는 튤립포플러 나무 주변에 많이 돋는다고 한다. 만일 여러분들이 사시는 지역에서 곰보버섯이 많이 돋는 곳을 찾아 가려면 그 지역 사람들이 주로 어떤 곳을 찾아가 버섯을 찾기 위하여 뒤지며 다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키다리곰보버섯 Morchella elata. 라틴 이름 가운데 elata라는 말은 키가 크다는 뜻이다.] 두 송이. 영어속명은 일반적으로 Black Morel이라고 한다.버섯이 돋은 주변을 살펴보면 여러 종류의 낙엽이 보이는데 그 지역의 나무 종류들을 알아 낼 수 있다.)
(반으로 갈라 본 키다리곰보버섯. 이렇게 속이 텅 비어 있으면 식용할 수 있는 진짜 곰보버섯이고, 만일 갓 모양이 으깨진 뇌처럼 생겼고 속이 막혀 있으면 그것은 유사곰보버섯 즉 마귀곰보버섯[Gyromitra 종류]이라는 무서운 독버섯이다.)
이 사람이 금년(2008) 봄 곰보버섯을 많이 채취하게 된 경위도 그러하였다. 이 지역으로 이사 와서 특별히 튤립포플러가 많은 숲이 눈에 들어왔다. 쓰러져 죽은 튤립포플러 나무에 느타리버섯이 많이 돋기 때문에 그 나무 있는 곳을 찾아다닌 것이다. 그래서 그 숲에 틀림없이 곰보버섯이 많이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니까 작년 2007년 봄 5월 중순에 혹시나 하여 그곳을 찾아갔을 때, 산 여기저기 많은 미국인들이 곰보버섯을 찾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 그렇지, 틀림없이 이 숲속에 많이 있다니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미국인들이 저마다 한 봉지씩 들고 숲을 내려온다. 그 다음 날 다시 그 산을 찾아 본격적으로 곰보버섯을 찾아 나섰지만 오직 두 송이만 발견하였을 뿐이다. 이 지역의 곰보버섯 철은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 한 달 간이며 이미 그 철이 지났고 또 모두 채취해 간 뒤였던 것이다. 할 수 없이 다시 일 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치마곰보버섯[임시이름, Morchella semilibera. 속명 Half Free Morel] 한 송이와 노란 제비꽃. 갓이 대에 반만 붙어 있기 때문에 semilibera 즉 Half Free라는 이름이 생겼다.)
금년 봄에는 일찌감치 4월 중순부터 그 곳을 찾아가 어디쯤에 곰보버섯이 많이 돋을까 살펴보았다. 때 마침 곰보버섯을 위하여 꿀처럼 단 비가 하루 종일 그 다음날 아침 까지 많이 내렸다.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아니나 다를까 이미 내가 살펴 둔 곳에 미국 여성 몇 사람이 와서 두리번두리번 버섯을 찾고 있다. 손에는 저마다 묵직한 버섯 봉지를 들고 있었다. 그들이 버섯 찾는 모습을 눈여겨본 다음 그들을 만나 말을 걸고 버섯사진을 찍고 나서 나는 그들과 멀리 떨어져 산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곧바로 한 송이가 눈에 띄자 뒤이어 여기저기서 찾아내게 되었고, 운이 좋아 커다란 검은곰보버섯이 많이 돋는 곳을 만나게 되었다.
(키다리곰보버섯 세 송이)
(키다리곰보버섯 소쿠리)
곰보버섯이 있음직한 곳을 찾아냈다 하여도 그 버섯을 발견해 내기란 쉽지 않다. 곰보버섯은 숨바꼭질에 명수이기 때문이다. 곰보버섯의 모양이 특이하게 생겼는데도 그 버섯은 놀라울 만큼 숨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저기 곰보버섯이 많이 돋아 있는 한 복판에 서 있다 해도 찾아내기 어렵다. 마치 쭈글쭈글 말라버린 사과 같기도 하고, 누런 마른 잎 같기도 하며, 특히 솔방울 같이 생겨서 그냥 지나치기가 십상이다. 비라도 내려 젖어 있을 경우에는 뾰족한 돌조각도 곰보버섯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어찌나 눈을 부릅뜨고 곰보버섯을 찾아 해매였는지 밤에 자려고 눈을 감으니 온통 곰보버섯이 여기저기 돋아 눈에 어른거린다.
(낙엽 속에 숨어 있는 곰보버섯)
곰보버섯 종류와 모양도 여러 가지다. 초보자들의 눈에는 어느 것이나 그저 곰보버섯일 뿐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너 댓 종류가 있다. 그래서 식용할 수 있는 진짜 곰보버섯(True Morel)을 가려서 찾아내기도 어렵다. 잘못하여 독버섯인 유사곰보버섯(False Morel 즉 마귀곰보버섯)을 채취하여 식용하면 중독되어 곤욕을 치르게 된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한국버섯 책들에는 진짜 곰보버섯이 단지 두 종류만 기록되어 있다. 즉 곰보버섯(Morchella esculenta)과 굵은대곰보버섯(Morchella crassipes)이 그것이다. 초보자가 보기에는 둘 다 똑같이 생긴 노란 곰보버섯인데, 단지 이름 그대로 굵은대곰보버섯은 줄기(대)가 굵고 버섯 전체로 보아 그 크기가 더 큰 것만 다르다. 실제로 이 두가지 버섯에 대한 DNA검사 결과 두 개의 다른 종류가 아니고 똑같은 버섯이라고 하며 단지 굵은대곰보버섯은 가장 뒤늦게까지 돋아 있어서 크게 자란 것이라고 한다.
(사진 왼편에 검은 버섯은 뱀머리검은곰보버섯[임시이름, Morchella angusticeps. 영어속명은 발견 명명자의 이름을 따라 Peck's Morel, 그냥 Black Morel, 또는 뱀 머리처럼 생겼다하여 Snake Head Morel, 그리고 원추형으로 생겼기 때문에 Morchella conica[Conical Morel)등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과 오른 편에 한국의 통칭 "곰보버섯"[Morchella esculenta. 영어속명 Common Morel, 색깔이 노랗다 하여 Yellow Morel, 또는 Blond Morel, Sponge Mushroom, Dryland Fish, 노적가리처럼 생겼다하여 Haystack 등 다양하다]노란 곰보버섯은 미국 서부지역의 옛 과수원이나 불탄 곳, 동부지역에서는 죽은 느릅나무 근처, 튤립포플러, 양물푸레나무, 참나무, 너도 밤나무, 단풍나무 숲에 많이 돋는다. 검은곰보버섯보다 약간 늦게 돋는다.)
그러나 최근 DNA검사 결과 북미에는 곰보버섯이 적어도 13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흔히 식용할 수 있는 진짜 곰보버섯은 대체로 그 겉모양으로 보아 적어도 6종류가 있다. 이 사람이 금년 4월 24일, 25일 채취한 것은 다른 곰보버섯들 보다 좀 일찍 돋는 두 종류였다. 하나는 Morchella semilibera(영어속명 Half-free Morel 또는 Semi-free Morel)라는 곰보버섯인데 검은곰보버섯과 노란곰보버섯이 돋는 중간 시기에 돋는 것으로, 갓 밑이 줄기(대)에 붙어있지 않고 반만 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영어속명 Half-free Morel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리고 대체로 버섯 전체가 작고 갓도 작은 삼각형의 치마처럼 생겼다. 그래서 일단 "치마곰보버섯"이라고 한국 이름을 붙여 보기로 한다. 버섯이 작고 색깔이 누렇기 때문에 누런 낙엽 속에 묻혀있어서 찾아내기 쉽지 않다. 또 하나는 키다리곰보버섯(Morchella elata. 영어속명은 그 갓 색깔이 검기 때문에 검은곰보버섯Black Morel)이다. 검은 곰보버섯은 서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Peck's Morel(Morchella angasticeps)과 Conical Morel(Morchella conica)과 더불어 여러 다양한 종류들의 복합체이다.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이 검은곰보버섯이 가장 먼저 돋는다고 한다.
(치마곰보버섯 4송이. 노란 곰보버섯보다 7-10일 먼저 돋고 검은곰보버섯이 돋은 다음에 돋아님으로써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갓이 작고 맛이 다른 곰보버섯들보다 제일 못하다.)
(반으로 갈라 본 치마곰보버섯. 갓이 반만 대에 붙어 있고 대 속은 텅 비어있다. 여기서 주의 한마디. 꼭 곰보버섯처럼 생겼으나 반으로 갈라 보았을 때 갓과 대 사이가 갓 끝까지 완전히 떨어져 있으면 그것은 곰보버섯이 아니라 Verpa bohemica라고 부르는 심한 위장장애와 근육운동 장애를 일으키는 독성을 가진 독버섯이다!)
곰보버섯을 식용하려면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생식하면 중독된다. 곰보버섯에는 무려 21종이나 되는 유리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서 소고기 보다 더 구수하고 맛이 썩 좋다. 이 사람은 양파를 조금 썰어 넣고 볶거나, 전을 부쳐 먹어 보았는데 기막히게 맛이 좋았다. 달걀과 함께 부쳐서 샌드위치에 넣어 먹어도 좋고 오믈렛을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이다. 속이 비어 있기에 다양한 속을 넣어 만드는 요리도 좋을 것이고 수읍에 넣어 조미료 대신으로 사용해도 좋다. 곰보버섯은 인공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말린 곰보버섯의 가루를 내어 자연산 조미료나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몇 번 조리해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이 채취하였을 경우 볶아서 얼리거나, 생 버섯을 줄에 꿰어 걸어 말려두었다가 가루를 내어 나중에 찌개나 국을 끓일 때 조미료로 쓸 수 있다. 식용할 때 주의할 점은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언제나 반을 갈라 속에 벌레나 이물질이 들어 있나 살펴야 한다. 맛 좋은 식용버섯이지만 때때로 위장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처음 시식해 보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 절대로 날로 먹어서는 안 되며 특히 알코올음료와 함께 먹지 말고 또 많은 양을 먹지 말아야 한다.
(흰곰보버섯[임시이름], Morchella deliciosa, 영어속명 White Morel. 노란 곰보버섯이 특히 어릴 때 곰보 홈이 파인 안쪽이 회색이고 겉이 흰색이어서 흰곰보버섯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곰보버섯 철이 거의 다 지나갈 즈음 흔히 그 크기가 크고 대의 기부가 굵어져 30cm 높이에 7-8cm 굵기를 가진 노란 곰보버섯을 굵은대곰보버섯[Morchella crassipes, 영어속명 Thick-footed Morel]이라고 부른다. 굵은대곰보버섯이 보이기 시작하면 곰보버섯 철이 다 지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5.0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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