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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야생버섯의 신비(58)

 

www.jadam.kr 2009-06-02 [ 최종수 ]
Jack-O-Lantern(임시 이름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

 

(아래에 설명하고 있는 Jack-O-Lantern 버섯의 모습. 임시로 한국이름을 "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이라고 붙여보면 어떨까?)

 

버섯 가운데 밤이면 빛을 내는 야광버섯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 앞글에서 몇 번 언급한 영어 속명으로 Jack-O-Lantern(Omphalotus illudens)이라고 하는 할로윈 호박색갈을 가진 버섯은 주름 부분에서 밤에 신문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밝은 빛을 낸다고 한다. 이 버섯은 땀을 내게 하고 심한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일루딘 에스(illudin S)라는 독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독버섯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밝은 주황색이지만 서부 지역에서 돋는 것은 그 색깔이 갈황색을 띄고 있고, 털실에 보라색이나 초록 또는 청록색 물감을 들이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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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O-Lantern

 

(Jack-O-lantern.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죽은 활엽수 그루터기나 뿌리 주변에서 다량 돋는다. 색깔이 짙은 주황색이라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일본에서 돋는 것도 이 버섯처럼 야광을 내는 버섯인데 빛을 내기 때문에 우리 한국어 이름으로 화경버섯(Lampteromyces japonicus, 일본 속명 tsukiyotake)이라고 부른다. 이 버섯은 일본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 고유버섯이라는 뜻으로 학명에 일본을 뜻하는 japonicus라는 말을 넣어 사용하지만 한국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일본의 고유버섯으로 볼 수는 없다. 더구나 화경버섯에 함유된 똑같은 독성분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돋는 다른 이름의 버섯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그 학명을 일괄적으로 Omphalotus 라고 부를 것을 제안하는 학자들도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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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O-Lantern

 

(Jack-O-Lantern. 습기가 있어서 더욱 그 색깔이 선명하게 섬뜩할 정도로 아름답다.)

 

유럽에서 돋는 것은 Omphalotus olearius라고 부르는데 역시 같은 독성분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돋는 것과 비교하여 그 독성이 달라서 미국에서 이 버섯을 먹고 중독되면 길어야 12시간 안에 회복되어 비교적 그 중독 기간이 짧고 설사를 하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에서 이 버섯을 먹고 중독되면 구토와 설사가 심하고 중독 기간도 더 길다고 한다. 일본의 화경버섯은 세포 장애성 독성(cytotoxic)이 함유되어 있어서 그 독성의 항종양 성분을 조사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Illudis S 독성분으로부터 췌장암에 효과가 있는 항암제가 개발되어 이미 제 3단계 임상 실험 중에 있다. (이미 앞서 "자닮"에 게재한 "화경버섯에서 암치료약이?"--야생버섯의 신비[37]을 참고하시기 바람). 이렇게 비슷한 종류의 버섯이라도 돋는 지역과 대륙이 다르면 그 모양새와 독성의 성분도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아마도 이른바 생물학에서 말하는 "격리설"(Isolation Theory) 때문인 것 같다. 같은 종류의 생물이라도 바다나 높은 산 때문에 오랜 세월 떨어져 있으면 각각 다른 변이가 생겨 나중에는 다른 종으로 진화하여 모양도 달라지고 독성 함유량도 차이가 생김으로써 오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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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버섯 Agaricus campestri

 

(Agaricus campestris 주름버섯은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풀밭 위에 많이 돋는다. 시중에서 파는 양송이버섯처럼 맛과 향기가 좋은 식용버섯이다. 주름살의 색깔이 초콜릿색처럼 진하고 대[줄기]에 턱받이가 있다.)

 

David Arora라고 하는 분은 그가 지은 950여 쪽이나 되는 버섯 책(Mushrooms Demystified)에서 이러한 야광 버섯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를 전하고 있다. 어느 선원이 배가 파선하는 바람에 무인도에 상륙하여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다행하게도 밤에 위에서 말한 야광버섯의 불빛에 의지하여 아가리쿠스 버섯의 대(줄기)를 붓대 삼아 먹물버섯의 먹물로 마지막 구조요청의 편지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선원은 그가 발견한 버섯들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먹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만 굶어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자연을 마구 착취하고 훼손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연이 주는 혜택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자연이 주는 선물들은 우리 인간들이 지혜롭게 잘 사용만 하면 사람의 목숨을 살려내는 훌륭한 일을 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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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버섯 세송이

 

(먹물버섯 Coprinus comatus 영어속명은 이 버섯 갓 위에 마치 옛날 영국인들의 남자 가발처럼 생겼다 하여 Shaggy Mane이라고 한다. 아주 맛 좋은 식용버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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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버섯이 액화하고 있다.

 

(먹물버섯이 점점 먹물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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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버섯이 액화하여 먹물처럼 보인다.

 

(먹물버섯이 거의 완전히 액화하여 많은 먹물을 보여주고 있다. 옛날에는 실제로 먹물버섯으로부터 검은 잉크를 만들어 썼다고 한다.)

 

다음 이야기는 11세기 일본에서 전해 내려오는 버섯에 관한 전설 같은 옛날이야기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옛날 옛날에 나무꾼 몇 사람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고 있던 터에 산에서 내려오는 몇 사람을 보게 되었을 때 사정이 더욱 난감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네다섯 사람이나 되는 여승들이 춤을 덩실 덩실 추고 노래하며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무꾼들은 저렇게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여승들은 틀림없이 사람이 아니라 귀신들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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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황색미치광이버섯

 

(갈황색미치광이버섯. Gymnopilus spectabilis의 유균 모습. 영어속명은 이 버섯이 웃게 만드는 독성을 가졌다하여 Big Laughing Gym 또는 Big Laughing Mushroom이라고 한다.)

 

여승들이 나무꾼들을 보자 그들에게로 곧장 달려왔다. 이를 본 나무꾼들은 혼비백산 놀라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아니 이 깊은 산속에서 어떻게 여승들이 춤을 추며 노래하며 내려 올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나무꾼들의 모습을 본 여승들이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춤을 추면서 노래하는 것을 보고 당신들이 놀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허지만 우린 이 근처 절에서 사는 여승들일 뿐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에게 드릴 요량으로 꽃을 꺾으러 나왔답니다. 그런데 일단 산속으로 들어가자 그만 길을 잃고 말았지요. 길을 찾아 한 참 헤매고 있을 때 우리는 버섯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우리는 몹시 배가 고프던 터라 이 버섯을 먹고 중독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배고파 죽는 것보다 이 버섯들을 먹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고 그 버섯을 먹기로 하였답니다. 그 버섯이 어찌나 맛이 좋던지 구워 먹었지요. 그런데 그 버섯을 먹고 나자 이렇게 춤을 추지 않고는 견디기 어렵게 되었답니다. 우리 자신들도 ‘그것 참 희한하다!‘ 여기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무꾼들은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고, 역시 배가 몹시 고프던 터라 “굶주리는 것보다 버섯을 먹는 것이 낫겠지” 여기고 여승들이 따 온 버섯을 얻어먹게 되었다. 버섯을 먹고 나자 나무꾼들도 춤추고 싶은 충동에 빠져 여승들과 함께 더덩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얼마간 지나자 해독되어 춤추기를 멈추고 각자 길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뒤부터 이 버섯을 “춤추게 하는 버섯”(일본 속명으로 마이다께 maitake 마이는 춤, 다께는 버섯이라는 뜻)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출처: Denis R. Benjamin, Mushrooms: Poison and Panaceas, New York: W. H. Freeman and Co., 1995. pp.3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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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황색미치광이버섯

 

(갈황색미치광이버섯. 갓이 피어나서 오른 쪽 한송이의 주름부분과 대에 있는 턱받이를 볼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이 버섯은 무슨 버섯일까 이 글을 쓰는 사람도 가을이면 종종 만나는 “갈황색미치광이버섯”(Gymnopilus spectabilis 영어 속명으로 Big Laughing Gym 또는 Big Laughing Mushroom)이라고 하는 배슬배슬 웃게 만드는 독버섯이다. 영어 속명대로 웃기는 버섯이다. 전제 자실체의 색깔이 갈황색 또는 오렌지 갈색인데 대(줄기)에 턱받이(ring)가 있고 줄기 밑으로 내려 갈수록 곤봉처럼 둥글게 부풀러 오르는 것이 특징이다. 마침 뽕나무버섯이 돋는 시기에 비슷한 환경에서 돋는데다가 색깔이나 생김새가 뽕나무버섯과 혼동하기 쉬운데 뽕나무버섯은 포자색이 흰색이지만,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은 적갈색이다. 우스개 소리 한 마디 하면 요새처럼 짜증나고 생활이 어려운 때 이렇게 웃게 만드는 버섯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좀 더 많이 웃고 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허지만 이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은 이름 그대로 미친 사람처럼 웃게 만드는 독버섯이기 때문에 조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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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갈황색미치광이버섯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이 소복이 피어나 있다. 노란 색을 가진 뽕나무버섯과 혼동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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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뽕나무버섯

 

(노란색을 가진 뽕나무버섯. )

 

또 다른 이야기는 2007년 말 태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태국 서부 지역 어느 산골 마을 근처에 있는 숲 위로 공군용 헬리콥터 한 대가 날아와 빙빙 몇 바퀴 선회하더니 숲 속의 나무 베어낸 곳에 착륙하였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여 달려가 보니 헬리콥터는 무사히 숲 한가운데 내려 앉아 있는데 공군 조종사가 보이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더욱 궁금하였다. 그래서 수상한 헬리콥터 한 대가 나타났다고 우선 경찰당국에 신고하였다. 한 참이 지나자 숲 속에서 조종사가 나타났다. 그런데 손에 무엇을 한 자루 들고 있다. 사람들이 달려가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자루에 든 것을 보여주면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버섯이라는 것이다. 조종사는 어머니에게 주려고 숲 속에 들어가 버섯을 채취해 온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공군 당국은 무단 직무이탈 혐의로 그 조종사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비록 그 조종사는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는 효심 깊은 마음만큼은 가히 칭찬할만하다. 더구나 버섯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 아들이 직무 이탈하여 공군 헬리콥터를 타고 정글 숲속을 뒤질 정도이니 놀랍지 아니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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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황색미치광이버섯

 

(갈황색미치광이버섯)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6.0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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