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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버섯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야생버섯의 신비(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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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돋는 연지버섯

(연지버섯1, Calostoma cinnabarina, 영어속명 Stalked Puffball-in-aspic.)

버섯관찰은 눈높이를 낮추는 일이다. 언제나 저 높은 곳, 더 좋은 곳, 더 많은 곳, 더 높은 지위만 바라보던 눈을 돌이켜 낮은 곳, 이 땅위로 그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땅, 그 주위를 살피는 일이다. 세상의 아름다움, 전혀 관심 밖의 아주 작은 것들 중에도 미물에 주목하고 한껏 주의를 기울여 그것들이 말없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놀라움으로 흠뻑 취하는 일이다. 그 작은 것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만끽하는 일이다. 그리고 귀를 땅에 가까이 대고 그 미물들, 말하자면 오랜 세월 그 곳에서 제 할일을 수행하면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들어내고 있는 버섯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버섯관찰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서 모든 생물체가 생존하기 위하여 어떻게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지에 대한 생태학적 지식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버섯이라는 미물 또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할 우리의 한 이웃임을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버섯은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물체들을 위하여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해 주는 아주 중요한 것이라는 것도 주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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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버섯 빈 포자주머니

(작년에 돋아 그 포자가 모두 방출되고 남은 연지버섯의 빈 포자 주머니)

지난 2008년도 7월 초, 땅을 바라보며 산 위를 오르다가 등산로에서 이상한 콩 껍질처럼 생긴 것을 발견하였다. 허리를 굽혀 가만히 살펴보니 그것은 작년에 돋았던 연지버섯의 포자주머니임을 알게 되었다. 아하! 여기 이렇게 연지버섯이 돋는구나! 그 때부터 그 지역을 지나갈 때마다 일부러 들러 연지버섯을 만나기 위하여 산을 올랐다. 가만히 등산로를 살피며 혹시라도 연지버섯이 돋았는지 살피게 되었다. 대충 가을에나 돋아날 것을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놓치고 싶지 않아 계속 7, 8월 온 여름동안 그 곳을 일부러 찾아 관찰하던 끝에 드디어 9월에 피어난 연지버섯을 발견하게 되었다. 오래 기다려서인지 그 반가움이 더 컸다. 이모저모 사진을 찍으며 그 신기함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었다. 버섯도감에서 연지버섯을 찾아 공부하는 동안 미국에는 최소한 3종류가 돋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미국 동부지방, 특히 동남부지방에서 돋는다는 것이다. 그 뒤부터 산에 가면 정말 한동안 땅만 바라보고 걸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그 3종류를 모두 발견할 수 있었는데, 여러 분들이 사진을 보고 싶다하셔서 여기 미국 연지버섯에 대한 사진만 설명을 붙여 따로 올리기로 하였다. 편의상 연지버섯1, 연지버섯2, 연지버섯부치라고 나누어 설명하기로 한다.

1. 연지버섯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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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버섯1

(연지버섯1, Calostoma cinnabarina, 영어속명 Stalked Puffbal-in-aspic 또는 Gelatinous Stalked Puffball, Hot Lips, Red Slimy-Stalked Puffball. 젤리[아교질]로 덮여있고 빨간 외피가 벗겨지면서 그 조각들이 젤리 속에 남아 마치 석류씨알 모습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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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 같은 균사다발을 볼 수 있다. 제법 질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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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구가 벌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포자가루는 엷은 노란색이다.)

전체 자실체는 크게 네 부분으로 되어있다. 자실체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투명한 아교질 젤리가 있고, 포자를 담고 있는 어느 정도 타원형의 둥근 두부를 둘러 싼 바깥 덮개 층(外皮)과 안쪽 덮개 층(內皮), 그리고 이들을 떠받쳐 들어 올려주는 균사다발로 이루어진 대 등이다. 처음에 자실체 두부는 미끈적 거리는 두텁고 투명한 아교질 젤리로 덮여 있다가 차차 포자 주머니의 연골질 바깥 덮개 층(외피)은 흐물거리는 아교질과 함께 조각조각 부서져 떨어져 나가는데 아교질의 걸쭉 걸쭉한 것 안에 박혀있던 연골질 외피 조각들은 밑으로 떨어지면서 마치 석류 씨알처럼 보인다. 포자를 담고 있는 두부의 표피는 아교질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그대로 남아 있으며 처음에는 빨간색의 비듬 같은 가루처럼 보이지만 흔히 비듬 같은 가루가 벗겨지면서 주황색-노란색-담황색이 된다. 그런 다음 네다섯 개 가지를 가진 별 모양의 암적색에서 진홍색의 능선으로 이루어진 포자 방출 열구를 터뜨리면서 포자를 방출하게 된다. 포자 주머니가 열리기 전 진홍색의 열구는 마치 오므린 입술에 연지를 바른 것 같아 아주 예쁘게 생겼는데, 그래서 귀엽게도 우리 한국 이름이 연지버섯이다. 두부를 떠받들고 있는 대는 1.5-4cm 정도의 길이로 스폰지 같기도 하고 길쭉한 그물 같기도 하며 마치 수세미 같기도 한 제법 질긴 섬유질 균사속 10여개가 뒤 엉켜 있는데 처음에는 균사속 바깥쪽에 붉은 색 아교질 층으로 덮여 있다가 차차 벗겨지면서 황갈색으로, 더 희미하게 변색된다. 늦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미 동부 또는 남부 지역 숲 속 비옥한 땅 나무 밑이나 등산로 위에, 또는 길가 끝 주변에 단생 또는 군생한다. 이 사진은 숲 속 길가 경사진 곳 이끼가 많은 곳에 돋았다. 이 연지버섯은 전체가 빨간색인 것이 특징이다.

2. 연지버섯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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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버섯2

(연지버섯2, Calostoma lutescens. 영어속명 모름. 역시 투명한 젤리로 둘러싸여 있으나 그 포자주머니가 엷은 갈색인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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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구는 별 모양의 빨간 색이다.)

다른 연지버섯에 비하여 좀 더 긴 섬유질 대를 가지고 있어서 포자가 담긴 둥근 두부를 땅위로 밀어 올린다. 두부의 색깔은 엷거나 밝은 노란색을 가지고 있고 포자 방출 열구만 별모양의 빨간색 입술이 돋아 있다. 이 연지 버섯 역시 앞에서 본 연지버섯1과 같이 두부 바깥에 투명한 아교질로 덮여 있고 모든 생김새가 같지만 단지 그 색깔이 빨갛지 않고 엷은 노란색이다. 역시 숲속 길가에 돋는다. 그 특징은 두부 밑에 두부와 대의 경계를 이루는 넓고 분명한 깃(collar)이 있다고 하는데, 이 사진에는 깃collar이 묻혀있어서 그런지 보이지 않는 것이 유감스럽다.

3. 연지버섯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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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버섯부치

(연지버섯부치[이태수 한국 기록종 버섯 총목록], Calostoma ravenelii. 영어속명 모름. 외피가 벗겨지면서 별모양의 빨갛고 예쁜 입술을 보여준다. 젤리는 없다. 벗겨진 외피에도 연지자국이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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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수세미 같은 균사 다발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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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등산로 이끼 주변에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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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눈에 띄자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오른쪽 맨 밑에 반으로 갈라 본 포자주머니가 엷은 노란색의 포자가루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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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피가 벗겨지고 나서 포자주머니가 완전히 들어나 곧 터질 것 같다.)

다른 연지버섯에 비하여 그 크기가 작고 처음에는 알 형태로 많이 돋아난다. 아교질 덮개 층 없이 두부에 황토가 묻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친 갈색의 외피가 있어서 성숙하여 감에 따라 이 외피가 갈라져 벗겨지면서 빨간 열구의 연지도 묻어 함께 떨어져나간다. 마침내 꽈리의 외피처럼 생긴 비교적 질긴 외피를 가진 두부에 빨간 연지 입술을 보여주게 된다. 두부는 갈색에서 노란색을 띄우고 있고 포자방출 열구는 다른 연지 버섯처럼 별모양의 빨간 입술처럼 보이며 그 열구가 열리면서 약간 노란색 포자를 쏟아내게 된다. 이것도 역시 숲속 길가에 돋는다. 이 연지버섯부치가 한국이나 일본의 연지버섯 Calostoma japonicum과 아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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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버섯부치 유균

(8월 중순 알 형태의 연지버섯부치가 돋아나고 있다. 이제 한 달 뒤이면 모두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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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버섯부치의 피어나기 전 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알을 반으로 갈라보면 위쪽에 빨간 입술 열구부분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연지버섯은 그 생긴 것이 마치 말불버섯(puffball)과 비슷하기 때문에 복균강(Gasteromycetes)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었으나 DNA 검사방법이 발달한 지금 연지버섯에 대한 DNA 검사에 따르면 그물버섯속(Boletes) 또는 최소한 그물버섯속에 아주 가까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연지버섯은 부생균(saprobe)으로 생각해 왔으나 사실은 공생균(mycorrhizal)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캐나다의 Andrew Wilson, Erick Hobbie, 그리고 David Hibbett 세 사람은 Canadian Journal of Botany(85:385-393) 최근호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표하였다. 부생균이나 공생균은 탄소와 질소를 다른 공급원으로부터 얻게 된다. 이 세 사람은 이러한 사실에 입각하여 연지버섯이 어디서 탄소와 질소를 얻는지 그 근원을 추적하였더니 참나무(Oak, Quercus)에서 온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즉 연지버섯은 참나무와 공생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땅을 내려다보며 숲속을 걸으면서 많은 수목들이 내뿜는 정기(精氣)라도 들여 마시려는 듯 심호흡과 더불어 마음 속 하나 가득 감사함이 넘친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살지는 모르지만 은퇴하고 나서 지난 5년 동안 버섯을 관찰하며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특권이요 기쁨과 경이감, 놀람의 연속이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더구나 버섯도감에서나 볼 수 있었던 버섯들을 하나하나 실제 자연에서 만날 때마다 혼자 탄성을 지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버섯이 보여주는 저 신기한 천 가지 얼굴들은 참으로 다양하고 놀랍다. 날마다 산에 가서 새로운 버섯을 만날 때마다 이에서 더 큰 선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싶기만 하다. 자연농업 웹 페이지를 통하여 그 기쁨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얼마나 다행하고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이렇게 아름답고 좋고 놀라운 세상은 나 혼자만 즐기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리라. 많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또 오고 오는 세대마다 길이길이 즐길 수 있도록 돌보고 가꾸고 보전하여야할 책임을 깨닫는다. 그냥 방치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나 좋고 아름답고 신기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10.2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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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댓글과 답글 1
    • 풀잎 2009-03-17 20:52:22

      연지 버섯 이름도 이쁘네요
      처음 보는 버섯입니다 사진2 에서는 진짜 석류알 같이 생겼네요.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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