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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여름 무서운 돌풍에
뿌리 채 뽑힌 나무들
모든 것이 다 끝난 줄 알았다
몸통은 바람에 날려 보내고
간신히 남은 그루터기 하나
민망할 만큼 보기 안쓰러워
모든 것이 다 잊힌 줄 알았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할 즈음
생명자리 서로 넘겨주며 이웃되어
옹기종기 나누는 기쁨이 모여 돋아난 모습
모든 것은 다 끝나지 않았다고
모든 것은 다 잊히지 않았다고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돌풍도 어쩌지 못하는 생명의 외침
우리가 서로 함께 하는 한
서로서로 이웃되어 주는 한
희망이 불붙는다 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한다
죽은 나무 등걸 위에 세 종류의 버섯들이 옹기종기 돋아난 모습을 보면서, 서로 이웃되어 더불어 나누며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는 듯합니다. 서로 서로 생명의 자리를 양보하며 함께 하는 한 생명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과 더불어 새해의 희망 전조(前兆)로 보고 싶습니다.
버섯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생명과 사체(死體) 사이에서 돋아납니다. 재로부터 다시 일어서는 불사조(不死鳥)처럼 썩어가는 사체의 잔재에서 돋아나는 버섯들은 희망의 아이콘(icon 聖像)입니다. 폐허로부터 솟구치는 생명의 상징입니다. 종교적으로 말하면 부활신화를 체현(體現)하여 죽음 너머의 생을 계시하는 표징(表徵)입니다. 참으로 자연의 신성함에 영감적 연결을 매개해 주는 희망과 생명의 아이콘입니다. 서로 이웃되어 함께 손잡아 주는 한 그 어떤 돌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쓰러져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밝아오는 새해에 모든 자닮 가족들에게
언제나 강건과 평화와 희망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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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09.12.12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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