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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밀먹물버섯 Coprinus plicatilis. 영어속명은 이 버섯이 마치 일본 우산 같다하여 Japanese Umbrella Inky라고 한다.)
자연농업에서는 이미 토착미생물을 크게 활용하고 있다. 만일 식용버섯이나 약용버섯과 함께 채소를 농사지을 수 있다면 작황도 더욱 개선될 뿐만 아니라 식용버섯이나 약용버섯을 함께 수확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뜻에서 정원사나 농부들을 생물교향악단의 지휘자라 할 수 있다. 토착미생물에 부생균과 공생균은 물론 내생균(endophytic)마저 농업무대에 등장시키면 토양의 활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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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추를 심은 밭에 많이 돋아난 좀밀먹물버섯)
이 글을 쓰는 사람의 경험담부터 이야기해 보자. 2008년 2월초 집 옆에 서 있는 노후한 쥐엄나무(Locust)를 베어내게 되었을 때 퇴비를 만들 요량으로 그루터기를 갈아달라고 하였다. 3월 초 이 사람의 큰 실수로 그만 그 나무 부스러기들을 한 손수레씩 텃밭에 섞어 갈아 두었다. 그런 다음 5월 초에 고추모를 심었더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금년 고추농사는 완전히 망치게 되었다. 아직 퇴비가 되지 못한 생나무 부스러기가 뜨느라고 열을 낸 탓에 고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이라고 추정하며, 아직 고추가 살아있기에 혹시 가물어서 그런가 싶어 열심히 물을 주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6월 하순부터 8월 두 달 동안 고추를 심었던 밭에 좀밀먹물버섯(Coprinus plicatilis)이 밭 하나 가득 수도 셀 수 없이 많이 돋는 것이 아닌가! 버섯이 두 달 동안 돋았으니 나무부스러기들을 모두 분해하여 질 좋은 토양을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8월 하순에 그 밭에다가 아무런 거름도 주지 않은 채 김장 배추와 총각무 씨를 심었더니 발아 상태만 좋을 뿐 아니라 맹렬한 기세로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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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 우리 집 텃밭의 배추와 총각무가 잘 자라고 있다.)
모든 농부는 이미 버섯 재배자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부생균 버섯이나 공생균 버섯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 소출도 증가하고 비료사용이 감축되며 장기간에 걸쳐 토양구조도 좋게 된다. 버섯의 균사는 토양을 푸석푸석하게 풀어주고 미세한 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수분흡수의 좋은 통로가 되게 한다. 버섯의 균사체가 방출한 이산화탄소는 토양 속에 흠뻑 흡수되어 작물을 잘 자라게 한다. 이산화탄소로부터 만든 탄소는 작물 세포조직 속으로 흡수된다. 이 닫힌회로는 버섯과 작물 모두를 강화한다. 작물과 버섯 사이에 당분이 유동함에 따라 과학자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생화학적 교환이 일어난다. 우리는 인습적 농사짓기 방식에서 볼 수 있는 화학비료 남용으로 망가진 토양을 버섯을 이용하여 되돌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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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청버섯아재비는 그 버섯 크기도 크고 맛도 좋다고 한다.)
버섯과 채소 궁합 맞추기: 채소는 부생균 버섯이나 공생균 버섯의 활동으로부터 여러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동유럽 헝가리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독청버섯아재비의 종균으로 접종된 짚을 옥수수 그루터기와 섞어서 몇 년에 한 번 씩 옥수수 밭에 넣어 갈아엎는다고 한다. 버섯의 균사체가 증식하면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옥수수 사이사이에 독청버섯아재비가 무수히 돋아난다. 결국 질 좋은 옥수수만 수확할 뿐 아니라 맛좋은 식용버섯까지 함께 수확하게 된다. 이렇게 옥수수와 독청버섯아재비는 그 궁합이 잘 맞아 찰떡궁합이라는 것이 Stamets의 실험에서도 입증되었다고 한다.
1999년 봄 유럽 오스트리아의 한 대학교에서 온 크리스치안(Christiane Pischl)이라는 여성은 Stamets의 농장에 기거하면서 석사학위 논문을 위하여 어느 버섯이 어떤 채소와 그 궁합이 잘 맞는지 조사 연구하였다. 그 지방에서 흙을 구입하여 분석해 보니 영양분이 그리 높지 않은 척박한 흙이어서 이 흙을 가지고 실험에 돌입하였다. 여러 종류의 부생균 버섯 균사와 채소 사이에 어느 짝짓기가 가장 버섯과 채소에 모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먼저 버섯을 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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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버섯은 맛도 좋고 항암성을 가지고 있어서 식용 약용 겸용버섯이다.)
볏짚버섯spp.(Agrocybe aegerita), 신령버섯(Agaricus brasiliensis), 알몬드 아가리쿠스(Agaricus subrufescens), 잎새버섯(Grifola frondosa), 느티만가닥버섯(Hypsizygus ulmarius, 영어속명 Elm Oyster), 민자주방망이버섯(Lepista nuda), 새송이(Pleurotus eryngii), 느타리버섯(Pleurotus ostreatus), 독청버섯아재비(Stropharia rugoso-annulata) 등 9종류의 버섯을 선정하여, 각각 종류별로 톱밥 버섯 종균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가로 60cm 세로 120cm(2x4ft.) 크기의 묘판 36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꼬마 양배추(Brussels Sprouts), 브로콜리, 고추, 콩 등 4종류에 채소를 그 묘판에 심었다. 어떤 채소들은 오직 한 종류의 버섯균사를 가진 묘판에 함께 심었다. 36개의 묘판 가운데 27개의 묘판에 처리되지 않은 알더(alder, 오리나무속의 일종)나무 톱밥을 한 켜 깔고 그 위에 버섯 종균을 약 2파운드씩 뿌려주었다. 그리고 다시 그 위에 톱밥을 또 한 켜 깔고 추가 종균을 뿌린 다음 다시 톱밥을 덮고 그 위에 느슨하게 짚을 덮어 두었다. 그리고 축축하게 물을 뿌리고 채소가 발아하자 햇빛을 보도록 짚을 살짝 반쯤 걷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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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주방망아버섯은 늦가을 초겨울 버섯으로 추운 기후를 좋아하여 눈 속에서도 돋는다.)
한 달이 되자 채소가 싹터서 자라고 있는 근처에 느티만가닥버섯이 돋기 시작하였는데 채소도 아주 건강하게 보였고 버섯과 가까이 접촉하였는데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자 다른 버섯들도 돋기 시작하고 4개월이 지난 다음에 채소와 버섯 모두 수확을 마치게 되었다. 잎새버섯과 새송이 두 종류의 버섯 균사체는 눈에 띄지 않았는데 아마도 죽은 것 같다. 말린 버섯 무게로 알몬드 아가리쿠스 26g, 볏짚버섯 류 49g, 느타리버섯 114. 5g, 느티만가닥버섯 170g을 수확하였다. 말린 버섯의 무게는 말리기 전 생 버섯 무게의 10분의 1에 해당함으로, 느티만가닥버섯은 1.7kg의 생 버섯을 수확한 셈이다. 나머지 두 종류 독청버섯아재비와 신령버섯은 채소 뿌리 주변에서 왕성하게 뻗어가고 있었다. 특히 독청버섯아재비는 종균 접종 뒤 일 년이 지나야 돋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 이상적인 찰떡궁합은 느티만가닥버섯과 꼬마 양배추, 브로콜리 두 종류 채소와 맞춘 궁합이었다. 그래서 버섯과 함께 재배하지 않은 것에 비하여 약 4-6배 가량의 더 높은 수확을 보여주었다. 그런 반면에 느타리버섯은 오히려 채소 성장과 소출에 감소 영향을 주었다. 크리스치안의 연구 결과 부생균 버섯의 균사체가 채소 발육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 밝혀졌다. 케사르(Caesar-Ton That)라는 사람과 다른 연구자들도 지난 2000년도에 버섯이 농경지 토양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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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느타리버섯은 2008년 봄 5월에 돋은 것이다.)
공생균 버섯 역시 화학비료에만 의존하는 것을 줄이기 위하여 점차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 채소 씨앗은 발아하자마자 곧바로 공생균을 찾는다. 자연 속에는 공생균이 많고 또 풍부하지만 그것을 채취하기가 어렵다. Glomus sp.와 Rhizopogen sp.(알버섯 류)가 가장 적합하다. 공생균은 채소가 양분을 빨아들이는 일을 돕고 다른 기생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대신 공생균은 채소로부터 당분이나 호르몬 등을 얻는다. 채소 씨앗에 공생균 포자를 묻혀 심으면 채소 씨와 포자가 함께 발아하게 되고 피차 양분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보호하고 양육하게 된다. 공생균 제조업자들은 그 다양한 용도에 따라 포자를 알약형태, 가루, 액체형태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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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Ganoderma lucidum. 영어속명은 중국어 그대로 음역하여 Ling Chih라고 한다. 죽은 활엽수에 돋고 그 맛이 몹시 쓰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만날 수 없었는데 이 영지는 집에서 4시간 운전 거리에 있는 델라웨어 반도 저 남쪽 끝에 있는 Ocean City 근교에서 최근 5년 만에 만난 것을 찍은 것이다.)
그리고 토착공생균(native mycorrhizae)의 사용은 이미 우리 자연농업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토착미생물 사용과 동일함으로 여기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줄 안다. 그리고 앞으로 농업에 도움이 되는 내생균류(endophytic fungi) 사용의 가능성이나 부생균, 공생균, 내생 균 모두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 또한 더욱 연구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바야흐로 우리는 농사짓기를 위한 버섯혁명(mycological revolution) 전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물려주려면 농약사용이나 화학비료 사용으로 망가진 토양을 치유 회복하기 위하여 토착미생물 이용방법과 더불어 이 버섯과 함께 농사짓기 분야의 지식을 더욱 연구 개발하고 크게 실천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
(버섯밭 mushroom patch 만들기를 위한 장소 선정의 중요성과 장소 선정 방법, 뒤뜰에 버섯밭 만들기, 버섯묘판(mushroom bed)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사진들, 버섯과 채소를 짝지어 재배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더 자세히 보기 원하는 분들은 Paul Stamets, Mycelium Running: How Mushrooms Can Help Save the World, pp. 187-200, chapt. 12, "Gardening with Gourmet and Medicinal Mushrooms"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8.11.0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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