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Joshua Tree National Park에 서 있는 Joshua Tree의 모습이다. 이 나무의 이름이 "여호수아 나무"라고 붙여진 경위는 19세기 중엽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을 지나가던 몰몬 교도들이 이 나무를 보고 마치 히브리성서[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여호수아 10장 12절 13절] 가운데 여호수아가 하나님께 "태양아...멈추어라" 하고 외칠 때 쳐든 팔 모양을 상기시켜 준다하여 붙인 것이라고 한다.)
지난 해 2007년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캘리포니아에 다녀왔다. 그 곳에 간 것은 로스안젤리스에서 서쪽으로 약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팜 스프링스(Palm Springs) 바로 옆 Desert Hot Springs에 자리를 잡고, 2박 3일에 걸쳐 그 주변 광야와 사막 체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광야나 사막에 노출된 적이 없이 어디나 숲이 우거지고 물이 넉넉한 곳에서만 살아오던 터였다. 도착한 다음 날은 Joshua Tree National Park에 가서 서너 시간 광야 체험을 하였다. 그저 큰 바위덩어리를 쌓아놓은 듯한 큰 바위 돌 사이사이에 Joshua Tree 라는 선인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Palm Tree도 아닌 진기한 식물이 여기 저기 돋아 있는 곳에서 각자 흩어져 조용히 명상하였다. 바람이 몹시 불고 역시 겨울 날씨라 차가왔다. 약속시간에 다시 흩어지던 장소에 모여서 사막 모래밭을 걸었다. 식물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모두 말랐고 잎은 아주 세미하게 가늘고 잎 끝은 모두 가시처럼 날카롭고 가지에도 온통 가시가 돋아 있으며, 활엽수가 없지 않지만 모두 그 잎이 보일락 말락 아주 작았다. 물론 버섯이 있을 리가 없다. 버섯은 습기가 있어야 돋기 때문에 이런 사막 같은 곳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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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jadam.kr 2008-05-13 [ 최종수 ]
Joshua Tree National Park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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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금식하고 각자 흩어져 바위 옆이나 후미진 곳에 앉아 명상하면서 사막영성을 체험하였다.)
이튿날은 Indian Canyon이라는 오아시스 골짜기에 갔다. 주변이 온통 광야와 사막 지경인데 참으로 희한하게도 바위뿐인 골짜기에서 옥수가 콸콸 흘러내린다. 말 그대로 사막의 오아시스인 것이다. 개울 주변에는 Fan Palm이라는 야자수와 플라타나스(영어속명 Sycamore) 같이 생긴 활엽수와 포플러처럼 생긴 나무가 서 있다. 옛날 이 오아시스에 인디언들이 정착하여 호박과 콩과 멜론과 옥수수를 심어 먹고 살았다 한다. 가만히 살펴보니 버섯이 돋아 있다. 두 곳에서 발견하였는데, 모두 무덥고 건조한 기후에도 잘 견디는 포자를 생산하는 구멍장이 버섯에 속하는 말굽버섯 종류였다.
(인디언 캐년 오아시스에 서 있는 Fan Palm Tree의 모습이 장관이다.)
사막에서도 버섯이 돋을까 놀랍게도 사막에 돋는 버섯이 여럿 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땅위의 별이라고 할 수 있는 별 모양의 먼지버섯(Astraeus hygrometricus, 영어 속명 Hygroscopic 또는 Barometer Earthstar)이라는 습도계를 가진 버섯이 있다. 이 버섯은 꼭 별 모양으로 생겼는데 그 별모양의 방사조직(ray) 한 가운데 동그란 포자주머니를 가지고 있어서 그 안에 포자가루가 많이 들어있다. 그래서 건드리면 먼지가 나는 것처럼 포자가루가 펄펄 날아오른다. 그래서 이 버섯의 한국 이름은 “먼지버섯”이고 영어 속명은 땅에서 돋은 별 같이 생겼다하여 “Earthstar”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버섯이 사막에서도 돋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별 모양의 방사조직이 습도계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사막에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그 방사조직을 오므려서 가운데에 있는 포자주머니를 감싸서 보호하다가 비가 오면 즉시 열어서 빗방울에 튕긴 포자가 방출되게 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일 년이고 이년이고 오므린 채로 기다린다고 한다. 이러한 버섯은 사막이 많은 캘리포니아 서남부 지방에 많이 돋는다.
(아주 각박한 돌밭 위에도 큰눈물버섯[Psathyrella velutina]이 돋아 있다.)
그 밖에도 사막에 많이 돋는 버섯 가운데 길쭉하게 긴 줄기 위에 둥그런 말불버섯이 붙어 있는 종류들(Stalked Puffballs)이 여럿 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 사막에서 돋는 Desert Shaggy Mane이라고 부르는 버섯이 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먹물버섯(Shaggy Mane)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줄기가 있는 말불버섯이다. 먹물버섯은 주름이 있고 곧 피어서 시커먼 먹물로 녹아내리지만, 이 버섯은 먹물버섯과 달리 사막에서 비가 오자 즉시 돋아나 타원형의 긴 덩어리 속에 포자를 숨겨놓고 여러 주간 썩지 않고 견딘다고 한다.
(사막은 아니지만 아주 건조한 왕모래 땅에서 돋은 광대버섯의 일종인 고동색우산버섯이다. 너무나 건조하여 버섯도 생기가 적고 마른 대주머니와 갓이 갈라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땅 속에서 돋는 감자처럼 생긴 이른바 정력에 좋다는 전설 때문에 한 파운드에 500불에서 1000불을 호가하는 트러플(Truffle) 버섯 종류 가운데 북 아프리카와 중동지방 사막에서 돋는 트러플이 있다고 한다. 모로코에서 이락에 이르는 사막 모래 땅 속에서 돋는 이 버섯은 아주 향기가 좋은 식용버섯이다. 이락 사람들은 맨발로 모래 위에 서서 엄지발가락으로 비비어 보아 다른 모래 보다 좀 단단한 느낌을 통해 이 버섯을 찾아낸다고 한다.
(풀들이 모두 말라있고 나무들도 모두 잎이 아주 작거나 침엽을 가진 것들이 많다.)
이렇게 땅 속에서 돋는 버섯들은 그 향기로운 냄새로 말미암아 사람이나 돼지, 또는 개뿐만 아니라 다른 작은 동물들이나 곤충이 이 버섯을 캐어 먹게 하고 이 버섯을 먹은 동물들이 돌아다니며 배설하는 똥을 통하여 그 포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들쥐나 잔등이 빨간 들쥐들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번 캘리포니아 사막 체험에서도 들쥐 구멍이 모래 위에 수없이 많이 나 있고 실제로 들쥐들이 오락가락하는 것을 몇 번 관찰하기도 하였다.
(흰구름버섯과 주걱간버섯. 사막의 오아시스에 흰구름버섯이나 말굽버섯 같은 구멍장이 버섯이 돋아 있었다.)
도대체 버섯이 돋을 법하지 않은 애리조나 사막지역을 여행하던 어느 부부가 쩍쩍 갈라질 정도로 말라붙은 붉은 진흙 땅위에 무엇인가 허연 물체가 보여서 타고 가던 차에서 내려 가 보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빨간 진흙 갈라진 틈 사이로 버섯이 돋아 올라오고 있지 아니한가! 그것은 뜻밖에도 주름버섯의 일종인 Agaricus bitorquis라고 하는 기막히게 맛이 좋은 식용버섯이었는데,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보니 마른 진흙 길 갈라진 틈마다 수많은 버섯이 돋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른 진흙 틈새를 손으로 파헤치며 버섯을 채취하고 있으려니, 지나가던 캠퍼들이 무슨 일인가 하여 하나 둘씩 RV들을 멈추고 차에서 내려 모두 버섯 채취에 합세하게 되었다. 마침 어느 캠퍼들은 작은 삽을 가지고 온 사람도 있어서 삽으로 마른 진흙땅을 파헤쳐 많은 버섯을 채취하게 되었다. 그날 저녁 여행하다가 버섯을 채취하게된 사람들은 근처에 모두 캠프를 치고 버섯 요리를 한바탕 즐기게 되었고, 그날 사막에서 뜻밖의 맛 좋은 식용버섯을 채취하던 신나는 이야기들을 두고두고 잊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Max Lipp의 회고담이 David Arora의 All That the Rain Promises, and More...pp. 122-123에 실려 있다.)
(아리조나 사막에서 사람들이 많이 채취하여 먹었다는 버섯은 바로 이 주름버섯처럼 생긴 버섯인데 단지 대가 좀 더 굵고 짧은 것이 특징이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05.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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