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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충하초 모음)
기생균 버섯을 이용한 생물 방제제에 대한 글을 준비하면서, 이 일은 자연에 숨어 있는 비밀들을 하나씩 탐색해 나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즉 대자연에 이미 있는 기존진리에 대한 탐색이다. 오랜 세월 지구를 지탱해 왔고 그 가운데 온갖 생물들이 상극상생하면서 살아오던 비밀들.....허지만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무한한 생산에 대한 꿈과 함께 그 과욕이 불러 온 자연의 조화와 균형이 깨지고 이변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인간 생명마저 위협받게 된 지경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옛 자연의 순리가 지켜 온 비밀들을 다시 찾아내려 나서는 것.....즉 곰팡이균과 기생균 버섯의 포자를 이용한 해충 방제의 길을 더듬는다는 것이 왠지 쑥스러웠다. 왜야하면 이것은 과학의 진보가 아니라 오히려 과학의 진보가 가져온 파멸에 직면하여 다시 저 옛날 태곳적 자연이 스스로 지탱해 온 지속성의 비밀을 다시 찾아가는 어쩌면 새삼스러운 복고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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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사이에 돋아난 큰번데기동충하초 자실체 두 개가 보인다.)
현재 지구상에 있는 곤충의 수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많아서 대략 4백만에서 6백만 종을 헤아리고, 균류(fungi)는 백만에서 2백만 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곤충의 수 가운데 약 5%가 경제 해충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다 잘 아는 사실이지만 이러한 생물 다양성이 큰 위험에 빠져 있어서 2050년까지 약 15%-37%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마구잡이로 삼림을 베어내고 화석연료로 말미암아 지구 온난화를 가져왔고, 화학 살충제, 제초제, 중금속, 핵폐기물 등 생태계에 독극물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화학 살충제는 대상 곤충 이외의 모든 곤충을 죽이고 물을 오염시켜 인간의 건강마저 해치게 되었다. 따라서 독성이 없는 대체 살충제 개발이 시급하여 특별히 환경에 해롭지 않은 균류에 대한 관심과 연구개발이 시작되어, 균류와 곤충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 일이다. 실제로 모든 곤충이 균류와 관여되어 있고, 그것을 섭식하거나 균류로 말미암아 죽기도 하여, 모든 균류가 곤충에 친화적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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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번데기동충하초 Cordyceps militaris 자실체 두 개)
천적의 도입을 통하여 유해 생물의 밀도를 비화학적 수단으로 방제하는 일을 일컬어 생물방제(biocontrol)라고 한다, 그 가운데 기생균 버섯을 이용하여 기생자 감염이 대상 곤충의 생장과 번식을 저해하는 방제수단이 그 한 예이다. 이러한 생물방제(biological control=biocontrol)는 비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인축이나 다른 생물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생태계 안에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이렇게 생물학적 방제 방법은 유해한 생물을 억제하기 위하여 다른 생물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해로운 생물을 겨냥하여 그 신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 한 생물체를 인공적으로 이용하여 유해한 생물에 대한 천적을 만들어 내는 것, 이를테면 식물 병에 대한 효율적인 생물학적 방제는 신속하게 병을 일으키는 생물체를 죽이면서도 실제로 그 식물에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러한 생물학적 생명체는 그것이 겨냥한 것을 제거한 뒤에 그 자체도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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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동충하초 Cordyceps sphecocephala (KI.) Sacc.)
1834년 이탈리아의 과학자 바씨( Agustino Bassi)라는 사람은 인공적으로 흰 곰팡이의 일종인 백강균을 누에에 감염시킴으로써 곤충 기생균이 누에의 개체군을 죽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뒤 곤충 기생균을 이용하여 농업 해충을 방제할 길이 없을까 생각하여 이 분야에 대한 연구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래서 죽은 곤충의 몸에서 볼 수 있는 더 많은 곤충 기생균이 발견됨에 따라 곰팡이균을 사용한 천연살충제가 출현하였다. 1990년 이래 이 곰팡이 균을 이용하여 만든 곤충 방제제가 특허를 얻게 되었다. 푸른곰팡이의 일종으로 토양 속에 널리 분포된 녹강균 Metarhizium anisopliae와 흰곰팡이 백강균 Beauveria bassiana 및 Paecilomyces 계통의 곰팡이 균이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다. 이들 곤충 병원균의 포자가 이에 접촉한 곤충의 몸에 붙어서 충체 표면을 녹이는 분해효소의 작용으로 곤충의 몸 안으로 뚫고 들어가 몸 안에서 증식한다. 곰팡이에 감염된 곤충은 병징 외에도 식욕감퇴, 행동능력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인 뒤 죽게 된다. 현재 이러한 곰팡이 균의 포자를 콜로라도 감자잎벌레(Colorado potato beetles)를 방제하는 마이코살충제(mycoinsecticides)로 사용하고 있다. 적어도 대 여섯 종류의 다른 기생균 포자가 거품벌레(spittlebugs), 매미충류(leafhoppers), 그리고 citrus rust mites 및 기타 해충을 방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한다. 뿐만 아니라 기생균은 식물의 뿌리에 일으키는 병균과 plant rusts를 일으키는 다른 병균을 억제하는 데도 사용된다. 이러한 생물방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많은 균류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곰팡이를 이용한 미생물 살충제로 현재 백강균 Beauveria bassiana를 이용한 Mycotrol 등 9종 18균주 18제품이 개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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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린재동충하초 Cordyceps nutans)
이러한 곰팡이균 이외에도 생물학적 방제에 이용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생균 버섯이다. 어느 종류의 곤충에 기생하는 버섯은 생물학적 방제의 좋은 수단이 된다. 이러한 곤충 기생균 버섯의 포자를 해충의 몸에 살포하면, 이러한 버섯 종균이 해충의 몸에 침입한 다음 곤충의 내부에서 균사를 발아시켜 성장하고, 자실체로 발생하여 성숙한 버섯은 다시 포자를 생산하는 등 세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상 뉴저지 버섯동호회 NJMANews, vol 32, No. 3, May-June, 2002, p. 4 참고, 그리고 한국 국립농업과학원의 곰팡이를 이용한 미생물살충제에 관한 자료 참고.)
"동물성 질소와 식물성 탄소를 교환하다" "균근균 버섯이 곤충을 죽여 기주식물을 먹이다" 이것은 나무와 공생관계에 있는 균근균 큰졸각버섯(Laccaria bicolor)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의 제목들이다. 이 큰졸각버섯은 암모니아균의 하나로 소변 본 자리나 동물의 사체가 썩는 장소에 돋는 버섯이다. 이렇게 큰졸각버섯은 일반 균근균 버섯과 달리 아주 흥미로운 버섯이다. 이 버섯은 톡토기류(springtails) 벌레에 침입하여 그것들을 죽이기 때문에 곤충 편에서 보면 결코 자애롭지 않다. 학자들이 여러 종류의 버섯에 대한 톡토기류의 섭식 행태를 조사 연구해 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즉 톡토기류에게 큰졸각버섯을 먹여 보았더니 톡토기류 가운데 5%만 살아남고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큰졸각버섯 균사체가 톡토기를 마비시킨 다음 그 곤충의 몸으로부터 질소를 빨아먹고 나머지 질소는 공생관계에 있는 기주식물에게 넘겨준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곤충이 버섯을 먹는 것이 아니라 버섯이 곤충을 먹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피자를 먹는 것이 아니라 피자가 사람을 먹는 격"이라고 한다. 그리고 2개월 뒤에 또 발견한 사실은 소나무 묘목(eastern white pine seedling)이 가진 질소 가운데 25%가 곤충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점이다. (이상 북미버섯학회 NAMA 기관지 McIlvainea, vol. 15, No. 1, 2001, pp.36f. Nature 잡지와 Science News 에 실린 버섯에 관한 연구논문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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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동충하초 Paecilomyces japonica (Yasuda). 여러 다른 종류의 동충하초 사진들을 보내주신 김성갑 님(완전초보 여원이 아빠)께 감사드립니다.
해충방제에 이용할 수 있는 기생균 가운데 으뜸가는 것은 아무래도 동충하초라고 볼 수 있다. 동충하초에 대하여 세계적인 권위자이신 강원대학교 성재모 교수에 따르면 곤충에 침입하는 곰팡이균은 약 800여종인데 그 가운데 자실체(버섯)를 형성하는 균이 약 300여종이라고 한다. 동충하초가 돋는 곤충의 종류는 다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다양하다. 그 가운데 성교수가 한국에서만 76여종의 동충하초를 채집하고 동정한 것이 이미 10년 전의 일이다. 동충하초는 약재로 사용하는 것 외에도 농작물에 폐해를 주는 해충방제를 위한 천연 미생물 제제의 개발 가능성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나아가서 자연 생태계의 곤충 개체군 밀도 조절과 관련되어 있어서 이미 프랑스에서는 동충하초로 만든 생물농약이 제조 판매될 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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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유충방망이동충하초 Cordyceps kyushuensis (Kobayasi). 나비목의 나방이 유츙에서 돋았다.)
앞서 말한 1834년 이탈리아 학자 바씨가 발견한 곰팡이가 곤충에 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생물 방제제로 곰팡이를 이용하여 밀풍뎅이, 사탕바구미 방제를 위해 불완전균류인 녹강균을 이용하였다. 1890년 경 미국에서도 불완전 균류인 백강균을 이용하여 밀의 해충인 긴노린재 방제를 위한 노력이 시도되었으나, 이러한 초기의 방제시도들은 균의 생태에 대한 기초지식 결핍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하였다. 화학농약의 해독이 커지면서 곤충 병원성균 이용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져 생물 방제제의 가능성 개발이나 누에, 꿀벌 등 상업곤충과 관련된 병원균에 대한 연구도 재개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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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에 돋은 동충하초)
아직 연구 중에 있는 동충하초 균이 가지는 장점에 대하여 성재모 교수는 여섯 가지 장점을 꼽는다. 1) 화학농약과 비교하여 안전하다는 점, 2)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이 적어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다는 점, 3) 속효성을 가진 화학농약의 잔효기간이 당해에 그치는 것에 반하여, 동충하초균은 상당기간 대상 해충에 방제효과를 가진다는 점, 4) 다른 방제 수단과 병용이 가능하다는 점, 5) 화학농약과 비교하여 대상 해충의 저항 가능성이 적다는 점, 6) 그리고 유전적 조작이 용이하다는 점 등이다.
이렇게 균을 이용한 해충방제에 성공하려면 첫째 병을 유발할 수 있는 감염원의 양이나 기주 개체군의 밀도와 같은 생물학적 요인과, 둘째 온도, 습도, 빛의 양이나 바람 등 비생물적인 환경요인이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미생물 살충제를 시판하고 있지만, 습도 여부에 따라 건조한 기후에서는 화학적 살충제를 사용하고, 습도가 높을 때에는 미생물살충제을 사용함으로써 동충하초 균을 이용한 천연 살충제만이 그 대안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 가운데서도 번데기동충하초와 같이 온대지방에서 자실체를 형성하는 맥각균목의 코디셉스속균(cordyceps)에는 코디세핀(cordycepin)이라는 곤충에 대하여 독성 효과가 있는 항생물질을 생산하여 곤충의 RNA 합성을 막는 데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자연생태계를 보존하면서도 좀 더 유용한 생물적 방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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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사이에 동충하초 자실체 세 개가 보인다.)
성교수에 따르면 실제 한국에서 동충하초균을 이용한 살충제 개발을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백강균을 이용한 실험 결과 배추흰나비와 산림해충 유충에 대한 효과가 있어서, 그 유충이 바로 죽든지 산다하여도 비정상적 성충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동충하초를 이용한 살충제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장차 생물적 해충방제가 이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자연에서 채집한 동충하초균은 분리, 배양,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이용 전망이 밝다고 한다. (이상 성재모, 한국의 동충하초, 서울: 교학사, 1996, pp. 18-19, 280-283 참고.) 그 밖에도 생물농약을 위한 곰팡이 포자 대량생산 기술 개발과 미생물 살충제 개발을 위한 백강균, 녹강균 포자 생산에 관한 연구, 특히 동충하초에 대한 연구 정보를 국가지정 화학공학연구정보센터(CHERIC 즉 Chemical Engineering Research Information Center)에서 찾아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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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번데기동충하초 자실체 세 개가 한 번데기에서 돋았다.)
2008년 말 조국 방문 때 가져 온 숙제, 즉 버섯을 이용한 천연농약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라는 숙제를 풀어보려 애쓰는 동안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었다. 또 여러 분야의 학제간 연구성과들을 다 이해하기도 어려워 무진 애를 먹었다. 비록 버섯을 이용한 천연 생물방제제가 그 대중화한 실용단계에 가자면 많은 시일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여러 분야의 여러 기관과 연구자들이 버섯을 이용한 천연농약이나 해충 방제제의 길을 열심히 찾고 있고 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만 보고 드리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이제 봄이 문턱에 와 있다. 다시 산행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고 버섯을 찾아 숲 속을 걸을 것이다. 그건 대상 없는 그리움을 안고 그 그리움에 붙잡혀 걷는 걸음일 것이다. 어쩌다가 운 좋아 버섯도감에서나 보던 실물 버섯을 생전 처음 숲속 현장에서 만났을 때, 비로소 나는 그 그리움의 대상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아채고 한없는 희열에 잠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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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사이에 큰번데기동충하초 한 개가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3.0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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