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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과연 진짜 버섯 애호가인지요?야생버섯의 신비(80)

 

www.jadam.kr 2010-05-18 [ 최종수 ]
접시버섯 Scutellinia scutellata(L.) Lambotte, Eylash Cup, Molly Eye-winker

 

전에 “당신은 과연 버섯광(狂)인지요?”라는 글에서 어느 정도 버섯에 미친 사람인지 진단해 보는 글을 실은 적이 있다. 오늘은 바야흐로 버섯이 많이 돋는 철을 앞두고 버섯 마니아는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 야생버섯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진짜 버섯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아래와 같은 사람이다.

 

* 언제나 허리를 꾸부정하게 굽힌 채 고개를 숙이고 땅만 바라보고 걷는다. 이따금 머리를 쳐들지만 마주친 나무를 살피기 위해서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는 때가 가끔 있는데 혹시 못 보고 지나친 버섯이 있나 살펴보는 것이다.

 

* 복장 또한 희한하다. 옷의 색상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은 보통이고 희한하게 생긴 지팡이를 짚고 있으며 모자 또한 우스꽝스러운 것을 쓰고 있어 표 나고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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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점박이광대버섯 Amanita rubescens(Pers.)Gray, 영어속명 Blusher

 

* 바지 다리 위로 끌어 올린 양말에는 우엉이나 도꼬마리 따위의 가시 돋은 열매가 잔뜩 붙어 있고 진드기(ticks)나 붉은진드기(chiggers)에 물려 계속 긁고 있다.

 

* 책꽂이에는 다른 어떤 책들보다 버섯 책들이 더 많이 즐비하게 꽂혀있다.

 

* 책방에 들어가면 혹시 신간 버섯책이 나왔나 살펴보기 위하여 제일 먼저 “자연”(nature) 코너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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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버섯 Guepinia spathularia(Schw.)Fr.

 

* 버섯 도감 없이도 거의 모든 버섯을 동정해 낼 수 있고, 독버섯을 잘못 동정하여 식용함으로써 “거의 죽을 뻔한 적”은 없다 해도 잘못 먹고 한 두 번 중독된 경험은 가지고 있다.

 

* 사시사철 일년 내내 비가 오거나 심지어 눈이 와도 기후나 기온에 상관없이 숲속을 헤매고 다닌다. 몇 킬로미터를 걸어도 상관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땅을 살피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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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나팔버섯 Craterellus fallax A.H. Sm. 영어속명 Black Trumpet

 

* 숲속에 한 번 들어가면 두 시간 세 시간 네 시간이 넘어도 나올 줄 모르고, 숲속에서 반나절 보내며 버섯 관찰에 여념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 시속 70km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버섯을 찾아내며, 심지어 80km 이상 달리는 차의 백 미러를 통해서도 버섯을 찾아낸다. 그러자니 달리는 차가 중앙 분리선을 넘나드는 것이 보통이요, 아차 하면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할 위험이 아주 높다.

 

* 맛있는 식용버섯 한 송이를 채취하기 위하여 독풀이 무성한 곳에 기어 들어가기도 하고, 10에서 20미터 높이에 돋은 버섯도 페인트 칠할 때 사용하는 연장(延長) 장대를 가지고 어김없이 채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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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털느타리버섯 Phyllotopsis nidulans(Pers.) Singer

 

* 냉장고 안을 살펴보면 이름을 알아내기 위하여 보관중인 야생버섯들이 냉장고 공간의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 물론 식용하기 위한 야생버섯 동정에 신중을 기하지만, 아직 식용여부가 밝혀지지 아니한 버섯들 가운데 독성이 없는 버섯이면 그 질을 평가해 두고 있다. 이를테면 “그 씹는 감촉이 좋다.” “음식 조리에 색깔을 더해 줄 수 있다.” “고소한 냄새가 난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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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버섯 유균 Ramaria botrytis(Pers.) Ricken 영어속명 Pink-tipped Coral

 

* 처음 방문하는 공원이나 관광 명소에 가서도 버섯이 있나 살피기 위하여 아름다운 경치나 정말 좋은 구경거리는 놓치는 것이 예사이다.

 

* 그 버섯 어디서 발견하였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언제나 정직한 대답을 주고 있다. 말하자면 “네, 그 버섯은 시골에서 찾아낸 것입니다.”(시골 어디?) “저 마을 북쪽에서 발견했지요.”(마을 북쪽 어디?) “풀밭에서 채취한 것입니다.”(어느 풀밭?) “저기 개울가에서 딴 것입니다.”(개울가 어디?) “ 숲속에서 발견하였어요.”(어느 숲속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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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색우산버섯 유균 Amanita vaginata(Bull. ex Fr.)Vitt.

 

* 야생버섯이라고 하면 무조건 모두 다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감탄을 연발한다.

 

* 맛좋은 식용버섯 가운데 노균을 들고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포자를 흩날려 보내고, 혹시 집 주변에 나무를 베어 낸 등걸이나 그루터기 또는 죽은 나무뿌리가 있으면 그 위에 버섯을 올려놓아 둔다. 혹시 집 주변에 버섯밭을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 자동차 트렁크 안에는 언제나 큰 소쿠리나 쇼핑백과 큰 식칼은 물론 연장할 수 있는 장대를 싣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 맛좋은 식용버섯(흔히 느타리버섯)을 다량 만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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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버섯 Clavaria vermicularis Fr.

 

* 보통 사람이라면 일 미터 거리에서나 냄새를 맡을 수 있겠지만, 이 사람은 10여 미터 밖에서도 말뚝버섯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그 냄새를 따라가 말뚝버섯을 찾아낼 수 있다.

 

* 음식점에 가면 자연산 야생버섯 요리가 메뉴에 있는지 그것부터 살핀다.

 

* 비가 내리는 것에 대하여 불평하는 적이 없고, 버섯이라고는 돋을 수없는 기록적인 가뭄에도 버섯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숲으로 달려간다. 이 사람은 영원한 낙관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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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호박색화경버섯(임시이름) 유균 Omphalotus illudens(Schwein) Sacc. 영어속명 Jack-O-Lantern

 

* 물론 늘 야생버섯을 채취하러 가는 지역의 모든 나무와 독사와 독식물에 대하여 다 잘 알고 있다.

 

* 라틴어 이년 과정과 희랍어 일년 과정 시험에 합격할 정도의 라틴어와 희랍어 실력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라틴어 학명을 잘못 발음하는 것에 대하여 한 번도 비웃는 적은 없다.

 

* 야생버섯 초보자가 아주 맛좋은 식용버섯에 대하여 식용여부를 물으면 아주 친절하고 정직하게 대답해 준다. “저는 그 버섯 식용합니다. 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버섯을 먹고 중독된다는 말을 들었지요. 그냥 버리시려면 제가 가져가도 괜찮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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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버섯 Calostoma cinnabarina Corda. 영어속명 Gelatinous Stalked Puffball 또는 Hot Lips

 

이렇게 엉뚱한 면이 없지 않지만 진짜 야생버섯 애호가들은 아마 여러분들이 만나본 사람들 가운데 그 어느 사람들보다도 가장 친절 상냥하고 붙임성 많은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

 

(이 글은 캔자스버섯동호회지에 실린 Ron Meyers와 Bob Roseberry의 “Finally a guide to finding out if you are real mushroomer"에 기초하여 만든 것임).

 

최종수(야생버섯애호가), 다른기사보기기사등록일시 : 2010.05.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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