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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야흐로 장마가 끝나면 온갖 버섯이 여기 저기 많이 돋는다. 그와 더불어 야생버섯 중독사건 또한 빈번해 진다. 며칠 동안 배알이 하다가 회복되는 버섯 중독사건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치명적인 광대버섯에 중독되어 목숨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배알이 정도의 버섯중독 증상은 버섯을 섭취한 뒤 한 두 시간 이내에 나타나 그 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광대버섯의 중독 증상은 섭취한 뒤 6시간에서 8시간 뒤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독이 몸에 퍼져 간이나 콩팥을 손상시킨 다음에 일이라 큰 일 가운데 큰 일이다. 어느 누가 야생버섯을 섭취한 뒤 곧바로 구토나 설사 등 중독 증상이 나타났다면 특별히 노약자가 아닌 한 생명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죽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 그러나 치명적인 독버섯을 먹고도 아무 증상이 없다고 결코 안심할 일은 아니다. 만일 저녁 먹을 때 버섯을 먹었다면 그 다음 날 아침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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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의 중독 증상에 대한 것은 문헌도 많고 알려진 것도 많은 편이라 여기서는 잠시 주로 광대버섯류에 포함된 치명적인 독성분 아마니틴(amanitins)으로 말미암는 아마톡신 중독증상(amatoxin syndrome)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먼저 중독증상이 섭취한 뒤 보통 8-12시간 뒤(증상이 나타나는 시간 범위는 6시간-36시간)에야 나타나는데, 3단계 중독증상을 보여준다. 첫째 단계는 위장장애 단계(보통 8-48시간)로 배가 아프고 토하며 콜레라처럼 심한 설사를 동반한다. 열은 없지만 설사에는 점액과 피가 섞여 있기도 하다. 심한 설사는 심한 탈수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수분을 공급해 주지 않으면 위험하다 둘째단계는 "밀월"(honeymoon)단계(보통 48-72시간)로 이러한 첫째단계의 위장장애 증상이 하루(24시간)가 지난 다음 다소 안정된다. 이 때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 잘못 퇴원시킬 수도 있고,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면 다 나은 줄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셋째단계는 죽음의 단계(보통 72-96시간)로 위장장애 증상이 간 기능 장애로 말미암아 72시간 내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며 심힌 탈수 현상과 함께 심한 중독의 경우 간기능이 정지되면서 간 기능뿐만 아니라 대체로 일주일이면 콩팥기능도 상실하게 되어 처음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지 7일에서 10일 이내에 중독환자 가운데 10-15%의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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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치료는 불가능한 것인가 반드시 불가능하지는 않다. 조기에 얼른 병원에 입원하고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으면 간을 이식하지 않고도 회복될 수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이다. 왜 그럴까 지금부터 15년 전, 그러니까 1995년에 병리학 의사이자 버섯학자인 Denis R. Benjamin이라는 분이 의사들 책상에는 물론 병원 응급실에 반드시 비치해 두어야 할 책, Mushrooms: Poisons and Panaceas(A Handbook for Naturalists, Mycologists, and Physicians)(New York: W.H. Freeman and Co.)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이 책 안에는 여러 다른 야생버섯 중독에 대한 진단과 그 치료법에 관하여 자세한 기록과 더불어 특히 아마톡신 중독증에 대한 기본 치료법을 이렇게 적고 있다. (위의 책, 229쪽)
독성분 추가 흡수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
* 위장세척(맹독버섯 먹은 지 6시간 이전에만 필요하다.)
* 활성탄(숯가루) 투여로 독성분 흡수제거
* 하제(下劑)에 의한 변통(便通)(환자 개개인의 경우에 따른 임의선택 조치)
* 십이지장 삽관(揷管)에 의한 배출(환자 개개인의 경우에 따른 임의선택 조치)
환자의 체력 유지를 위한 적극적 케어 조치
* 수분, 전해질(electrolyte), acid-base, 포도당 관리
* 응고와 간, 콩팥 기능 관리
독성분 제거 증진 조치
* 배뇨(排尿) 지속유지
약품투여 요법 조치
* 페니실린, 0.5-1 million IU/kg body weight/day 정맥주사
* 실리비닌(silibinin), 20-50 mg/kg body weight/day 정맥주사
간 이식 조치
(간 이식은 환자의 경우에 따라 의사가 결정해야 할 마지막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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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책이 출판되고 어언 15년이 흘렀다. 그 15년 동안 광대버섯 중독 치료에 어떤 발전이 있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또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광대버섯 중독 치료에 대한 연구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광대버섯 중독 치료에 대한 잘 통제된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광대버섯 중독사고가 그다지 빈번하지 않고 드문 편인데다가 중독된 환자의 경우가 각각 다 다르다. 섭취한 독성분의 양, 환자의 몸무게, 환자의 건강 상태, 나이, 약물에 대한 반응, 그 밖에도 여러 다른 요인으로 환자의 경우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일반화하여 말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환자의 경우만 다른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지방에서 서로 다른 병원의 의사들로부터 치료를 받기 때문에 치료한 의사의 경우도 다 다르다. 흔히 응급실 의사들은 광대버섯 중독 환자를 처음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대버섯의 아마톡신 중독은 생명을 위협하는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치료법을 참고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치료 경험이 있는 다른 병원에 보내는 것조차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보통 의사들은 각 지역의 독극물통제 센터(Poison Control Center)에 연락하기 마련이고 거기서 자문을 청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맹독버섯 중독환자들은 각 지역 병원의 치료를 받게 마련이고 어떤 적절한 치료를 받았느냐에 따라 그 치료 결과도 다 다르다. 그래서 같은 한 병원의 서로 다른 의사들로부터 치료를 받았던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사망하였는데, 불행하게도 맹독버섯의 독성분 때문이 아니라 치료가 잘못되어 사망하였던 것이다. 두 의사그룹이 치료에 관여하게된 것은 두 환자가 각각 시간 차이를 두고 같은 병원에 달려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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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톡신 중독의 심각성은 급성 간세포 손상에 있고, 곤혹스러운 점은 간세포의 손상이 어느 정도 심하게 이루어졌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간기능 수치 조사, 응고 단백질과 알파-페토 단백질의 감소 수치 등 여러 가지 보조 검사방법이 동원되지만 별반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간 손상의 정도와 관계되어 있기는 하지만 간 손상은 광범위하게 여러 다른 요인들로 말미암아 생기기 때문에 간 이식에 앞서 간 이식을 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는지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이러한 곤혹스러움은 간 이식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해결될 소지가 많다. 그러나 간은 재생하여 회복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간 이식을 감행할 필요는 없다. 너무 일찍 간 이식 결정을 내리면 간 이식 없이도 회복할 수 있는 불필요한 이식이 될 것이고, 너무 늦게 이식 결정을 내리면 회복할 기회를 놓친다. 그렇다면 언제 적절한 간 이식을 결단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하여 확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아마톡신 중독의 또 하나 곤혹스러운 점이다. 현실은 어느 병원에서 환자를 만났고, 이식 의사들의 적극성, 또 이식할 간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이식 결정이 매우 어렵고 결국 이 결단이야 말로 의술에 속한다는 점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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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식 외에 약물투여 요법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동안 의학 문헌이나 독극물통제 센터에서 권하는 약은 페니실린 G, N-acetylcystein, cimetidine, thiotic acid, 그리고 silibinin이다. 그런데 thiotic acid는 벌써 20년 전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제 다시 고려해 볼 필요가 없다. 그리고 페니실린 G와 N-acetylcystein, 그리고 cimetidine을 단독 또는 병용 요법에 대한 연구결과 자료가 불충분하여 강력하게 권할만한 것들이 아니다. 단지 의학문헌이나 독극물 통제 센터의 문헌에나 나와 있는 것들이고 한 번 기재된 다음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 역시 문제이다. 오직 한 가지 중요한 약물은 silibinin 정맥주사인데 15년 전에는 미국에서 구하기 어려웠으나 현재는 미국에서 구할 수 있고 그 효과에 대한 연구 자료를 계속 수집 중이라, 의사들은 Dr. Todd Mitchell에게 연락 바라고 치료 중에 있는 환자를 미국 전화 831-479-7916 또는 tmitchmd@yahoo.com에 등록함으로써 연구 자료 수집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페이지에 들어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http://clinicaltrials.gov/ct2/show/NCT00915681) 이 약은 유럽에서 한동안 사용해 왔고 별반 부작용 없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 효과 역시 과학적으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silibinin이라는 약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큰엉겅퀴?(Silybum marianum, 영어속명 milk thistle)에서 추출한 약이다. 오래 전부터 간 보호제나 해독제로 사용해 온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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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형편이 이러한 가운데 만일 Denis Benjamin의사가 부주의하여 치명적 독성을 가진 광대버섯을 먹고 아마톡신 중독증상을 일으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이 분은 첫째 그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집중치료부(ICU)를 가진 병원에 즉각 입원하고, 활성탄(숯가루)를 마신 다음, 곧바로 silibinin 정맥주사와 함께 이 약 실험연구 기관에 등록하고, 비담배출(naso-biliary drainage)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 병원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분, 전해질, 응고, 간과 콩팥 기능상실에 대하여 철저하게 관리해 줄 것을 희망할 것이다. 간 이식 결정은 그의 간 기능이 도저히 회복할 수 없다는 확실한 진단이 나기까지 보류한다. 그리고 버섯동호회 회원들이나 가족들이 기도해 줄 것을 당부 할 것인데, 물론 그의 조속한 회복은 물론 의료진들의 실수가 없도록 기도해 달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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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시식은 오직 한 번뿐이다” 라는 속담을 상기하면서 가장 좋은 치료법은 야생버섯을 함부로 먹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마톡신을 함유한 버섯들은 광대버섯류(Amanita sps.)에 9종, 갓버섯류(Lepiota sps.)에 7종, 황토버섯류(Galerina sps.)에 8종, 그리고 종버섯류(Conocybe sps.)에 2종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만나는 맹독버섯은 대여섯 종류에 지나지 않지만, 그러므로 특히 광대버섯류나 갓버섯류, 그리고 주름부분이 갈색 또는 녹슨 색깔을 가진 그 어느 버섯도 식용을 금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아무쪼록 금년 장마 뒤에는 야생버섯 중독사건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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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Denis R. Benjamin, Mushrooms: Poisons and Panaceas(A Handbook for Naturalists, Mycologists, and Physicians),New York: W.H. Freeman and Co. 1995
Denis R. Benjamin, "Management of Amatoxin Poisoning-What's New?" Mushroom: The Journal of Wild Mushrooming, Issue 103, Vol. 27, No. 2, pp.29-31.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0.07.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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