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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깜부기는 옥수수나무에 기생하는 식용 담자균으로 옥수수자루를 타고 혹처럼 뭉치어 덩이진 버섯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옥수수 깜부기의 일부는 버섯이고 일부는 옥수수나무의 조직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혹이다. 옥수수나무 어느 부분에라도 발생할 수 있으나 암수술 부분에 발생한 것이 특별히 더 커서 큰 것은 15-20cm 크기를 가진 것도 있다고 한다. 식용하기에 아주 좋은 것은 진주광택이 나는 하얀 은회색을 가진 단단한 깜부기이다. 깜부기가 성숙해 감에 따라 혹 덩이 속 내용물이 검게 되고 마침내 흑갈색 포자 가루로 변한다. 이 포자 가루가 땅에 떨어져 토양 속에서 발아하여 부생(腐生)하게 되고, 다시 제 2 단계의 포자를 형성하는데, 이 포자가 옥수수나무에 붙어 기생하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옥수수깜부기이다.
식용해 온 역사: 옥수수깜부기는 미주 대륙, 특히 옥수수의 원산지인 중앙아메리카 지역은 물론 다른 옥수수 재배지역에서 식용해온 역사가 깊어 멀리 옥수수로 말미암아 꽃을 피웠던 아즈택(Aztec) 문명 시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그동안 옥수수 깜부기는 골치 아픈 옥수수 병해로 생각하여 그 생활주기를 비롯하여 방제방법에 이르기 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한편 이와 반대로 최근에는 특용작물로 재배하기 위한 연구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옥수수 깜부기의 학명: 최근 20년간의 명명법에 따르면 Ustilago zeae 이지만, 흔히 Ustilago maydis라고 알려져 있고 아직도 이 이름으로 기재되고 있다. Ustilago 류에는 약 80여종이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풀이나 곡식류에 감염되는 것들이다. 식용할 수 있는 U. zeae는 U. esculenta 로서 흔히 만주야생쌀이라고 알려진 아시아 벼에 감염된다. 벼에 감염된 U. esculenta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식용한다. 벼 줄기가 즙이 풍부하게 맛 좋은 것으로 부풀어 올랐을 때 채소로 식용한다. 이 벼 깜부기는 완화제와 이뇨제로 효험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이 벼 깜부기에 감염된 만주야생쌀이 미국 토종 풀들을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수입을 금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리이삭이나 풀에 발생하는 깜부기를 어렸을 때 따먹으며 놀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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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부기의 약용: 본래 깜부기는 말불버섯의 한 종류로 여겨 왔기 때문에 다른 말불버섯과 마찬가지로 마른 포자가루를 출혈하는 상처에 수렴제 또는 지혈제로 사용하였다. 타오르는 불에 잘 마른 깜부기 가루를 불어 넣어 확 타오르게 함으로써 마술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또 포자 가루를 물에 타서 마심으로써 아픈 목을 치료하기 위해 약용으로 사용하였다. 중국에서 깜부기에 대하여 의약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자주 볶아 먹었을 때 간장병이나 소화기 궤양을 예방 또는 치료해 주고, 쥐 실험 결과 악성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숙한 옥수수 깜부기의 까만 가루와 흑설탕을 일대일 비율로 섞어 소화기 장애나 기생충으로 말미암은 신경쇠약과 소아 영양실조 치료에 쓸 것을 권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독제나 사향류(麝香流)의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박완희). 조산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임신한 여성이 섭취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옛날 속설이 있지만 확인된바 없어서 현재는 믿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약효뿐만 아니라 신선한 옥수수 깜부기에는 16종의 아미노산이 들어 있어서 그 맛이 좋아 진미 식품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옥수수깜부기의 재배: 이렇게 옥수수 깜부기는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그 맛이 썩 좋은 관계로 진미식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현재 옥수수 깜부기를 재배하기에 이르렀다. 지면관계로 여기서는 대략적인 윤곽만 이야기 하고, 혹시 옥수수 깜부기 재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 글 끝에 적은 참고문헌을 눈여겨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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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의 적온(適溫): 옥수수 깜부기의 성공적 재배는 더운 기후에 달려 있다. 대체로 섭씨 25도에서 34도 (화씨 79도-94도) 사이에 발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수박이나 참외를 잘 재배할 수 있는 기온이면 된다고 말 할 수 있다.
토양: 좋은 옥수수 깜부기를 재배하려면 질소와 유기질이 풍부한 토양이 필요하다. 토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위하여 먼저 옥수수 깜부기의 독특한 생활주기(life cycle)를 이해하여야 한다. 옥수수 깜부기는 토양속의 부생단계(saprobic phase)와 옥수수나무에 붙는 기생단계(parasitic phase) 등 두 단계의 생활주기를 가지고 있다. 부연하면 옥수수 깜부기가 성숙하여 새까만 가루로 된 포자를 방출하면 바람에 날려 땅에 떨어지고 토양 속에서 발아하여 흙에 섞여있는 죽은 유기물질 위에 붙어 성장한 다음 옥수수나무를 감염시켜 기생하게 될 포자를 만든다. 이 포자가 옥수수나무에 붙어 다시 발아 성장하여 자실체인 옥수수깜부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부생단계의 포자는 실험실에서 만들어낼 수 있으나, 기생단계에서는 옥수수 깜부기나 그 포자를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살아있는 옥수수나무가 필요하다. 어쨌든 이 두 단계를 거치는 생활주기는 원하는 양질의 옥수수 감부기를 생산하기 위하여 왜 좋은 토양이 필요한 지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부생단계를 위한 이상적 토양은 표토에 고도의 질소와 유기질이 풍부한 토양이다. 이러한 이상적 토양을 유지하려면 표토에 말이나 소 혹은 양의 똥거름을 듬뿍 뿌려주면 좋다. 옥수수 깜부기를 재배하기 위한 좋은 옥수수를 키우려면 역시 토양조건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다. 퇴비나 동물의 똥거름을 한 뼘 정도 뿌리고 약 30cm 정도의 깊이로 갈아엎으면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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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안의 멕시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 히스패닉 식품점이 있는데 옥수수깜부기 통조림을 살 수 있다. 집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거리 [약 120km] 떨어진 메릴랜드 주 로렐[Laurel]이라는 곳을 찾아가서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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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인 식품점 안에 진열된 옥수수 깜부기 통조림.)
옥수수 종류: 어느 종류의 옥수수라도 깜부기를 발생시킬 수 있으나 좋은 깜부기를 생산하려면 단옥수수(sweet corn)가 좋다. 물론 단옥수수에도 크게 세 종류가 있어서 각각 유전자에 따라 당도가 다 다르다. 첫째로 방금 옥수수나무에서 옥수수를 땄을 때 당도가 가장 높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당분이 전분으로 변하는 단옥수수(su 또는 “sugary gene"이라고 부른다), 둘째로 당도가 오래 지속되는 종류인데 당분이 전분으로 변한 뒤에도 당도가 지속되는 단옥수수(se 또는 ”sugary enhancer"라고 부른다), 그리고 셋째로 SH2 또는 "supersweet"이라고 부르는 최고로 단옥수수인데 최근에 개발된 품종이라고 한다. 물론 좋은 옥수수깜부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SH2 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옥수수의 수정방법(유걸 기자님의 글, "옥수수: 우리 산야초 배우기" 참고)이 특이하여 여러 종류의 옥수수를 가까이 섞어 심으면 한 자루의 옥수수라도 옥수수 알마다 그 당도가 다 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단옥수수 한 종류만 단독으로 고립시켜 심어야 하며, 다른 종류를 심더라도 최소 500m(350ft) 떨어진 곳에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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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깜부기는 스페인어로 cuitlacoche라고 하였고 영어로 Corn Mushroom이라 하였다.)
접종원(接種原 inoculum) 준비와 포자 접종: 가장 손쉽게 옥수수감부기를 재배하는 방법은 깜부기에 감염된 옥수수를 밭에다 여기저기 뿌리는 방법이다. 미국의 경우 농산물 시장(farmers' market)에서 옥수수를 파는 농부에게 물어 보면 깜부기가 붙어 있는 옥수수를 살 수 있다고 한다. 특별히 찾는 손님을 위하여 뒤쪽 상자에 담아두고 판매한다는 것이다. 옥수수에 붙어 있는 깜부기를 조심스럽게 떼어내어 말려서 비닐봉지에 넣어 얼려 두었다가 나중에 사용할 수도 있다. 검은 포자 가루를 물에 씻어내어 포자 현탁액(懸濁液 spore slurry)을 만든다. 또는 옥수수에서 떼어 낸 깜부기를 믹서에 물을 조금 넣고 몇 번 갈아서 포자 현탁액을 만들어 밭에 뿌리면 된다. 밭에서 발아하여 성숙한 부생균이 기생균 포자를 발생시켜 살아 있는 옥수수나무 조직 속에 침투하여 기생하게 된다. 옥수수가 수정되기 전 옥수수수염이 가장 감염되기 쉽기 때문에, 수염이 나오기 시작하면 플라스틱으로 감싸서 수정되는 것을 막고 수염을 잘라내면 기생균 포자가 침투하기 쉽다고 한다. 좀 더 효과적인 접종방법은 옥수수수염이 나오기 시작한 뒤 4-5일째 되는 날 굵은 플라스틱 주사기에 포자 현탁액을 넣어 옥수수에 투입하는 방법이다. 옥수수 껍질을 약간 벗기고 포자액을 주입한 뒤 다시 껍질을 덮어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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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깜부기 통조림 한 통에 $8.95(한국 돈 약 만원)씩 주고 두 통을 사왔고 우선 한 통 따서 시식해 보았다.)
옥수수 깜부기는 회색을 띠운 은빛이 나면서 단단할 때 채취한다. 너무 일찍 채취하면 맛이 떨어지고, 검은 가루가 나올 정도로 노균이 된 것도 물론 좋지 않다. 옥수수알과 깜부기를 함께 칼로 저며 내어 다른 버섯 조리하는 방법처럼 기름을 두르고 볶아 먹으면 된다. 멕시코 사람들은 살사(salsa)나 숩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심지어 아이스크림도 만든다고 한다. 멕시코 시장에 가면 옥수수 깜부기 통조림도 살 수 있다. 우리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여러 가지 조리법을 개발해 내면 좋을 것이다. 한 때 옥수수의 병해로만 취급해 왔던 옥수수 깜부기가 최근에는 진미의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물론 옥수수 깜부기를 재배할 때 다른 옥수수 밭에 해를 입히지 않는 방법 또한 강구해 두어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Ken Litchfield, "The Natural History and Cultivation of Huitlacoche Corn Truffles, Ustilago zeae, the Corn Smut of Zea mays," Fungi, Vol. 2, No. 2, 2009, pp. 11, 37-40. 이 글 끝에 참고문헌 목록을 더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Else C. Vellinga, "Psst...Let's talk smut today," The Mycophile, Vol 46:4, July/August, 2005, pp. 1, 10, 15.
Culinary Corner, The Mycophile, Vo.46:5, September/October, 2005, p. 19.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07.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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