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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풍호 근방 어느 송이마을 입구에 서 있는 송이 조각물)
송이의 균사체와 자실체에서 발견되는 두 가지 휘발성 물질이 민달팽이를 쫓는 화학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송이 맛의 화학성분과 그 비밀"이라는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즉 계피산메틸(methyl cinnamate)이라고 하는 향기 성분과 전형적인 버섯 냄새를 내는 버섯 알코올(1-octen-3-ol, mushroom alcohol)이라는 두 가지 성분은 민달팽이뿐만 아니라 곤충 가운데 톡토기류(Collembola)의 일종인 Proisotoma minuta 를 쫓아버린다는 일본사람들의 연구 보고가 있다(Sawahata, T., Shimano S., and Suzuki, M., Tricholoma matsutake 1-Octen-3-ol and methyl cinamate repel mycophagous Proisotoma minuta[Collembola: Insecta], Mycorrhiza, February 2008, 18(2): 111-114.)
우리가 흔히 버섯이라고 부르는 자실체가 균사체보다 더 영양가가 높기 때문에 모기나 파리 또는 초파리와 같은 쌍시류 곤충의 애벌레(dipteran larvae), 습기가 있는 곳이면 물뭍을 가리지 않고 서식하면서 썩은 식물성 물질은 물론 때로 작물이나 버섯을 먹고 사는 톡토기류(collembolans), 그리고 진드기(acarine)와 날개응애류(oribatid mites)를 포함하여 여러 종류의 절지동물류(arthropods) 등이 버섯을 먹어치운다. 그 가운데 톡토기류가 버섯에서 발견되는 곤충들 가운데 가장 많이 볼 수 있어서 때로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발견된다. 이 벌레들은 자실층(hymenial)을 공격하여 흔히 자실체의 50% 이상을 먹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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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두 송이. 이 귀한 송이 사진은 고맙게도 김성갑 님이 찍은 것을 빌려 주셨다.)
뿐만 아니라 이 벌레들은 어떤 버섯의 히알린(hyaline 투명한 각질?)과 얇은 벽을 가진 담자포자(basidiospores)까지 분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벌레는 담자포자를 가진 버섯이 그 포자를 생산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저 유명한 송이 자실체 주변에는 같은 숲속에서 발견되는 다른 버섯과 달리 이 벌레의 수가 훨씬 적게 발견된다. 버섯 자실체에서 채집한 이 벌레의 내장 내용물을 검사해 보면 이 벌레가 먹는 버섯의 부분은 주름표면임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예비 검사로 송이조각을 톡토기의 일종인 Folsomia candida 와 Proisotoma minuta에게 먹여 보았다. 그 결과 송이는 톡토기류에 아무런 독성작용이 없었으나 단지 다른 먹이가 있을 경우 송이를 피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송이에는 충기피성분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톡토기류는 버섯의 향기를 이용하여 먹잇감을 알아낸다. 그래서 버섯 알코올 1-octen-3-ol과 1-hepten 휘발성분이 이 벌레가 어떤 버섯이 입에 맞는 바람직한 버섯인지 가려내는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즉 버섯알코올 냄새가 나면 '아하. 이 버섯은 바람직한 놈이 아니구나' 하고 알아낸다는 것이다. 송이의 두 주요 향과 맛 성분은 이미 말한 것처럼 버섯 알코올과 계피산메틸이라는 두 휘발성 성분이다. 특별히 계피산메틸은 송이의 독특한 냄새를 내는 향기로운 물질이다. 그렇다면 계피산메틸은 톡토기류의 벌레들이 버섯 자실체 먹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버섯알코올의 고도 농축물질은 버섯을 먹고 사는 많은 종류의 동물들(fungivores)를 쫓아버릴 수 있을 것이다. 신선한 송이는 2에서 186ppm의 농축 버섯알코올을 포함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고도의 버섯알코올 농축물질이 톡토기류를 쫓아버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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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연구자들은 송이의 주요 휘발성물질인 버섯 알코올과 계피산메틸을 버섯을 섭식하는 톡토기류에게 먹여보는 실험을 통하여 여러 다른 농축농도에 따른 그 효과를 검토해 보았던 것이다. 그 연구의 목표는 왜 이 벌레가 송이를 덜 공격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보려는 것이다. 먼저 톡토기류 가운데 Proisotoma minuta 를 숲속 토양에서 채취하였는데, 이 종류를 택한 것은 여러 종류의 공생 균근 버섯(ectomycorrhizal fungi)을 먹기 때문이고 또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벌레를 섭씨 20도의 원통형 실험용기(지름 11cm, 높이 7cm) 안에 넣어 둔 건성 이스트(Dry yeast)위에서 배양하였다. 그리고 그 용기 밑바닥을 1.0-1.5cm 두께의 석고-숯으로 만든 마개로 막았다. 알에서 부화한지 한 달되는 톡토기 70마리를 여섯 개의 실험 용기에 나누어 사용하려는 것이다.
송이의 주요 휘발성 물질이 버섯알코올과 계피산메틸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이러한 천연 휘발성 물질 대신 실험실용 변형 휘발성물질을 사용하였다. 버섯알코올을 증류수에 희석하여 각각 0.001, 0.01, 0.1, 1, 10, 100, 1000 ppm의 용액을 만들었다. 계피산메틸도 비슷하게 희석하였으나 dichloromethane과 함께 희석하였다. 버섯알코올로 흠뻑 적신 여과지를 실험용기 바닥에 1cm 거리를 두고 삼각형 모양으로 놓았다. 그리고 계피산메틸로 적신 여과지는 솔벤트가 증발하도록 실험용기 안에 약 15분동안 두었다가 다시 증류수로 적셨다. 그런 다음 실험 용기 안에 있는 각각의 여과지 위에 지름 1cm크기의 3% 감자포도당 아가르 플러그 (PDA plug)를 먹이로 두었다. 70마리의 톡토기를 실험용기 안에 넣어 섭씨20도 온도 가운데 90분간 둔 다음 각 PDA 플러그 위에 있는 곤충 개체의 수를 세밀히 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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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산메틸은 송이 자실체의 주요 휘발성물질로 송이가 성숙해 감에 따라 22에서 154ppm 까지 증가한다. 고도의 이 휘발성물질(150ppm-360ppm, 대략 중간치 236ppm)이 송이 주름과 포자 안에 집약되어 있고, 바로 이 집약되어 있는 고도의 계피산메틸이 톡토기들의 주름 표면 공격을 막고 또 그것을 먹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그래서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1ppm의 계피산메틸이나 10-100ppm 버섯 알코올에 노출된 톡토기의 공격성을 현저하게 막을 수 있었다. 송이의 또 다른 주요 휘발성 물질인 버섯 알코올은 2-186ppm의 농축도를 가지고 있다. 이 버섯알코올의 농축도를 0.001에서 1000ppm 까지 증가시키면 곤충의 공격성이 계속 감소하고, 농축도 100과 1000ppm에서 버섯알코올은 톡도기(P. minuta)의 공격성을 현저하게 감소시켰다. 계피산메틸에 노출되었을 경우 그 공격성이 다음 세 국면으로 나타났다. 즉 1) 0.001-0.1ppm 농축액에서는 별다른 기피 효과가 없고, 2) 1-100ppm에서는 상당한 기피 효과가 있었으며, 3) 1.000ppm 농축액에 대해서는 강력한 기피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결과가 시사해주는 것은 어떤 종류의 톡토기류는 그 농축도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왜 어떤 종류의 톡토기가 송이 자실체에 대한 공격을 피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결국 버섯알코올과 계피산메틸이 톡토기류의 공격을 막아주는 방어체제인 것이다. 2001년 우드(Wiilam F. Wood) 등이 버섯알코올이 28ppm 농축도에서 바나나 민달팽이가 버섯 먹는 것을 막아준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또 다른 분들도 버섯알코올과 3-octanone성분이 버섯재배에 피해를 주는 버섯파리의 일종인 임신한 포리드(Megaselia halterata)의 암컷을 쫓는다는 것을 보고하기도 하였다(Pfeil and Mumma, 1993). 그러므로 어떤 버섯 종류는 높은 농도의 버섯알코올을 만들어 버섯을 섭식하는 곤충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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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한 송이가 살며시 그 얼굴을 내밀고 있다.)
버섯알코올 냄새가 곤충인 나무좀(Bark beetle)을 쫓는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J. A. Byers, Q. H. Zhang, and G. Birersson, "Avoidance of nonhost plants by a bark beetle[Pityogenes bidentatus] in a forest of odors, Naturwissenschaften, 2004, 91:215-219). 나무좀 brak beetle은 북부유럽 숲 속의 혼합림 가운데서 서식하기 좋은 기주식물을 찾는다. 그 가운데 Scots Pine(Pinus sylvestris)를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서식지에 여러 다른 비기주 식물들 이를테면 마가목(mountain ash), 오리나무(alder), 갈매나무의 일종(buckthorn), 블루베리(blueberry), 나무딸기(raspberry)와 풀 등에서 나는 냄새 가운데 어떤 냄새가 이 곤충으로 하여금 어떤 식물을 기피하게 만드는지 그 냄새를 조사하였다고 한다. 이 식물들 잎이나 겉껍질에서 나는 냄새가 이들 곤충의 유인 물질 페로몬(pheromone)에 대한 매혹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이 냄새들 가운데 버섯알코올이 포함되어있다. 실험실에서 비기주인 노르웨이 전나무를 사용하여 조사해 보았더니 번식률이 최저였고 다른 비기주에서도 번식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버섯 알코올 냄새가 나무좀(bark beetle) 곤충을 쫓는다는 것과 번식률을 낮춘다는 것을 조사해 낸 것이다.
위키페디아(Wikipedia)백과사전에 따르면 버섯 알코올 1-octen-3-ol은 휘발성 향기성분으로 옥테놀(octenol)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하는데 이 화학물질은 모기와 같은 곤충울 유인하는 물질이다. 사람의 숨과 땀 안의 해충을 쫓는 DEET는 해충의 옥테놀 후각기관을 차단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버섯알코올 또는 옥테놀을 이산화탄소(탄산가스)와 섞어서 곤충을 유인한 다음 전자 장치에 의하여 곤충을 죽이는 데 사용된다. 버섯알코올은 1-octen에서 유도한 제 이차 알코올이라고 한다. 여러 종류의 식물과 식용버섯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버섯에서 만들어 낸다. 그 냄새가 좋아서 향수나 식품첨가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옥스퍼드 화학회사(Oxford Chemicals ,LTD에서 버섯알코올을 제조 판매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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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타리 외에도 양송이에도 버섯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송이에서 만들어지는 계피산메틸이나 버섯알코올이 어떤 종류의 곤충이나 벌레를 쫓아냄으로써 충기피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지만, 송이에서 그 휘발성물질을 만들어내는 일에는 커다란 한계가 있다. 송이는 식용하기에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여러 회사에서 그 두 물질을 합성하여 판매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도움 되는 사실은 구하기 힘든 송이 이외의 버섯들 가운데 비교적 구하기 쉬운 양송이와 느타리버섯에도 버섯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다는 점과 여러 다른 식물들에서도 같은 휘발성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종류의 바실(Basil)과 생강과에 속하는 알피니아 갈라가(Alpinia galaga, Siamese ginger) 근경정유에 약 40% 들어 있고 딸기와 다른 버섯 속에도 들어있다. 특별히 바질(Ocimum basilicum. Sweet Basil, French Basil, Common Basil, Roman Basil 등 여러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의 여러 성분 가운데 계피산메틸이 주요 성분가운데 하나이다. 그 잎에는 모기와 벌레를 쫓는 성분이 있고, 바질에서 짠 기름(Basil oil)에도 계피산메틸이 들어 있는데 역시 살충성분과 곤충퇴치 성분 때문에 집파리나 모기를 쫓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도, 불가리아, 시실리, 하이티, 과테말라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증류 추출해 낸다는 것이다. 합성적으로는 1885년 계피산, 염화수소, 메탄올로부터 제조되고 있다. 그 제조 방법은 메탄올로부터 농축산 또는 염화수소 존재 하에서 에스테르화하여 증류법으로 정제하여 주로 착향 식품첨가물로 이용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유칼립투스(Eucalyptus)나무에서 계피산메틸을 발견하여 이 나무로부터 천연 계피산메틸을 생산 판매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무가 New South Wales 먼 곳에 많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쉽게 구하기 어려워 이 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데, 아직 계피산메틸 생산량이 적어 앞으로 더 연구 발전시켜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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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바질 Basil의 모습. 이 Basil에도 계피산메틸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향(香)을 이용한 천연농약이 주류를 이룰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하는 예상과 함께, 향을 이용한 천연 농약은 살충이 아닌 기피제의 방법으로 그 안전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자닮"의 향을 이용한 충기피제들 가운데 "천연농약에 계피 추출액을 혼합하여 노린재를 막는다"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계피산메틸이 충기피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일치되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금년 여름에는 계피를 삶아 우려낸 것을 손바닥만한 텃밭의 민달팽이를 쫓기 위해 시험 살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주 순진한 생각이지만 계피를 구하기 어려우면 시중에서 아주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계피사탕 두어 봉지를 사다가 끓는 물에 녹여서 시험해보자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자닮"에서도 계피를 적극 활용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지 않는가!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바질(basil)을 좀 사다가 자닮이 권하는 즙액 짜내는 방법에 따라 바질액을 만들어 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데 슈퍼마켓에서 파는 바질은 그 값이 비싼 편이다. 차라리 바질 씨앗을 한 봉지 사다가 밭에 심어서 그 잎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그 비용이 저렴하고, 혹시 다른 채소와 함께 심으면 혹시 민달팽이를 쫓을 수 있지 않을까 실험해 볼 일이다. 다음에는 기생균버섯을 이용한 천연살충제의 가능성을 살펴보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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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조각품 너머로 청풍호가 보인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2.1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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