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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린 쓰가 불로초의 아름다운 모습)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버섯에는 우리 몸의 질병을 치료하는 많은 종류의 약성분이 들어 있다. 북한에서 발행한 “약초의 성분과 이용”이라는 책에 보면 버섯에 대한 성분분석표가 있다. 거기 보면 어느 버섯이나 함량의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을 뿐 대체로 항암성분(抗癌成分)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지버섯(靈芝 또는 不老草 Ganoderma lucidum)은 물론 상황버섯(또는 목질진흙버섯, Phellinus linteus, 본래 상황이란 생약명이다), 그리고 식용하는 표고버섯이나 잎새버섯에 많이 들어 있다. 구름버섯(운지 雲芝)에도 항암성분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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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버섯)
근간에는 주름버섯의 일종인 아가리쿠스 블라제이(Agaricus blazei)라는 버섯이 브라질에서 발견되어, 일본사람들이 인공 재배하던 것을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있는데, 그 버섯이 특별히 암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신의 버섯”(God's Mushroom)이라고 불릴 만큼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신문지상에 신비한 “아가리쿠스” 버섯이라고만 말하는데, 아가리쿠스라는 이름은 버섯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버섯 속(屬)의 이름이기 때문에 반드시 아가리쿠스라는 이름 다음에 “블라제이(blazei)”라는 이름을 꼭 붙여서 불러야 어느 버섯인지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가령 시중에서 흔히 사다 먹을 수 있는 양송이버섯(Agaricus bisporus)도 아가리쿠스 버섯 속(屬)에 속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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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버섯, 학명 Agaricus campestris, 영어 속명 Meadow Mushroom)
그리고 무슨 신비의 명약인양 "아가리쿠스, 아가리쿠스" 하면서 이 버섯에 대한 돌풍이 불던 것도 여러 해 되었다. 브라질 밀림 속에서 발견되어 오랜 고심 끝에 인공재배에 성공한 항암작용이 매우 높다고 선전되고 있고, 약재상에 가면 높은 값에 팔리고 있다. 조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금산에 갔을 때 인삼 약재단지에서도 점포마다 팔고 있었다. 물론 어느 버섯에나 항암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고 현혹되지 마시기 바란다. 그 "아가리쿠스 버섯"이란 것이 현재 우리가 미국 시중에서 즐겨 사다 먹는 양송이(학명 Agaricus bisporus)가 등장하기 직전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에 미국 대서양 연안 여러 주(Atlantic states)에서 널리 재배되어 즐겨 먹던 영어 속명으로 "Almond Mushroom"(버섯에서 알몬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학명은 Agaricus subrufescens)이라는 것이 아가리쿠스 버섯종류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리처드 케리간 박사(Dr. Richard Kerrigan. 이 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아가리쿠스 버섯 상업 재배용 종균배양 공급처인 실반연구소 Sylvan Research에 근무 중)의 DNA 분석에서 밝혀졌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가리쿠스, 아가리쿠스"하는 버섯을 가리켜 브리질에서 발견된 희귀종이라하여 "Agaricus blazei" 또는 "Agaricus brasilienis"라는 학명을 붙여 부르지만, 실은 미국에서 지난 세기 초까지 인공 재배하여 식용하던 "Agaricus subrufescens"이라는 버섯과 똑같은 것이라고 한다(자료출처: Mycologia via The Mycophile, North American Mycological Association, July/August 2005). 그리고 현재도 미국 동북부 지역과 서부 지역 산야에서도 흔히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될까 보아 버섯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버섯의 약효를 지나치게 믿는 나머지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다량 먹어치우는 습관과 이를 돈벌이에 악용하는 상술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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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공부 21년 만에 2006년 여름에 처음으로 딱 한 개 발견한 눈꽃동충하초다. 학명은 Isaria 또는 Paecilomyces japonica. 왼편에 번데기가 보인다.)
그리고 1996년 미국 뉴욕 주에 있는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 주변에서 코넬대학교 학생들이 채취해 온 딱정벌레 유충에서 돋은 동충하초(冬蟲夏草, Cordyceps subsessilis)에서 싸이클로스포린(Cyclosporin)이라고 부르는 장기이식(臟器移植) 수술 뒤, 이식된 장기의 거부반응을 방지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아주 값비싼 약성분을 발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해 준다(The New York Times, 1996년 11월 5일, 화요일 자, "The Environment."). 동충하초라는 버섯은 송충이나 딱정벌레와 같은 곤충의 몸에서 돋아난 버섯이다. 겨울에는 벌레상태로 있다가 여름이 되면 버섯(풀 또는 식물)이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밤 나방이, 매미, 벌, 딱정벌레, 메뚜기 같은 곤충이나 그 번데기 또는 그 유충, 거미는 물론 송충이처럼 털이 나 있는 벌레에서 기생하는 약용버섯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1800년경부터 약으로 사용하여 신장이나 폐질환에 효과가 좋으며 허약체질이나 면역력을 높이는 데 복용해 왔다고 한다. 우리 한국에서 지난 1995년에 누에를 이용하여 동충하초 네 종류를 대량증식 시키는데 성공했고, 항암 등 약리효과를 실험 중에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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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쓰가불로초의 모습)
메주를 띄울 때 곰팡이의 도움을 받는 일이나, 맥주를 빚을 때, 그리고 기적적인 항생제 페니실린을 곰팡이에서 얻어 이용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사실이다. 버섯도 곰팡이류에 속하기 때문에, 버섯에 함유된 약효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은 그 때문이다. 버섯으로 모든 암을 치료하고, 심지어 AIDS까지 치료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버섯뿐만 아니라 산야에 흔히 나는 약초를 공부해 보면, 조물주가 창조한 풀이나 식물 가운데 약이 아닌 것이 없고, 심지어 우리가 잡초라고 하여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풀조차도 약용으로 쓸 수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치유효과를 생각해 보면, 조물주의 창조의 신비함을 더 깊이 느끼게 되며,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한 자연보호나 환경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특별히 버섯은 생존하기 위하여 까다로운 생태학적 환경 인자를 갖춘 적당한 장소에서만 돋기 때문에 환경파괴로 말미암아 다시는 버섯이 돋지 않는 것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7.11.2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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